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글래스고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스코틀랜드 최고의 더비매치가 열렸다. 일명 올드 펌(Old Firm)이라 불리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라이벌 매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더비이자 가장 폭력적인 더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날 381번째 맞대결의 승자는 셀틱이었다. 후반 13분 스콧 맥도날의 통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1-0 승리를 거둔 셀틱은, 20라운드를 치른 현재 16승 2무 2패(승점 50점)로 43점인 레인저스와의 승점차를 더욱 벌리며 리그 4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셀틱과 레인저스의 첫 만남은 정확히 120년 전인 1888년 5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셀틱의 5-2 승리로 시작된 두 팀 간의 더비매치는, 정치와 문화 그리고 종교적 갈등이 뒤섞인 오랜 역사를 지닌 세계적 더비 매치로 오늘날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두 팀의 더비 매치는 앞서 언급했듯이 매우 폭력적인 더비 매치이다. 이는 애초부터 달랐던 탄생배경에서부터 출발한다. 셀틱이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반면, 레인저스는 북아일랜드의 영국귀속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주축을 이뤘다.
애당초 구단을 지지하던 팬들의 성격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이는 종교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19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은 종교 문제로 많은 차별을 받았다. 전체 인구의 대다수가 신교도를 믿는 영국에서 가톨릭을 지지하는 아일랜드인들은 언어는 물론 종교적 탄압 속에 힘든 시절을 보냈다.
결국 오랜 독립 운동에서 불구하고 북부 신교도들로 인해 아일랜드는 남과 북으로 찢어졌고 당시의 모든 울분과 복수심이 그대로 축구장으로 옮겨지며 그라운드의 전쟁이라는 셀틱과 레인저스간의 올드 펌 더비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간의 종교 대결로 대비되는 올드 펌은 라이벌 매치라기 보단 총성 없는 전쟁에 가깝다. 올드 펌이 열리면 양 팀 서포터들은 매우 폭력적으로 변하며 서로를 향한 거침없는 욕설을 아끼지 않는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처럼 증오의 대상인 상대팀과 같은 스폰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셀틱과 레인저스를 지원하는 스폰서에 대한 배려 때문인데, 관계적으로 두 팀은 같은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다. 이는 스폰서가 다를 경우 상대팀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집단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기 때문이다. 현재 셀틱과 레인저스의 스폰서는 영국의 유명한 맥주회사인 칼링(Carling)이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많은 팬들 확보하는 두 팀 중 한 팀이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상상해보라.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 팀 간의 선수 이적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실천에 옮길 수 없는 일이었다. 셀틱의 경우 그다지 완강한 정책을 펼치지 않았으나 레인저스는 아일랜드계 혹은 가톨릭을 종교로 삼고 있는 선수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물론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 레인저스의 그램 소네스 감독은 과거 셀틱의 선수이자 가톨릭 신자인 마우리스 존스턴을 영입하며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감독도 예의는 아니었다. 레인저스가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것이 10년 전인 1998년이다. 당시 레인저스에 첫 입성한 외인 감독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다.
셀틱과 레인저스는 스코틀랜드 리그를 독식해 왔다. 이는 서로를 이기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것으로, 하츠와 애버틴 그리고 던디 유나이티드를 제외하곤 양 팀의 독주를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스레 두 팀의 시선은 더 큰 물로 향하고 있다. 그로인해 셀틱과 레인저스는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 참가하길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스코틀랜드 내에서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 셀틱과 레인저스가 빠져 나갈 경우 스코틀랜드 리그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코틀랜드에서 차지하는 ‘올드 펌’ 더비 주인공의 비중은 크다.
[사진=ⓒ셀틱 구단 홈페이지 캡쳐, ⓒ레인저스 구단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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