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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이슈] '김기덕 폭행 사건' 여배우 A "연기 지도? 그것은 구타였다"

기사입력 2017.12.14 11:55 / 기사수정 2017.12.14 11:4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기덕 폭행 사건의 여배우 A가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와 불기소 처분에 반발하며 당시의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다시 한 번 강경한 대응의 뜻을 밝혔다.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서혜진 변호사, 공동대책위원회의 이명숙 변호사,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 등장한 A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전제 하에 피해자 발언에 나섰다. 또 당시 A와 김기덕 감독 측이 나눈 통화 내용 녹취록도 공개됐다.

A는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은 고소를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이다"라고 말문을 열며 격해진 감정으로 눈물을 쏟았다.

또 A는 "현재까지 (김기덕 감독을 고소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사건이 최종적으로 끝나야 할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제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지 그것은 제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충격적이고 두렵다. 명예훼손과 강요 부분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는데, 저는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검찰에서 그냥 외면하실까봐 많이 두렵다. 저는 연기 지도가 아닌 구타를 당했다. 카메라를 켜고 액션을 외쳐서 저는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어느 누구도 그 상황에서 문제제기를 하거나 제재를 하며 저를 도아주는 분이 안 계셨다. 모두 저와 시선을 피했다. 매니저도 없는 저는 너무나 외로웠다. 여기에 대본에도 없는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요구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 측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실망스럽다는 뜻을 전하면서,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여배우 A가 이 자리에서 밝힌 입장발표문 전문.

저는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입니다.

2013년 3월, 녹취 파일을 들어보시면 상황을 짐작하시겠지만 사건 직후 저는 2개월 동안 거의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2013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에 피해를 알렸습니다. 방문도 했고 변호사도 만났고 심리상담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영화계의 변호사분, 지인 분들을 찾아가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세계적인 감독을 상대로 고소하는 것이 승산이 있겠냐, 화는 나겠지만 그냥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 사건 뉴스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저는 당시의 사건이 떠올라 고통을 겪습니다. 심지어 누가 제 앞에서, 손만 올려도 저는 당시의 폭행 충격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립니다.

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2017년으로, 사건 발생 4년 후입니다. 이에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한 것이 타당하냐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당시 저는 정신과에 다니면, 진료 기록이 평생 남을까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병증을 겪고 있어도 정신과 질환은 당장 출혈이 있거나 거동이 부편한 치료의 다급성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몇년씩 방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는 지난 4년을 수치심과 억울함 속에서 방치된 채 보냈습니다. 2013년 사건 발생 직후, 저는 즉시 김기덕 감독님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 분께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당시 김기덕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것에 대해 미안하다. 앞으로는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심지어 대본까지 고쳐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김기덕 필름 관계자는 갑자기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제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으면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면서 둘 중 하나 선택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최종까지 김기덕 감독님과 의견 조율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저와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것은 김기덕 감독님입니다.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덕 필름측은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습니다. 3회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제가 오지 않자 PD가 저희 집 근처까지 와서 수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했지만 제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의 스태프 역시 지난 8월 SNS를 통해 '여배우가 잠적했다'는 등의 거짓을 유포했습니다.

저는 스태프들이 저로 인해 잔금을 못 받을까 걱정돼 그들이 잔금을 모두 받았는지 확인하는 녹취록까지 있는데, 이게 어떻게 제가 잠적한 것입니까.

도대체 세계적인 김기덕 감독님이 무명의 힘없는 배우인 저에게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과연 무엇입니까.

사건이 공론화된 후, 저는 많은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그중 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사건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며 호소문을 마치겠습니다.

한달 가까이 반복해서 저의 실명과 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에 제 신상을 제보하자는 협박에 가까운 댓글을 단 네티즌이 있었습니다.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그 네티즌은 제게 연락을 해왔고, 저는 그 분의 신상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분은, 저보다 최소 15년 이상 데뷔가 늦은 후배 영화배우였습니다. 저는 그 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그분은 김기덕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정말 비참합니다. 그들에 비하면 저는 명성도 권력도 아무 힘도 없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건의 후유증으로 배우 일도 접었습니다. 같은 여자 연기자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제가 영화계의 힘 있는 유명 배우였어도 그런 수모를 제게 줄 수 있는지 그 여성배우에게 묻고 싶습니다.

또 저와 함께 촬영현장에서 함께 연기했던 모 배우는 "어떤 분이 촬영하다 나갔다는 얘기만 들었다. 나조차 그 분을 직접 뵌 적이 없다"는, 왜 굳이 이런 거짓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저는 그 개인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분들과 원한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아니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는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거짓말하며, 이렇게까지 제게 가혹한 짓을 하는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다시 한 번만, 한 번만 더 사건의 증거들을 살펴봐주셔서 이 억울함을 풀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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