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아동 성폭력과 이를 목격한 또 다른 피해자. 드라마에서 쉽게 다룰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소재다. 이를 연기한 박은빈도 조심스럽지 않았을까.
"여성이라면 직간접적으로 성에 관련된 피해를 본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나라든요. 효진이 혹은 지원이 같은 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대본에 주어진 대로 감정선을 최대한 잘 따라가는 게 목표였고, 그 점에 있어서 예쁜 구두와 허름한 운동화라는 사소한 이유로 두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작가님이 표현한 데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마지막 회에서 지원이가 다른 피해자의 녹취를 들은 뒤 우는 장면은 '청춘시대2'의 명장면 중 하나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안도감을 느끼고, 그런 자신이 부끄러웠던 경험은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보편적인 감정이다.
"두 아이는 비슷한데 사소한 이유로 달라졌고, 어찌 보면 내가 그 사람이 아니어서 안도하면서 미안해지는 그 마음이 또다시 반복되는 거죠. 남의 상처와 고통, 불행을 다행이라고 여기는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는 게 다면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감정이어서 공감이 많이 됐고요.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 슬펐어요. 또 안도하면서도 그런 자기를 자책하니까 다행이구나 싶었어요. 많이 와닿았던 장면입니다."
작품 후반의 송지원은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는 진중한 모습이 많이 부각됐는데, 그래도 곳곳에서 유쾌한 송지원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전생 체험 에필로그에서는 박은빈의 뻔뻔한 연기가 더 빛을 발했다. '히히힝~'하고 말소리를 낸 뒤 '푸르르'까지 놓치지 않은 그 연기는 굉장히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원래는 노새예요. 근데 노새 소리는 약간 까마귀 같아서, 시청자들이 착각할 거 같았어요. 그래서 말소리를 내기로 하고 스태프들에게 물어봤죠. 한 명이 정말 기가 막히게 내더라고요. 그걸 카피했어요. 사실 연습할 때는 잘 안되더라고요. 근데 주위에서 '언니는 슛 들어가면 더 잘 할 거예요'라고 했어요. 정말 딱 한 번 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어요. 근데, '푸르르'까지 하니까 현실이 직시 되면서 자동으로 웃음이 나왔어요. 감독님이 그 부분은 편집할 줄 알았는데 웃는 거까지 나왔더라고요. 보면서도 너무 부끄러웠어요."
작품 내에서도 이렇게 다른 매력을 자주 보여주는데, 작품이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와 '청춘시대'에서 박은빈은 완전히 딴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못 알아봤다는 말이 상처가 될 법도 한데, 박은빈은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한다.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이 적어도 제가 연기할 때는 다른 캐릭터들로 보였다는 말이니까요. 듣기 좋은 말이에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무슨 연기를 하든 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도록 연기를 해내는 게 큰 과제에요."
지난해 시즌1을 끝내고 인터뷰했을 때 박은빈은 '만족'에 대한 얘기를 했다. 자기만의 기준이 있고, 자기가 만족해야한다는 대선배의 조언이 마음 깊이 남았다고.
"이번엔 애정을 가진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고,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어요. 또 이번 작품에서 내가 모르는 나를 많이 본 것 같아서, 이런 점은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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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