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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김태리 "치열하게 고민했던 '1987', 큰 의미로 남을 작품"

기사입력 2018.01.03 14:30 / 기사수정 2018.01.03 14:3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2016년 영화 '아가씨'를 통해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안겨줬던 배우 김태리가 1년 반 만에 장준환 감독의 '1987'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가 안기는 묵직함 속에 함께 자리하고 있는 김태리의 존재감 역시 돋보인다.

12월 27일 개봉한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일까지 26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리는 대학 입학 후 동료 학생들의 시위를 보며 갈등하는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을 맡았다. 연희는 영화 속 유일한 허구의 인물로, 주변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학생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힘을 더한다.

'1987'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리는 환한 얼굴로 "저는 영화를 잘 봤어요"라고 웃으며 "선배님들이 계시지만 정말 잘 봐주셨고, 부족하다거나 아쉬운, 저의 연기에 대한 얘기는 속으로만 하고 싶어요"라고 웃었다.

김태리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연희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며 "저로부터 많이 시작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제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끌렸던 지점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 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일 것 같다는 것이었거든요. 앞에 많은 감정 묘사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던 이유는 공감이 많이 됐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또 엔딩 장면이 어떤 식으로 영화에서 보여질 지, 그 장면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이고 어떤 생각을 해주실 지가 많이 궁금했죠."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된 1987년은 1990년생인 김태리가 태어나기 이전의 일이다.

김태리는 "태어나기 전의 일이기 때문에,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됐고 또 공부해야 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가 정말 고증이 잘 돼서, 공부하면서 한 번 더 놀랐죠. 책을 보면서 사건의 개요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뭉치게 됐나, 또 그 이후의 일들이 어떻게 벌어졌나에 대해 공부했고 연희 캐릭터를 놓고 봤을 때는 연희의 전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것에도 신경을 썼죠"라고 설명했다.

극 중 대공수사처장 역을 맡은 김윤석이 말하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대사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사람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럴 수 있었을까요"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은 김태리는 "묻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잖아요. 그런 말을 함에도 숨길 수가 있다고 여겼던 것은요. 어떻게 우리 세대에게도 저런 거짓말들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일들이 많았어요.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른다고, 시나리오 읽으면서도 사실 그 말이 너무 웃겼어요. 김윤석 선배님 연기를 보고 나니 더 소름 돋았고요."


'1987' 개봉 전 열린 시사회 당시, 김태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었다.

이에 김태리는 "저희 영화를 보고 그런 것을 느꼈거든요. 제가 경험한 2016년과 2017년의 집회, 그리고 그것의 과정과 결과가 제가 '1987'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그 상황들을 보면서 믿음 같은 것이 생겼어요"라고 당시의 발언을 회상했다.

"아무리 나쁜 쪽으로만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위해 계속 방향을 선회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그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 그런 믿음이요.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다수의 사람들을 기만하고 속이고 했다는 것이 너무 답답했는데,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과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계속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그런 것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됐죠."

'1987' 속에서는 이렇듯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서서히 자신과 주위를 향한 변화를 깨우쳐가는 연희의 모습과 함께 87학번 대학교 신입생의 발랄한 연희 등 다양한 얼굴을 함께 엿볼 수 있다.

김태리는 "감정 연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직접적인 울음들이었으니까요. 힘들기도 했죠. 그래서 감독님과 많이 소통하려고 했고요. 함께 노력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신입생 연희의 모습은 아무래도 조금은 자유로웠죠. 친구로 함께 연기한 박경혜 씨와 호흡이 잘 맞았어요. 동생이지만 또래이기도 해서, 평상시에도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면서 많이 친해졌죠. 그런 모습들이 스크린에서도 드러났던 것 같아요."


'1987'에 특별출연한, 잘 생긴 남학생 역의 강동원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연희는 시위에 우연히 휘말려 피하던 중 이 시위에 참여했던 잘 생긴 남학생을 만나며 조금씩 변화를 맞는다.

김태리는 "이전까지의 장면이 설레고 풋풋한 연희를 보여줬다면, 관객 분들에게 연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만화 동아리라고 알고 갔던 곳에서 시위 영상을 보게 되고, 연희는 남학생이 하는 말들에 소리를 치고 화내면서 부정적인 말들을 내뱉죠. 그렇지만 사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왈칵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마음, 그런 것을 보면서 연희가 이런 것에 정서적으로 공감을 하는 아이이고, 또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초반에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너무 강한 부정은 사실 긍정이다'라고 하셨거든요. 이게 옳은 걸 마음으로 알면서도, 머리로는 떨쳐내려고 갈등하는 모습들이 그런 장면들을 통해 보여졌다고 생각해요."

'아가씨' 이후 '1987'과 '리틀 포레스트' 촬영을 마쳤고, 그렇게 김태리는 2017년 한 해를 지나왔다.

"정신없이 보냈습니다"라고 웃음을 지은 김태리는 "시간이 많아지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깊어지는데, 늘 좋은 쪽으로만 (생각이) 흘러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전하며 "그런데 또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렇게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2017년은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지금 이렇게 좋은 영화를 통해 관객 분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어서 마무리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라고 정리했다.

'1987'이 자신에게도, 또 지금 이 시대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큰 의미를 남길 영화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김태리는 "촬영하면서 나름대로 굉장히 치열하다면 치열하게 고민했거든요. 그래서 더욱 마음이 많이 남겠죠. 실화의 역사를 영화를 통해 남긴다는 것이, 사회적인 어떤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도 봐요. 노력한 만큼의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서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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