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3.20 14:16 / 기사수정 2005.03.20 14:16
최홍만, K-1 데뷔무대서 우승 신고
K-1 월드 그랑프리 서울대회 결승전에서 대회 처음 출전한 최홍만이 태국의 무예타이 달인 카오클라이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19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서울대회'는 2005년 월드 그랑프리의 첫 지역 대회이다. 이번 서울에서의 경기가 연간 치러질 경기의 첫 테잎으로 끊은 셈이다. K-1은 입식 격투기 대회 중 가장 화려하고 대규모적인 경기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15,918명이라는 관객수를 자랑한 이번 서울대회에는 천하장사 최홍만의 K-1 데뷔 무대이기도 해 커다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개막 전, 태권도 어린이 시범단이 무대에 나와 율동과 기합, 발차기를 선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천장에는 오색의 조명들이 'K-1'이라는 글자를 수놓았고, 인기가수 '신화' 가 무대 위에 등장해 개최를 선언했다. 더욱 바빠진 조명들의 움직임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으로 경기장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을 무렵 신화의 리드보컬인 신혜성이 무반주로 애국가를 열창함으로써 대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첫 시합은 2004 아시아 챔피온인 태국의 카오클라이 겐노라싱과 중국 산타의 왕자, 장친준의 경기로 시작됐다. 작년에 이어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카오클라이는 현란한 발차기로 멋진 공격을 펼치며 첫 경기를 판정승으로 이끌어 냈다.
제2경기에서는 한국 격투기의 영웅 이면주 선수가 일본 최고의 드래곤, 호리 히라쿠 선수에게 아쉽게 판정패를 당했다. 이면주 선수는 198cm인 장신 호리 히라쿠의 하이킥으로 공격을 당한 뒤 정면으로 일방적인 난타를 당했다. 호리는 의외로 처음부터 펀치로 공격했고 이에 당황한 이면주는 초반 해답을 찾지 못하는 듯했다. 호리 또한 안면 공격에 조금 흔들리는 모습이었으나 바로 시도한 하이킥에, 휘청거리던 이면주의 얼굴에는 코피가 터지고 말았다. 관중석에는 이면주 선수를 격려하는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싸우던 이면주는 3라운드에 들어 혼신의 힘을 다하며 근성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이면주 선수가 정면으로 펀치를 날려 호리의 얼굴에도 코피가 터지자 관중은 열광의 도가니로 접어들었다. 혈전은 한동안 계속됐으나 경기는 판정승으로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제3시합은 일본의 스모 선수 출신인 아케보노와 가라데 달인 카쿠다 노부아키의 경기였다. 둘은 골리앗과 다윗에 비유해도 될 정도였다. 거대한 아케보노의 체격에 비해 카쿠다는 작은 어린 아이처럼 보였다. 작은 키인 만큼 카쿠다는 로우킥으로 아케보노의 다리를 공략했으나 꿈쩍하지 않았고 곧 아케보노는 카쿠다 노부아키를 코너에 몰아놓고 펀치를 쏟아부었다. 끝까지 특별한 해답을 얻지 못한 가쿠다는 3라운드 후반 날렵한 라이트킥을 날리기도 했으나 결국 판정패 당하고 만다. 아케보노로서는 이번 우승이 K-1 데뷔 이후 첫 우승이다. 카쿠다는 경기에 패하고서도 자신의 경기가 끝나자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의 응원에 감사하다’며 능숙한 한국어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카쿠다는 18일 기자회견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를 사용하며 인사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제4시합은 많은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한국 최강 최홍만의 무대였다. 일본 스모계의 싸움왕 와카쇼요와의 승부였다. 처음부터 와카쇼요는 펀치를 날렸으나 최홍만은 잽으로 견제했고 와카쇼요는 최홍만의 공격에 무너지며 무릎을 꿇었다. 키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책없이 공격을 받은 와카쇼요는 이미 1라운드 중반에 체력이 모두 소진됐다. 결굴 와카쇼요는 최홍만의 안면과 무릎 가격에 다운을 빼앗겼다. 1라운드에서 KO승을 거두는 등 최홍만에게는 데뷔 무대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경기였다.
준결승은 카오클라이 VS 호리 히라쿠, 아케보노 VS 최홍만의 대결로 이어졌다. 카오클라이와 호리 히라쿠의 경기는 초반 호리의 공격으로 흘러갔다. 하이킥을 시도했으나 카오클라이는 오른손으로 받아쳐 다운을 빼앗았고 로우킥을 수차례 적중시키며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었다. 아케보노와 최홍만의 대결은 41초만의 TKO승으로 끝났다. 최홍만이 안면을 집중 강타하며 짧은 펀치를 쏟아붓자 아케보노는 흰 수건을 던지며 기권을 한 것. 이로서 최홍만은 두 경기 모두 1라운드에 KO를 얻어내는 성과를 기록했다. 최홍만와 카오클라이는 결승전에서 맞붙에 되었다.
슈퍼 파이트였던 유럽의 거인 새미 쉴트와 아마존의 거인 몬타나 실버의 경기는 처음부터 힘이 넘쳤다. 거인다운 가격을 보여줌으로써 관중들은 한껏 열기가 고조되었고 새미 쉴트는 연속 로우킥으로 몬타나 실버의 KO승을 받아냈다. 피터 아츠와 카터 윌리암스의 슈퍼파이트는 피터 아츠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그랑프리 3회 우승자 답게 피터 피터의 경기는 가장 격렬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였다. K-1 챔피언 2관왕에 빛나는 레미 본야스키와 88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레이 마서의 경기는 단 몇초만에 끝이났다. 경기 시작 직후 단 한번의 하이킥으로 레미 본야스키는 레이 마서의 KO를 받아냈다.
드디어 최홍만과 카오클라이의 결승전이 시작됐다. 모든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두 선수는 링 위에 올라섰다. 키 차이가 무려 38cm나 되는 최홍만과 카오클라이의 대결은 초반 서로 공격포인트를 찾지 못한 채 서성였다. 카오클라이에 로우킥 시도에도 최홍만은 매번 맞지 않았고 카오클라이는 최홍만의 몸에 살짝 닿아도 휘청거렸다. 2라운드에서 카오클라이의 날렵하고 정확한 하이킥에 최홍만은 화가난 듯 표정이 일그러졌고 곧바로 무차별 펀치를 퍼부었다. 최홍만은 곧 코너로 카오클라이를 몰아붙인후 무릎 가격을 계속하자 관중들은 승리를 예감한 듯 더욱 환호하기 시작했다. 카오클라이도 틈틈히 최홍만을 견제하며 기회를 잡으려했지만 3라운드에서 경고를 받으며 급격히 불리해졌다. 여유로운 최홍만은 계속 공격을 이어갔고 연장전까지 이어진 경기는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최홍만의 승리로 마무리지었다.
파란을 일으킨 최홍만의 승리로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최홍만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특유의 '테크노 춤'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화답했다. 최홍만은 마지막 결승에서 함께 우승을 다투었던 카오클라이 선수를 번쩍 들어 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승 트로피를 받은 최홍만은 마이크를 들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밥 먹는 것"이라며 "밥 좀 사주세요"라고 말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파이터들은 최홍만 앞에 무릎을 꿇었고 격투 트레이닝을 불과 3개월 남짓 받은 최홍만은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이번 우승으로 최홍만은 6000만원의 상금을 받았으며 올해 K-1 최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월드 그랑프리'대회 출전권도 얻게 됐다.
사진 /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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