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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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던' 2008년 축구대표팀

기사입력 2008.11.20 04:42 / 기사수정 2008.11.20 04:42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2008년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사우디전을 끝으로 2008년 한 해를 마무리한 '허정무호'는 출범 초기부터 심한 굴곡으로 잠시 위기를 맞았지만 기분좋은 마무리로 내년을 기대하게 했다.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부임한 것은 지난 해 12월. 7년 만에 ‘국가대표 사령탑 복귀’를 한 허 감독은 ‘해외파 감독’을 바랐다가 내심 실망한 축구팬들에게 “축구 인생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밝혔다.

허정무호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것은 올해 1월. ‘세대 교체’를 위해 출발부터 신진 선수를 대거 발탁하는 모험을 감행한 허정무 감독은 1월 30일, 칠레와의 평가전으로 공식 데뷔를 했다. 하지만 첫 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추운 날씨 속에서 잔뜩 움츠러들었던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결국 후반에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하지만 ‘해외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도르트문트), 설기현(풀럼)을 모두 불러들인 효과에 힘입어 투르크메니스탄과의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전에서 4-0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이 경기에서 대표팀의 ‘549분 무득점’을 깨는 절묘한 헤딩 선제골을 넣은 곽태휘(전남)가 ‘골넣는 수비수’라는 칭호를 받으며 일약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떠오르게 된다.

이어 벌어진 동아시아연맹 선수권에서는 중국을 3-2로 꺾으며 ‘공한증’을 이어간 것을 비롯해 북한, 일본과 각각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5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쁨도 맛봤다.

그러나 허정무호의 시련은 3월에 치러진 북한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북한과의 3차 예선에서 홈, 어웨이 모두 0-0 무승부를 기록한 것. 특히, 3월에 열린 어웨이 경기에서는 해외파들이 모두 출전했음에도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5월 31일에 치러진 요르단과의 홈경기에서는 2골을 먼저 넣고도 어이없는 수비 실수로 2골을 내주며 2-2 무승부를 기록했고, 1주일 뒤에 치러진 원정 경기에서는 박주영이 패널티킥을 성공시켜 1-0 승리를 기록했지만 개운치 않은 전술 운영으로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허 감독이 지난해 열린 아시안컵 대회 도중 음주 파문을 일으켜 대표 자격 정지를 받고 있던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사면 얘기를 꺼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조편성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북한, 아랍에미리트 등 버거운 상대와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된 대표팀은 올림픽이 끝난 9월 초, 다시 소집돼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요르단에 1-0,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인 북한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더욱 수렁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U-20(20세이하)대표팀 시절부터 두각을 보였던 ‘쌍용’ 기성용, 이청용(이상 서울)의 기술 축구를 바탕으로 한 콤비플레이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대표팀의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그래도 결과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허정무호는 '감독 경질설'까지 떠돌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10월로 접어들어 젊은 선수들의 투지가 살아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쌍용'의 환상적인 호흡에 의한 이청용의 골, 올림픽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이근호(대구)의 2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둔 것이다. 이어 아랍에미리트와의 월드컵 예선 2차전에서 완벽한 호흡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4-1 대승을 거뒀다.

특히 두경기 연속 2골을 뽑아내며 순도높은 골결정력을 과시한 이근호와 큰 키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로 공격수로서 경쟁력을 갖춘 정성훈(부산)이 대표팀 공격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또, 박지성이 처음으로 대표팀 주장을 맡으면서 분위기를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보여주었다.

상승세를 탄 분위기는 사우디아라비아 마저 격침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19년동안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사우디를 상대로 이근호, 박주영 두 젊은 '85년생 동갑내기' 공격수들의 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둔 것이다.

2008년 한 해동안 허정무호가 올린 성적은 8승 7무 1패. 첫 경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패한 이후, 1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기록했다. 득점에서는 박주영과 이근호가 나란히 5골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박지성, 곽태휘, 김두현(웨스트브롬위치)이 3골, 기성용, 이청용, 염기훈(울산), 설기현(풀럼)이 2골씩 뽑아냈다.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며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더 좋아진 모습으로 2009년,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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