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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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청천이 사라진 야구장(4월 26일 두산 - 한화전)

기사입력 2005.04.28 00:31 / 기사수정 2005.04.28 00:31

이석재 기자

잠실 야구장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김인식 감독, 유지훤 코치, 최일언 코치 등 빨간색보다 파란색이 더 어울리는 한화의 코치진들. 두산과 한화는 두산이 OB로 창단했던 82년부터 84년까지 대전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사연도 있고 양팀간에 윈-윈 트레이드가 많이 있어서인지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자매결연을 맺은 팀같은 분위기가 흐른다.

양 팀의 경기는 스미스와 송진우가 좋은 내용을 보이면서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양팀 야수들의 실책 또는 실책성 플레이가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8회말까지 4-3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올시즌 보기 드문 명승부라고 할 정도의 좋은 경기였다. 아슬아슬하게도 실점을 막아내는 스미스와 최고 구속은 138km에 불과했지만 날카로운 제구력과 상대 타이밍을 뺏는 "회장님" 송진우의 호투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경기는 8회말 1루심 임채섭의 오심으로 이상하게 흘러가고 말았다. 선두타자 김동주의 안타에 이어 홍성흔의 진루타가 이어진 1사 2루에서 안경현의 안타가 나왔고 제구가 안되는 오봉옥은 벤치의 지시대로 김창희를 피하며 손시헌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어 등판한 조영민과 맞닥뜨린 손시헌은 볼카운트를 풀카운트까지 몰고가며 제6구를 공략하였다. 타구는 약간의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며 유격수 백승룡 글러브에 쓰리바운드로 들어갔고 2루수에게 토스된 후 1루에 송구되었다. 1루에 전력질주한 손시헌의 팔이 베이스에 닿은지 한참되어 1루수 김태균의 미트에 공이 들어왔지만 1루심 임채섭은 가차없이 아웃을 선언한다.

  

(사진 : SBS 스포츠 화면 캡처)

야구는 화면 판독을 인정하는 크리켓과 달라서 육안의 판정만이 인정되는 스포츠다. 때문에 볼과 스트라이크, 세이프와 아웃의 판단에 있어서는 심판에게 고유 권한을 준다. 이것은 그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정확한 판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4월 26일 잠실 구장의 심판들은 이런 것을 잊고 있었다. 오심을 인정하면서도 경기를 종용하기 위해 두산 측 덕아웃에 와서 초시계들 들이대는 모습은 거의 협박 수준이었다. 

26일 경기 심판조 조장이 1루심 임채섭이었기 때문에 4심 합의를 하는 모습 자체도 형이 동생을 타이르는 분위기였다. 내가 제대로 봤으니 너희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태도 그 자체였다. 그럴 경우 감독관이 왜 있는가. 심판장 이상을 거친 감독관들이 매 경기 마다 투입되는 이유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있는 것이 아니었는가. 그들 역시 반복되는 방송 화면을 보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8회말 그 상황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상황이었다. 만약 손시헌이 1루에 세이프되었다면 4-4 동점에 2사 1,3루의 찬스가 연결되면서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넘어올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도 보통 비슷한 타이밍에서는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수비수의 호수비나 타자 주자의 전력 질주에는 심정적으로 우호적인 판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관례라고 본다면 이 판정은 모든 것이 바뀌어져 있는 판정이었다. 

지난 주말 군산에서 있었던 기아 대 두산 전에서도 주심이 볼카운트를 착각하여 볼넷을 얻은 타자가 타석에 서서 안타를 기록하고도 다시 볼넷으로 정정하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물론 그 경기야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인데다 1루타나 볼넷이나 진루하는 루의 수는 같으므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그 실수로 인해 타자는 자동 진루권을 잃었고 투수는 공 하나를 더 던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실수였고 그 결과로 해당 심판과 기록원은 문책을 당했다.

그러나 26일 잠실에서 있었던 오심은 이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단순한 오심으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다.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의 확신에 찬 오심. 승패를 바꾸는 보이지 않는 손이 26일 잠실 구장에는 작용하고 있었다. 



이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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