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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삼 사태, 쓰디 쓴 약으로 삼기를 기원한다

기사입력 2008.11.21 11:44 / 기사수정 2008.11.21 11:44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프로스포츠가 성공 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앙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협의회를 포함하여 구단과 팬들이 한목소리를 낼 때 프로스포츠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2008년도 한국프로야구는 그런 점에 있어서 매우 훌륭한 성과를 냈다. 대내적으로는 500만 관중 돌파로 인하여 프로야구가 한국 프로스포츠의 제왕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됨은 물론, 대외적으로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인하여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등에 업은 것은 물론, 모처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와 각 구단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계의 안타까운 행보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은 직후에 항상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던 전례를 남기곤 했다.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도 잠시, 같은 시기에 펼쳐졌던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선수 선발에 명확한 기준을 두지 못한 채 일본, 대만에 나란히 덜미를 잡히며 동메달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야말로 국제사회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망신을 당한 꼴이었던 셈이다.

이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올림픽 금메달로 전국에 야구 열풍이 불었을 때, 준플레이오프에서 벌어진 일부 부산 팬들의 도를 넘어선 응원문화가 그러했다. 결국,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는 3연패로 주저앉아 버렸고, 이는 팬들의 도를 넘어선 응원문화가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 데에 기인하기도 했다.

흔히 '장원삼 사태'로 이야기되는 삼성-히어로즈 구단간의 현금 트레이드 사건 또한 같은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다. 지난 2주간 보여주었던 구단과 KBO, 그리고 각 구단의 팬들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결국 KBO의 '트레이드 불가' 방침으로 어느 정도 결론은 났지만, 이 사건으로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것은 장원삼 선수를 비롯한 트레이드 당사자들이라는 것이다.


▲ 본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장원삼 선수, 본인일 것이다

우리 집 뒷마당은 안돼!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라는 것은 자기 집 뒷마당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집단 이기주의를 뜻한다. 본 '장원삼 사태'의 경우도 각 구단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팬들 간의 감정싸움에 KBO가 조정능력을 상실해 버린,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씻을 수 없는 면모를 보인 것이다. 트레이드의 당사자들은 트레이드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KBO 규약의 약점을 파고든 반면, 나머지 6개 구단은 삼성과 히어로즈의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으로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양측 모두 법정싸움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대로 보여주었다.

여론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겉으로는 KBO를 욕하면서도 은근히 트레이드 승인을 바라는 일부 구단팬들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물론, 삼성팬들의 경우 자신들에게 왼손 에이스가 오는 데에 따른 환영의 목소리가 일방적이었다. 그 어디에도 '히어로즈 선수 영입'에 대한 양심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었다. 물론 해당 구단을 응원하는 팬으로써 좋은 선수를 영입한다는 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히어로즈의 경우 그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야구팬들은 없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당시에도 매너 있는 응원문화로 부산팬들을 압도했던 그때의 모습을 재현시켜 준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데에 따른 아쉬움이 남는다.

새출발을 위한 홍역

다행히 삼성-히어로즈 양 구단과 나머지 6개 구단은 KBO의 뜻을 존중하기로 하는 한편, 곧 있을 WBC에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상처가 많이 남기는 하였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모두가 한 걸음씩 물러난 것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새 출발을 위하여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걱정되는 것은 '제2의 장원삼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현금 트레이드’라는 명목을 쏙 숨겨버리고, 장원삼에 버금가는 카드로 1:1 트레이드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이드머니'가 추가된 이면 계약 역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일부 구단이 'KBO 총재가 바뀌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KBO 규약을 준수하는 것 자체를 바보로 여기는 풍조가 있기 때문이다.

'규약'이라는 것은 사문화되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빨리 고치기만 하면 그만이다. 모쪼록 이번 사태를 쓰디 쓴 약으로 삼아 한국프로야구 발전의 큰 밑거름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

[사진(C) =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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