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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탄생기①] PD "장나라X손호준, 사진만 봐도 잘 어울려…부부같아"

기사입력 2017.12.13 12:45 / 기사수정 2017.12.13 12:13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올 가을 12부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청자의 마음을 웃기고 울린 예능드라마가 있다. '고백부부'는 '타임슬립'이라는 식상한 소재, '금토드라마'라는 불리한 시간대 등을 이겨내고 많은 시청자를 브라운관 앞으로 모았다. 

지난 11일 '고백부부' 하병훈 PD(이하 하)와 권혜주 작가(이하 권)는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가진 티타임을 통해 '고백부부'의 탄생부터 캐스팅, 마무리 작업까지 제작기를 밝혔다. 

'고백부부'는 권태기를 겪고 있는 38세의 동갑내기 커플이 처음 사랑에 빠졌던 20살로 타임슬립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에 많은 부부들이 맥주 한잔하면서 '고백부부'를 시청했노라고 SNS를 통해 고백, 드라마의 화제성을 높였다.

- 하 : "처음에는 '또 타임 슬립이냐', '또 웹툰 원작 드라마냐' 등 반대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다르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이 실제 과거로 간 것처럼 체험하고,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길 바랐다. 그래서 드라마를 시청한 후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했다. 목표를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간 작가님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배우들 덕분에 예상보다 큰 반응이 있었다."

- 권 : "하병훈 PD와 둘이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미혼에, 육아를 안 해봤지만,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이렇지는 않을까?'하고 생각하며 진심을 다했다. 하 PD님이 현재 육아 중이시다 보니 디테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주변 친구들과 선배 언니들이 거의 일선에서 일하다가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 그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했다."


'고백부부'는 웹툰 '한 번 더 해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그러나 '고백부부'의 원작이라는 말에 웹툰을 찾아보는 드라마 팬들은 '19금'이라는 연령 고지에 한 번,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전개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마음의 소리'를 통해 웹툰 원작의 드라마 제작을 시도하고 성공시켜본 적이 있는 하병훈 감독과 권혜주 작가다. 이들이 '고백부부'라는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고, 또 이렇게 각색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 권 : "원작이 2회 정도 나왔을 때 그 웹툰을 접했다. 원래 부부 이야기를 하고 싶던 차였다. 그런데 소재를 듣자마자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뒷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30대 부부가 과거로 타임슬립하고 현재에 아이가 남아있다'는 스토리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넣었다.

- 하 : "'마음의 소리'를 하면서 첫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집에 잘 못들어가서 와이프가 독박육아를 했다. 그때 이 웹툰을 처음으로 접했고, 보자마자 '나 이거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살 색이 너무 많다'고 거절당했지만, '다르게 풀어갈 것'이라고 설득하고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끝에 '고백부부'가 탄생할 수 있었다.


'고백부부'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극을 이끌어 간 작가와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가 미혼이라는 것이다. 어떤 작품보다 사실적으로 유부남과 유부녀의 감정을 담아냈고, 이를 표현해 낸 작품이라 이 사실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작가가 미혼인 상황에서 주인공들까지 미혼으로 캐스팅하는 게 어느 정도 위험 부담도 있었을 터. 하 PD와 권 작가는 장나라와 손호준을 '고백부부'의 마진주와 최반도로 캐스팅한 이유로 '비주얼 케미'를 꼽았다. 

- 하 : "장나라 배우는 실제로 봤을 때 너무 동안이시더라. 원래는 20대의 마진주를 젊어 보이게 하기 위한 CG팀을 준비해뒀는데 오히려 30대의 마진주를 나이들어 보이려고 주름을 그릴 정도였다. 외향적인 건 완벽했다. 연기적으로는 장나라, 손호준 모두 너무 잘해줬다. 처음 캐스팅을 하고 사진을 붙여놨는데 너무 잘 어울리더라. 권 작가와 둘이서 '둘이 진짜 부부 같아'라고 이야기했다."

'고백부부'는 그렇게 차근히 현실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타임슬립이라는 소재 안에서 풀어냈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과거로 돌아간 부부였지만, 그들 앞에 큰 사건이 존재한다기보다는 소소한 사건들로 둘의 감정을 깨달아갔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은 엄마의 마음이 다양한 장면들로 세심하게 표현됐다. 특히 엄마가 된 뒤 짧은 치마를 입지 못하는 마진주의 사연은 많은 엄마들의 공감을 샀다. 미혼인 권혜주 작가는 라디오 사연을 통해 에피소드의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권 : "대본 작업을 할 때 라디오를 계속 틀어놨다. 라디오만큼 주부들의 생활을 담아내는 매체가 없어서, 늘 라디오를 들었다. 그리고 그 대본을 쓸 때 하필 그 사연이 나왔다. '애 엄마인데 짧은 치마를 입어도 될까요?'라는 사연을 보고, 이를 녹여내고 싶었다. 또 엄마가 된 여자의 감정은 친한 언니한테서 들은 말을 참고했다. '아기를 보고 있으면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 나만 빼고 세상이 돌아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어떤 감정인 지 알 것 같더라. 세상은 돌아가는데 나만 정체되는 기분. 그걸 대본으로 썼더니 연출로 더 잘 표현되어 신기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사건들 중에서 후반부 마진주가 최반도에 대한 감정을 결정적으로 깨닫는 반도의 교통사고 신은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 묻자 권혜주 작가는 소소함이 강점인 '고백부부'에서 교통사고라는 사건을 넣은 이유를 설명했다. 

- 권 : "위험한 상황을 주고 싶었다. 사고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주와 반도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들인데 그걸 잊고 살아오지 않았나. 그래서 둘 중 한 명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실을 더 깨달을 수 있을 거로 봤다. 또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가족 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반도와 진주의 관계를 한 번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티타임 중 하병훈 감독과 권혜주 작가는 계속해서 서로를 칭찬했다. 감독은 작가의 대본을 들어 "도핑테스트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작가는 감독의 연출법을 "내가 쓴 대본의 메시지를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잘 표현해줬다"고 칭찬했다.

-하 : "모두 잘 썼지만, 11회 12회 대본을 보고 도핑테스트를 한 번 해보자고 말했다. 내가 아는 작가님이 아닌 것 같았다. 대사부터 장면까지 너무 잘 써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평소의 작가님은 워낙 공감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 그게 장점인 것 같다. 가끔은 너무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드라마는 무엇보다 대본이 중요하다. 대본이 좋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대사가 좋다는데, 그걸 표현 못 하면 내 탓이라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있다."

- 권 : "대본을 쓸 때 늘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썼다. 그런데 후반부에서는 그럴 시간이 부족해서 많이 하지 못했다. 초반 장면들이 잘 표현되는 건 대화를 많이 나눠서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서도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그대로 되는 걸 보면서 깜짝 놀랐다. 정말 대본에 들어갔다가 나오신 줄 알았다. 또 예능드라마다보니 코미디 신도 잘 살려주셔서 우리 드라마가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1회를 보고 나서 PD님께 전화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백부부' 탄생기②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KBS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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