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2.16 03:11 / 기사수정 2008.12.16 03:11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산소탱크’ 박지성(27)은 속된 말로 잘 나가고 있다. 노쇄한 라이언 긱스는 박지성을 피해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했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나니는 최근 벤치 멤버로 밀려난 상태다. 이전까지 박지성을 주로 약팀 전용 선수로 출전시키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이젠 주로 강팀을 상대로 내보내며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처럼 잘 나가는 박지성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현지 언론은 물론 국내 언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지적하고 있는 '득점력'이 그것이다. 이젠 너무 들어 익숙해진, 박지성 하면 산소탱크란 별명이 따라붙듯이 골 결정력 부족은 꼬리표처럼 박지성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박지성 본인도 "기회가 왔을 때 결정을 짓지 못하는 부분을 빨리 고쳐서 조금 더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며 골 결정력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분명한 사실은 박지성이 골을 터트리기 위해 매 경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박지성은 측면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최전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이는 적극적인 문전 대시와 함께 박지성의 득점을 높이는데 적잖이 기여를 해 왔다. 또한, 최근에는 이전과 달리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도 적극적인 슈팅을 통해 득점을 노리고 있다. 특유의 이타적인 움직임과 팀플레이는 유지하되 조금씩 욕심을 내며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올 시즌 맨유 공격진의 움직임에 있다. 지난여름 거액을 주고 영입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가세는 역동성이 주된 무기였던 맨유 공격진에 변화를 가져왔다. 겉으로 보기엔 웨인 루니의 투톱 파트너가 카를로스 테베즈에서 베르바토프로 바뀐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아한 ‘백작’ 베르바토프의 스쿼드 합류는 박지성에게 더 높은 골 결정력을 요구하고 있다. 베르바토프는 최전방 공격수이다. 그러나 그는 상대 골문 깊숙한 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마치 미드필더처럼 볼을 받기 위해 자주 내려오며 패스를 받기보단 패스를 주는데 더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
이로 인해 최전방은 베르바토프 보다 박지성이 더 자주 움직이는 활동영역이 됐다. 문제는 이 같은 플레이가 큰 효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르바토프는 2선에서 패스 전개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개척해 나간다. 하지만, 그럴 경우 최종적으로 전방에 위치한 선수는 키가 작은 박지성이다. 웬만큼 정확한 크로스가 아니고서야 박지성이 볼을 따내기란 쉽지 않다.
베르바토프의 영입이 나니 보다 수비력이 좋은 박지성의 가치를 상승시키는데 일정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전방 공격수라기보단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움직임을 선보이는 베르바토프는 박지성에게 득점을 부추기고 있다. 베르바토프가 올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득점은 단 2골이다. 그것도 리그 최하위 스토크 시티와 웨스트 브롬위치를 상대로 성공시킨 것들이다.
이 때문에 최근 맨유 팬들 사이에선 '디미타르 베론'이란 듣기 거북한 별명마저 생긴 상태다. 엄청난 거액을 들여 영입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나치게 우아한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 과거 맨유에서 활약한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르바토프에 대한 퍼거슨의 믿음은 여전히 확고한 상태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르바토프는 훌륭한 선수다. 아직 그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환상적이다. 그처럼 경기에서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내는 선수는 드물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퍼거슨이 베르바토프의 지금과 같은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즌의 절반이 흘렀음에도 맨유 내에서 베르바토프의 능력은 극대화되지 않고 있다. 팀 동료들과 다른 능력은 눈에 띄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지성으로서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밝혔듯이 베르바토프에 대한 퍼거슨의 믿음은 매우 크다. 큰 문제가 없는 이상 베르바토프가 주전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때문에 이전과 같이 문전에서 볼을 기다리는 움직임보다는 베르바토프의 패싱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공간 침투를 자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많은 연습과 두 선수 간의 호흡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최소한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지금의 움직임보다는 득점에 더욱 가까운 플레이가 될 것이다.
[안경남의 풋볼뷰] 축구공은 하나지만 그 안에서 수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풋볼뷰(Football-view)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축구를 보는 재미를 더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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