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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9단 '소리없이 강하다!'

기사입력 2005.04.02 02:02 / 기사수정 2005.04.02 02:02

최수민 기자

박영훈 9단 ‘소리없이 강하다’

박영훈 9단이 요즘 ‘뜨고’ 있다.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삼강의 후광에 가려 두 번의 세계대회 우승 기록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박영훈이 요즘 국내무대에서도 종횡무진 활약을 보이며 조금씩 한국바둑을 이끌 거목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력에 비해 과대평가 받는 경우도 많지만 그와 반대로 실력에 비해 저평가 되거나 주목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송아지 삼총사의 일원인 박영훈 9단은 사실 실력과 이뤄놓은 성적에 비해 한국 바둑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린왕자’라는 거창한 별명에 비해 왕자대접을 못받은 셈이다.
 
박영훈 9단은 19세의 나이에 세계대회를 제패하고 입신에 오른 국제적인 기사다. 그는 현재 2005년 다승 1위(18승), 승률 2위(81.8%, 조훈현 1위 91.7%), 최다대국 1위(22국)를 달리고 있어 한국 최연소 9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놀라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8회 삼성화재배 준우승, 17회 후지쯔배 우승, 1회 중환배 우승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했으며 근래 들어서는 국내 무대에서도 안정권에 올라 한국의 대표적인 바둑기사로 꼽히고 있다. 

그는 올 초 대만에서 열린 중환배에서 왕리청 9단을 백불계로 누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일본의 자존심 요다 9단을 누르고 후지쯔배 우승을 거머쥐며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하더니 이제는 어엿한 세계대회 2관왕에 오른 기사가 됐다. 

첫 세계대회 우승이었던 후지쯔배에서는 유키사토시, 장쉬, 야마시카 게이고 등 일본의 기사들을 물리쳐 ‘일본기사 킬러’로 불리는 영예을 얻기도 했고 이 우승으로 6단에서 9단으로 승단해 입단 5년만의 9단 승단이라는 제일 빠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박영훈의 우승으로 인해 한국은 후지쯔배 7연속 우승이라는 전례없는 진기록을 남겼고 박영훈 개인으로는 2003년의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준우승에 그친 불운을 말끔히 해소한 기쁨을 얻었다.

                    ▲ 후지쯔배 11회부터 17회까지 7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한국


박영훈은 세계대회에서 두 번의 우승을 이뤄낸 것에 비해 국내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세계대회 우승이 없음에도 국내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최철한 9단과는 정반대다. 국내 경력은 2001년 제6회 천원전 우승 뿐. 그러나 올해 박영훈은 제 24기 KBS바둑왕전에서 8강에 올랐고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에서 준결승에 오르는 등 국내 무대서도 상승기를 보이는 중이다. 기성전에서는 최철한과 2-1로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 

그의 바둑은 제비를 연상시키는 빠른 행마가 돋보인다. 또한 형세판단과 끝내기에 뛰어나다. 어쩌면 박영훈 바둑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은 그의 스타일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이창호의 두터운 바둑 스타일도 아니고 이세돌처럼 날카롭고 화끈한 스타일도 아닌 수비형에 가까운 바둑이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뛰어난 스트라이커에 가려 능력 있는 수비가 덜 주목받게 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직 확실한 바둑 색깔을 보이지 않은 기사지만 국제기전에서 보여주는 바둑은 내용상으로도 훌륭해 많은 극찬을 받는다. 형세판단능력이 이창호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연성과 균형을 두루 갖춘 기사다. 어리지만 세계무대에 강한 박영훈 9단.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질지 그의 앞날이 주목된다.


 
[박영훈 9단 약력]  


1999년 : 입단
2000년 : 제8기 배달왕 본선
2001년 : 윤성현을 꺾고 천원 우승(최저단 타이틀획득 타이기록 작성, 서봉수의 명인 획득과 타이). 바둑TV배 신예연승최강전 준우승. 신인왕전, KT배프로기전, 신예프로10걸전, 패왕전 본선. 49승 21패로 다승랭킹 7위.

2002년 : 제4회 춘란배 본선, 제1회 KTF배 본선, 제6회 박카스배 한중천원전 우승, 제4회 농심辛라면배 한국대표(4연승 활약, 한국우승).

2003년 : 4단 승단. 제2회 KT배 4강. 제16회 후지쯔배 16강. 제22기 KBS바둑왕전 본선. 제8기 LG정유배 본선. 제8기 박카스배 천원전 본선. 제37기 패왕전 본선. 제3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준우승. 제15회 기성전 본선. 제14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 제8회 삼성화재배 준우승.

2004년 :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청룡부 4강. 제16회 후지쯔배 8강진출. 제4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본선. 2004한국바둑리그 본선(제일화재 주장). 제15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 6단승단(6월). 제17회 후지쯔배 우승(대 요다노리모토). 제9회 삼성화재배 8강 진출. 제1회 중환배 본선진출. 제16기 기성전 8강진출. 제9기 LG정유배 준우승.

2005년 : 제1회 중환배 우승(대 왕리청). 제16기 기성전 도전권 획득(최철한 9단과 격돌). 제10기 박카스배 천원전 본선진출. 제15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선진출.  



<사진과 약력의 출처는 한국기원입니다.>



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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