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6:30

축구장의 야구장화, 아주 불가능한것은 아니다

기사입력 2005.04.20 04:39 / 기사수정 2005.04.20 04:39

김동식 기자

뭐, 딱 보니까 되겠던데….(상암월드컵경기장의 야구장 활용가능성을 언급하며)”

최근 프로야구 현대유니콘스의 김재박 감독이 내뱉은 몇 마디가 유력 포털사이트의 메인에 오르며 알게 모르게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한마디는 매우 '뼈있는' 문장으로 야구인들의 축구경기장에 대한 매커니즘을 그대로 함축하여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축구팬들은 특히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스포츠팬들이 축구경기장을 야구장으로 개조할수있는지 상당히 궁금해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그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론 가능하다."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경기장의 시공 이전에 약간의 배려를 보여주는 특수한 설계가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축구 경기장이란 축구가 가능한 경기장을 뜻한다. 축구가 가능한 경기장이라면 경기를 무리없이 운용할수있는 피치 규격의 잔디를 갖춘 운동장으로서 그것이 축구전용구장이든, 육상을 치를수있는 종합운동장이든, 일반적으로 축구경기장으로 통용된다.

사례를 몇개 들어보자면 1932년 제 10회 대회인 LA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쓰인 '메모리얼 콜로세움'은 LA다져스의 홈구장인 '다져스 스타디움'이 완공되기 전인 1958년부터 1961년까지 야구장으로 사용되었다가 다시 1984년 제 23회 대회인 LA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쓰였다가 최근에는 아예 미식축구 전용구장으로 못박아버린 희한한 전력을 가지고있다. (얼마전 광주상무의 정경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든 경기장이 바로 이 경기장이다.)

또한 캐나다의 몬트리울은 1976년에 올림픽을 치른뒤 주경기장을 몬트리울 엑스포즈의 홈으로 쓰기위해 야구장으로 개조했다. 그리고 1996년 미국의 애틀란타 올림픽 역시 애초에 주경기장을 올림픽 폐막후에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홈으로 쓰기위해 약간은 특별한 설계를 선보였고 현재 메이져리그 경기를 개최하고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현재 야구와 축구(주 : 이 기사에서는 미식축구도  Football의 한 범위로 간주)를 겸용으로 쓸수있는곳은 거의 십중팔구는 본래 야구를 하려고 지은 야구장이지만 추후에 축구를 할수있도록 경제성있는 아이디어를 실행시킨것이다.

일례로 지난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축구대회에 쓰였던 워싱턴의 'RFK스타디움'은 본래 야구장이다. 샌디애고의 'QUALCOMM 스타디움'도 역시 야구장이지만 그럴듯하게 축구장으로 변신한다. 또한 플로리다의 '프로플레이어 스타디움'은 오히려 야구보다 미식축구쪽을 배려한듯 그라운드가 직사각형으로 구성되어있다. 미네소타의 메트로돔 역시 그라운드가 정방형과 흡사하여 야구&축구 겸용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오클랜드의 Network Associates Coliseum도 특이한 스탠드 구조를 보이는 야구&축구 겸용이다. 필라델피야도 원형의 야구&축구 겸용구장인 베테랑 스타디움을 보유하고있다. 지금 나열한 경기장은 겸용으로 활용해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경기장들이다.

사실 위에서 예를든 곳 말고도 미국은 기존의 야구장을 마음만먹으면 얼마든지 미식축구장으로 활용할수가있다. 하지만 곡선 위주의 야구장이 축구경기를 개최한다면 그라운드의 균형이 안맞아 상당히 억지스러운 모양이 된다. (이것은 축구전용구장을 야구장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현실을 알면서도 메이져리그 구장에서 미식축구를 개최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한다. 

그러나 야구장을 축구장으로, 축구전용구장을 야구장으로, 혹은 종합경기장을 야구장으로 사용하는것은 그리 좋은일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라운드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기때문에, 한쪽 스탠드에서는 실감나게 경기를 즐기고 반대쪽 스탠드에서는 선수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당히 이상한 그림이 나와버린다. 따라서 관중들은 오히려 경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축구장의 규격과 야구장의 규격이 서로 어울리지 않아서 상호간 호환성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하나의 경기장에서 여러 다양한 종목의 경기개최로 인한 수익창출로써의 경제성을 주장하려면 차라리 아래와 같은 방법이 스포츠 관람의 본질을 저해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꽤 많은 축구경기장이 축구&럭비 겸용으로 경제성과 효용성을 지닌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에 아르헨티나가 자신들에게 배정된 '삿포로 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웨일즈에서 원정 평가전을 가진 '밀레니엄 돔'도 럭비&축구장이었고, 호주에서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주경기장이 2003년 럭비월드컵의 결승전경기장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이임생선수의 머리가 찢어지는 투혼을 볼수있었던 '파크 드 프린스' 경기장도 프랑스 축구 1부리그인 르 샹피오나의 뻬에스줴(파리생제르망FC)의 홈구장임과 동시에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럭비장'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상당히 재미있는일은 벨기에전 바로 전에 치루어졌던 네덜란드전 0:5 대패의 현장인 마르세유 벨로드롬은 본래 사이클 경기장이었다. 그러다가 축구 & 럭비 겸용구장으로 개조된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훌륭히 개최했으며 2007년 럭비월드컵을 치르기위해 기존의 6만석에서 2만석을 증설하여 8만석을 갖추게 되었다. 결국 르 샹피오나의 올림피크 마르세유팀은 럭비덕분에 자신의 홈구장이 2만석 늘어나는 즐거운 행운을 누리게 된 셈이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전 경기장인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는 아주 가끔가다 그 경기장에서 모터레이싱을 개최한다. 우리네 축구팬들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돼지 않는 해괴망측한 일이지만 정작 그곳의 관리인들은  "모터레이싱 한번 개최하면 잔디를 새것으로 7~8번을 새로깔수있는 엄청난 수익금이 들어온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별로 문제될게 없는게 아닌가?"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한가지 더 들자면, 우리에게 오노사건으로 잘 알려진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도 미식축구장이 바닥에 빙판을 깔아서 주경기장 역할을 하였으며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평창대회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강릉에 개폐식 돔으로 지어지는데 올림픽 폐막후 축구전용 계폐식 돔구장으로 개조되도록 계획되어있다.

이종목간의 겸용과 상호 보완은 바로 이런식으로 이루어지는것이다. 김재박 감독의 이번 발언은 상당히 논란을 불어일으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논쟁은 계속될 듯하다.



김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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