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2.10 09:33 / 기사수정 2008.12.10 09:33
지난 7일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3월에 시작해 12월에 끝나는 국내 프로축구와 달리 유럽은 한창 리그가 진행 중에 있다. 물론 살벌한 추위와 싸워야 하는 러시아 리그는 한국과 비슷한 기간 경기가 치러진다. 그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리그가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지금, 유럽에서 활약 중인 태극전사들의 전반기를 되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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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올 시즌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을 누비는 태극전사는 3명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산소탱크' 박지성(27)과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이하 WBA)의 '썬더볼트' 김두현(26) 그리고 풀럼의 '스나이퍼' 설기현(2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때 5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였던 프리미어리거는, K-리그로 컴백한 성남 일화의 이동국(前 미들즈브러)과 독일 분데스리가로 적을 옮긴 이영표(前 토트넘 핫스퍼)로 인해 지난 시즌(4명) 더 줄어든 상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럽 리그는 단연 EPL 이다. 케이블 TV를 통해 K-리그 보다 더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각종 포털사이트의 해외축구란을 뒤덮고 있는 EPL 관련 소식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선수가 가장 많이 활약해 왔다는 지극히 단순한 명제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008/09 시즌 프리미어리거들의 전반기 성적표는 어떠할까?
▲ 주전으로 거듭난 맨유 박지성, 그에게 남은 건 '득점'
박지성이 올 시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경기는 지난 8월 모나코에서 열린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이하 제니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수퍼컵이다. 시즌 초반 가벼운 무릎 통증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박지성은 제니트와의 경기에서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서서히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맨유는 제니트에 1-2로 패한다.) 이후 1-2로 패한 리버풀과의 176번째 '붉은 전쟁'에 결장한 박지성은 비야레알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에 선발 출전하며 정상 컨디션에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박지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못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엔트리 제외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데다 하필이면 다음 경기가 당시 결승전 상대였던 '강팀' 첼시였기 때문이다. 맨유 입단 이래 박지성은 주로 '약팀'을 상대로 경기에 투입되며 약팀용 선수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때문에 올드 트래포드도 아닌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박지성의 선발 가능성은 그다지 커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보란 듯이 선발 출전시켰고, 박지성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전반 18분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첼시전 선제골은 이후 박지성의 입지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약팀 전용 선수라는 이미지를 깨트림과 동시에 공수양면에서 경쟁자 나니 보다 우위에 있음을 알린 까닭이다. 그러나 곧장 출전 시간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퍼거슨은 이후 나니와 박지성을 번갈아 출전시키며 두 선수의 경쟁심을 더욱 부추겼다.
볼튼전은 박지성, 올보르BK전은 나니 그리고 다시 웨스트브롬은 박지성, 셀틱은 나니가 선발 출전했다. 그러는 와중에 한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10월 웨스트햄전을 시작으로 헐 시티, 셀틱전까지 모두 나니에게 선발 자리를 내준 것. 하지만, 위기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비록 패하긴 했으나 '라이벌' 아스날전에 선발 출전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박지성은 퍼거슨의 확실한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열린 4차례 리그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한 사실은 이를 방증해 준다.
확실히 최근 흐름이 좋은 박지성이다. 소위 '잘 나간다.' 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완벽히 주전 자리를 꿰찬 것은 아니다. 첼시전 이후 득점 소식이 없는 그는 최근 적극적인 슈팅과 문전 쇄도로 골을 노리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반환점을 앞두고 있을 뿐이다. “아직 더 발전해야 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박지성이다.
김두현의 시즌 출발은 매우 좋았다. 토니 모브레이 감독의 신임 속에 아스날과의 리그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김두현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단숨에 WBA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넓은 시야와 볼튼전 골대를 강타한 강력한 슈팅은 김두현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팀의 성적이었다. 김두현이 선발 출전한 3경기에서 WBA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자연스레 웨스트햄과의 4라운드를 시작으로 교체 멤버로 밀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꾸준히 교체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위기는 지난 9월 미들즈브러 원정 경기에서 발생했다. 선발 출전한 김두현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무릎에 부상을 입고 그라운드 밖으로 실려 나왔다. 김두현은 11월이 돼서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감각이 떨어진 김두현은, 3연속(리버풀-첼시-스토크 시티) 선발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신임을 잃은 것일까. 김두현은 이어진 위건 애슬레틱과 포츠머스 경기에서 선발이 아닌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교체 투입도 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경기 감각이었다. 최근 김두현의 에어전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모브레이 감독이 김두현의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며 연속 결장에 대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김두현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받으며 떨어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벼랑 끝에 내몰린 모브레이 감독이 보다 안정적인 카드를 선호하고 있어 당분간 김두현에게 힘겨운 싸움이 될 전망된다.
▲ 개막전 선제 헤딩골, 그러나 잊혀진 풀럼의 설기현
헐 시티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릴 때만 하더라도 설기현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측면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전향한 설기현은, 시즌 초반 보비 자모라와 투톱을 이루며 매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천만 파운드(약 210억원)의 사나이 앤디 존슨이 부상에서 복귀하자 설기현은 벤치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후 설기현은 좀처럼 교체 멤버를 활용하지 않는 로이 호지슨 감독의 옹고집으로 인해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9월 번리와의 칼링컵 경기에 90분 활약했을 뿐 정규리그에서 그가 뛴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최악의 9월을 뒤로하고 10월을 맞이했으나 상황은 더 나빠졌다. 5라운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존슨이 퇴장을 당하며 다음 상대인 웨스트브롬전 선발 출전이 유력시됐으나 자모라 원톱을 내세운 호지슨 감독의 전술에 의해 후반 20분 그라운드를 밟는데 만족해야 했다.
웨스트브롬전을 끝으로 설기현은 풀럼에서 완벽히 잊혀 진 사나이가 됐다. 10월에 열린 포츠머스와의 원정 경기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후 열린 7경기에선 모두 출전 엔트리마저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팀 내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이상, 웬만해선 교체없이 경기를 끝내는 '옹고집' 호지슨 감독 아래서 향후 설기현이 출전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제3의 공격 옵션으로 에릭 네블란드를 투입하고 있는 점도 풀럼에서 더 이상 설기현이 설 자리가 없음을 시사해 준다.
현재로선 풀럼을 떠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보여 진다. 물론 타 팀 이적이 곧 설기현의 출전을 보장해 주진 않지만, 선수에게 경기 출전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서 뛰는 것이 선수 본인은 물론 팀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겨울 이적시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택은 설기현의 몫이다.
[사진=박지성 ⓒ엑스포츠뉴스, 김두현 ⓒWBA 구단 공식 홈페이지, 설기현 ⓒ풀럼 구단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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