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어느 때보다 길었던 추석 연휴, 각 방송사에서도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총파업으로 각종 방송이 결방 중인 MBC를 제외하고 KBS, SBS, JTBC, tvN 등은 제각기 다른 콘셉트로 승부수를 던졌다. 파일럿 예능의 엇갈린 명암을 짚어봤다.
♦ KBS
8개의 파일럿을 내놓은 KBS는 여행, 발레, 우정, 음악, 가족, 먹방 등 각기 다른 주제를 들고 시청자를 찾았다.
'1%의 우정'은 극과 극의 안정환과 배정남, 설민석과 김종민이 서로 친구가 돼가는 모습을 그렸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 신선했고 재미와 공감을 줬다. 시청률 역시 6.9%로 선방했다.
'백조클럽'(4.7%, 4.0%)은 각자 다른 이유로 발레를 시작하거나 재도전하는 서정희, 오윤아, 왕지원, 김성은, 성소를 비췄다. 도전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묻어나왔다. 아직까지는 맛보기로, 정규 편성이 된다면 성장에 초점을 맞춰 그 이상의 감동과 웃음을 줄 필요가 있다.
윤종신, 정재형, 그레이, 후이가 출연한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평소 볼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음반 작업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그 과정에서 리얼한 일상생활을 엿보고 탄생한 각양각색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다만 시청률은 2.8%로 저조했다.
‘100인의 선택’, ‘혼자 왔어요’, ‘줄을 서시오’는 다소 아쉬웠다. ‘100인의 선택’(4.5%)은 맛집 검증 프로그램으로 솔직한 평가가 인상적이었으나 예능보다는 교양에 가까운 포맷이었다. MC 이수지 유민상의 역할이 진행하는 것에만 그친 점이 아쉽다. ‘가족의 발견’(3.7%) 역시 강남의 사촌 동생과 김혜은의 시어머니를 왜 찾아야만 하는지, 그 기획 의도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다.
'혼자왔어요'(1.7%, 1.4%로)와 ‘줄을 서시오’(6.7%)는 각각 기존 예능 ‘하트 시그널’, ‘밤도깨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혼자왔어요’는 각자가 여행지에서 느낀 '입장 차이'를 이야기하는 파일럿인데 한해, 설인아, 윤서, 박종찬, 학진 등 러브라인 기류만을 강조했다. ‘줄을 서시오’는 줄서기 시간을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기획 의도는 좋았지만 포맷 자체가 ‘밤도깨비’와 비슷한 터라 정규편성 여부는 '글쎄'다.
'하룻밤만 재워줘'는 빅뱅 팬인 이탈리아 소녀와 그의 집에서 머무는 김종민, 이상민의 값진 경험을 내세웠다. 볼만은 했지만 방송 내내 한끼줍쇼', '오지의 마법사'가 떠오르는 건 왜였을까.
♦ SBS
여행 예능의 홍수 속 탄생한 '트래블 메이커‘(4.5%, 4.4%)는 스타가 직접 가이드를 하고 국내 여행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뒀다. 이영자와 남진이 일반인 여행객을 자신이 익숙한 곳으로 데려가 가이드를 하는 모습으로 재미를 전달했다. '박스 라이프'는 김숙, 서장훈, 에블린, 주현, 전미라가 색다른 일상을 경험하고 리뷰하는 예능이다. 덤으로 절약 요정 김생민의 평까지, 진부한 예능의 홍수 속 나타난 신선한 프로그램이었다. 장기적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충분하다면 정규 편성도 고려해볼 만하다.
박나래, 손연재, 혜민스님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해외 셀럽과 방을 바꿔 5일간 생활하는 '내 방 안내서'(4.2%)는 한 번쯤 다른 인생을 경험하고 싶은 판타지를 충족시켰다. 한국 스타들과 방을 바꾼 외국 셀럽의 모습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차별화를 부각하는 게 관건이다. 10월 중 정규 편성될 예정으로, 파일럿 때의 산만한 편집도 보완해야 할 듯하다.
♦ JTBC
커플 매칭 프로그램 '이론상 완벽한 남자‘(1.7%)는 스펙을 공개하고 대놓고 연애하는 프로그램과 달리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차별화를 보여줬다. 나름대로 각계 전문가가 모여 짝을 찾아주는 시스템이 이색적이었다. 남녀 출연자의 입장이 바뀌어도 재미를 줄지, 또 지속적으로 흥미를 끌만한 아이템인지는 미지수다.
♦ tvN
180도 다른 매력을 지닌 프로그램 '골목대장', 20세기 소년 탐구생활', '김무명을 찾아라‘가 전파를 탔다.
’김무명을 찾아라‘는 무명 배우를 조명한다는 취지로 호평받았다. 최수종을 비롯해 4MC의 케미스트리도 좋았다. 어린시절 추억의 장소에서 놀이를 즐긴 ’골목대장‘(1.010%)은 무근본 예능, B급 코드의 재미를 담아냈다. 다만 대세 개그맨들이 다 모였음에도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찌할 수 없었다. 정규 편성이 된다면 독특함은 그대로 살리되 산만함은 줄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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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