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현우는 MBC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대한민국을 왜곡되게 조종하는 기득권 세력에게 통쾌한 일격을 날리는 도둑 J 장돌목 역을 맡아 50부작을 이끌었다.
돌목은 어린 시절 악인 윤중태(최종환 분)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장판수(안길강)의 손에 길러졌다. 판수의 아내(정경순)는 어린 돌목을 구하다가 죽임을 당했고, 형 준희(김지훈)와 오해도 쌓였다. 이후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신은정)와 눈물 속에 재회했다. 복합적인 감정을 요구하는 역할이었다.
“몸으로 하는 액션은 힘들지 않은데 대사 부분이 훨씬 힘들었어요. 말이 가진 힘이 크니까요. 장치 없이 대사로 해결해야 하니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고민했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돌목의 심정은 어떨까‘를 중점으로 두면서 연기했어요. 영화는 어디가 클라이맥스인지 아니까 강하게 연기할 수 있는데 드라마는 찍어가면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목요일에 대본을 받아서 금요일에 바로 세트를 찍느라 내가 연기를 어떻게 했었지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일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 신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전반적으로 보고 연결고리를 생각하게 돼요."
‘도둑놈 도둑님’은 독립군과 친일파 손자들을 등장시켜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같은 도둑이지만 누군가는 '님'이 되고 누군가는 '놈'이 되는 세상을 풍자했다. 민초들의 편에서 정의를 실현한 홍길동처럼, 정의의 도둑 J가 된 돌목의 활약을 담아 통쾌함을 줬다.
지현우는 학교 폭력을 다룬 ‘앵그리맘’, 노동자 문제를 담은 ‘송곳’,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반영한 원티드‘에 이어 ’도둑놈 도둑님‘까지 사회적인 비판을 담은 드라마에서 열연했다.
“사회적인 문제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그런 작품을 하다 보니까 캐릭터를 연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제를) 보게 돼요. ‘송곳’ 외에 ‘앵그리맘’, ‘원티드’ 등은 초고가 더 셌어요. 대본이 수정되면서 강도가 약해졌고 연구할 시간도 적어져 아쉬웠죠. 개봉 예정인 영화 ‘트루픽션’도 사회적 문제를 다룬 류의 영화인데 연달아서 사회적인 작품들에 출연한 게 신기하더라고요.”
중년 배우들과 아역, 젊은 배우들이 어우러졌다. 지현우는 김지훈, 서현 등과 주로 호흡을 맞췄다. 김지훈과는 친형제보다 더 진한 감정이 녹아 있는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발산했다.“김지훈과 12년 전에 방송된 ‘황금사과’에서 형제로 나왔어요. 교육방송에서 ‘요리조리 팡팡’을 했는데 지훈이 형이 1기 MC, 저는 2기 MC였고요. 중간에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같이 하면서 지훈이 형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연기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고 연기하는데 저 사람이 진심으로 하는 건지, 가짜로 하는 건지 느껴지거든요. 드라마는 중요한 신이어도 연극처럼 맞춰보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하는데 지훈이 형은 집중하고 애착을 갖고 연기했어요. 그런 모습이 같이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고 힘이 되더라고요. 형과 우는 신이 많았어요. 여자와도 계속 우는 장면을 찍는 건 힘든데 남자와는 더 찍기 쉽지 않거든요.(웃음) 그런데 형에게 의지했고 형도 마음을 열어서 잘할 수 있었어요. 지훈이 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힘들지 않았나 해요.”
서현(서주현)과는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도둑놈 도둑님‘으로 첫 지상파 여주인공을 꿰찬 서현은 거침없는 강소주 역을 맡아 연기자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지현우는 “열심히 하는 바른 친구”라며 칭찬했다.
“소녀시대가 팬덤도 많고 가요계에서 정상에 있던 친구인데 버릇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인성이 좋더라고요. 가끔 진지하게 얘기도 하고 혼내기도 했는데 잘 듣더라고요. 그래서 더 잘 챙겨주고 싶었죠. 제가 그 친구에게 잘해줘야 그 친구도 편하게 호흡할 수 있으니까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에너지도 있어요. 연기자로 전향했는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지현우는 나이가 들면서 20대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연기폭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깊어졌다.
"한 살 한 살 먹을 수록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요. 20대에는 1차원 적이었거든요. 내 할 것만 하고 작품도 2개씩 같이 하면서 일도 많이 했어요. 서현에게도 얘기했는데, 10년 동안 2주도 쉬어본 적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회사(SM엔터테인먼트)를 나왔으니 너만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화려한 생활을 했던 친구잖아요. 일이 없어서 쉬어보기도 하고 가끔은 외롭기도 하고 일반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면 연기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배우들과 힘을 합쳐 50부작을 무사히 마쳤다. 늘 그래왔듯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단다.
우리 직업은 불안한 직업이에요. 안정되지 않은 직업이고요. 선배님들이 항상 얘기하는 게 책을 많이 읽고 인생 경험도 많이 하라고 해요. 상상력, 창의력 싸움이라고요. 자존감에 관련된 책도 많이 보고 있어요. 최종적인 목표는 신뢰감을 주는 배우예요. 꾸준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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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