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22:43
사회

미 정부 '유신붕괴~광주항쟁' 정세예측 실패, 위키리크스한국 보도

기사입력 2017.12.27 16:13

김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연 기자] ‘한국 격동의 시기’ 에 정세를 예측하는데 미국 CIA와 국무부가 1970년대 말 유신정권 붕괴부터 이어지는 1년여 기간 동안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문서들을 분석한 결과 미국 CIA와 국무부, 주한미국대사관은 1970년대 말 국민들의 민주화 역량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으며, 이 같은 인식 때문에 신군부의 쿠데타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5·18 광주민주화항쟁유혈진압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초래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신군부의 쿠데타(1979.12.12), 서울의 봄(1980.3) 광주 민주화운동(1980.5)으로 이어지는 이 대혼돈의 시기에 주한미국대사관과 CIA(중앙정보국) 한국 지부는 수많은 정보보고 문서를 워싱턴으로 전송했고, 워싱턴은 이를 바탕으로 대한(對韓) 정책들을 수립해 실행했다.

CIA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저항운동 주도 세력들의 숫자가 불과 수백 명에서 수천 명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세력들이 연합해보았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 이라고 전했다.

미국 CIA는 한국지부(당시 지부장 로버트 브루스터)의 정보보고를 토대로 1979년 6월 백악관에 “한국의 재야 운동권은 현재까지 한국 사회의 안정을 뒤흔드는 데 실패했다. 이 점은 박정권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한국 사회에서 폭넓은 지지 기반에 입각하여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허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작성된 지 넉달 만인 10월 들어 수만 명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부산에서 박정권에 저항에 봉기를 일으킨 것 이였다. 박 대통령 타계 이틀 후인 28일 미국 국무부가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로부터 보고받아 29일 한국 상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관료들에게 보낸 비밀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상당히 혼란스러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79년 10월 26일 발생한 대통령 암살 사건은 준비된 쿠데타인지, 급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인지 아직도 파악이 안되고 있다. 현재 후계자로는 김종필이나 정일권, 이후락이 거론되고 있다…”

글라이스틴은 박 대통령이 타계한 지 불과 40여일 뒤 신군부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킬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특히 12·12 쿠데타 발발 후 ‘협상의 여지가 있다.’ 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폈으며 이 같은 편향된 상황 인식에 따라 신군부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쿠데타의 성공을 도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쿠데타가 발생한 12월 12일자 ‘한국에서 군부의 플레이’(Military Power Play in South Korea) 비밀전문에서 “대한민국 서울에서 초기 단계의 쿠데타가 진행 중이지만 다각적인 측면에서 협상의 여지들이 마련되고 있다.” 라고 진단했다.

국무부는 문서에서 “서울 시간으로 12월 12일 초저녁(워싱턴 시각으로는 새벽), 보안사령관 과 1군사령관 황영시 중장을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한 일단의 한국군 장교들이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장군을 체포하고, 한국 군부 내에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는 어떤 책략이 진행 중” 이라고 전했다.

국무부는 “현재 초기 단계의 쿠데타 세력으로부터 사적인 경로를 통해 세 가지 요구 조건이 전달됐다. 그들은 한 명의 하위 장교의 교체, 계엄사령관의 교체와 3군사령관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퇴각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으므로, 몇 시간 이내에 일반적인 쿠데타로 발전하지 않고 상황이 잘 마무리 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라고 평가했다.

워렌 크리스토퍼 국무부 부장관이 작성한 이 전문은 “모반 세력들의 숫자가 벌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쿠데타 세력의 공식적인 요구 사항도 일정한 한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라고 말하며 “글라이스틴 대사와 위컴 장군은 전통적 의미의 쿠데타로 발전하지 않은 채 현 상황이 마무리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라고 밝혔다.

심지어 국무부는 “불행히도 권한 없는 국무부 당국자가 오늘 이른 시각에 현 사태를 두고 ‘군부 내의 심각한 권력 투쟁’ 이라고 언론에 규정해버렸다. 현 상황에서 그 같은 발표는 오로지 추측에 불과하다. 한미 관계에서 출발하는 어떤 대응도 그와 같은 성명을 낸 적이 없음을 우리는 분명하게 밝힌다.” 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정보분석 싱크탱크인 스트랫포(Stratfor) 내용과 브루스터, 스트랫포의 내용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리스크한국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김지연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