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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AOI 스페셜 최종] 김연아를 생각한다면 때론 놔줘라

기사입력 2008.12.27 02:40 / 기사수정 2008.12.27 02:4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4일과 25일,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김연아는 함박웃음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AOI(Angels on Ice)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김연아만 피곤한 것이 아니었더군요.

김연아와 함께 AOI에 참가했던 국가대표 선수인 김현정(16, 군포 수리고), 김민석(15, 불암고), 곽민정(14, 평촌중), 윤예지(14, 과천중), 이동원(12, 과천초) 등은 모두 홍콩에서 벌어진 아시안컵트로피에 참가하고 바로 이번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심신이 피로했지만 그 와중 속에서도 이번 공연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김연아와 국내 선수들이 한 무대에 자리하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스케이팅을 인기 종목의 반열로 올려놓은 김연아의 효과는 자라나는 유망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공연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케이터는 김연아였습니다. 피겨를 직접 배우는 선수들이 김연아를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점은 의미가 깊습니다. 김연아의 기술과 표현력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확인하려면 직접 피겨를 하는 선수들의 증언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김연아가 가진 행사 중에서 가장 뜻 깊었던 자리는 16일 고려대 아이스링크에서 있었던 '피겨꿈나무 클리닉'과 'AOI'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사회에서 김연아는 단지 특정한 스포츠 스타의 신분이 아닙니다.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각종 매체와 광고주들은 김연아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스포츠 스타가 대중 매체를 통해 상업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국내에 머무는 기간이 적은 김연아는 한국에 머물고 있는 동안, 자신의 인기와 명성에 걸맞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하루도 숨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김연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선 시즌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연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매일 스케줄을 소화해야하는 상황에서도 훈련을 거르지 않고 있습니다. 피겨 선수가 시즌 기간 동안 며칠 쉬는 것은 치명적인 일입니다. 김연아가 매일 훈련을 빼놓지 않는 것은 스케이터로서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금이 시즌 기간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김연아가 대중매체를 철젛리 외면하고 훈련에만 전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스포츠 스타로서 특정 기업에게 후원을 받고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어 있는 김연아는 자신의 이미지를 공개해 수익과 이익을 남겨야 되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이러한 속성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다른 특정한 스포츠 스타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잘 포장해 상업적인 목적을 노리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궁극적으로 스포츠를 통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이 최우선시 되는 게 오늘날의 스포츠 계입니다.

김연아가 각종매체에 출연하고 스폰서 기업과 후원을 맺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김연아 당사자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그녀 스스로가 시즌을 운영하는데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 이러한 일은 어느 정도 자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연아는 국민적인 스포츠 스타를 넘어서서 대중적인 아이돌로까지 인식되고 있습니다. 점프력과 기술, 안무와 표현력 등이 현존하는 여자 스케이터들 중 최고 수준을 가지고 있는 김연아지만 뛰어난 노래 실력과 엔터테이너적인 기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이미지는 피겨 스케이터뿐만이 아니라 대중적인 기호를 사로잡는 '아이돌'의 모습도 매우 강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김연아가 대중적인 '아이돌'로서 격상되었다는 말에는 그리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유는 김연아 자신이 그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죠.

스포츠 스타들 중, 자신의 '끼'를 보여주는 차원이 아닌, 그것을 이용해 상업적인 효과를 노리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리고 은퇴 후,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진출하려는 전략을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항간에 김연아가 이것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김연아는 '스케이트'에 모든 것을 마친 18세의 소녀일 뿐입니다. 그녀가 걸어온 과정과 일관적으로 대답하고 있는 답변들을 보면 누구라고 김연아가 '스케이터'로서 남고 싶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중적인 '아이돌'은 시시콜콜한 사연까지 일거수일투족으로 조명 받습니다. 김연아 스스로도 이러한 부분이 가장 곤혹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은 스케이터일 뿐인데 그 이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면 부담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중에게 비춰지는 이미지는 매스컴의 기호를 통해 순식간에 돌변합니다. 김연아는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수 있고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것은 그녀가 ‘피겨 스케이터’로서 그러한 모습을 잠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점은 단지 김연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왜 일부 스포츠 스타들이 유명세를 사양하고 훈련에만 열중하는 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는 성숙한 풍토도 자리 잡아야겠지요.

다가오는 2009년은 김연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해입니다. 올림픽을 앞둔 이 시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김연아를 위해 손길을 자주 내미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때론, 그녀를 위해 먼발치에서 미소만 전해주는 태도도 필요할 것입니다.



[사진 = 김연아 (C) 전현진 기자, 김연아 삽화 = 배정미]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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