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리그의 타고투저 흐름이 강해지며 불펜이 무너지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는 막판 역전패의 경험이 적다.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는 클로져 손승락의 존재 덕분이다.
올 시즌 KBO리그의 '뒷문 지킴이'는 1인과 다수의 구도로 나뉜다.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등은 상황에 따라 컨디션이 좋은 투수가 9회에 나서 경기를 매조진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와 같은 팀들은 마무리 보직이 정해져있어 리드를 잡은 경기 막판에는 그 마무리 투수가 등판한다.
세이브 수로 순위를 매겼을 때 상위권은 '전담 마무리'가 포진해 있다. 1위는 롯데 손승락(35세이브), 2위는 NC 임창민(29세이브), 3위는 한화 정우람(25세이브)이다. 6개 차이로 선두에 올라있는 손승락은, 그러나 단순 세이브 숫자가 보여주는 가치 그 이상으로 단단한 마무리다.
월별 평균자책점을 살폈을 때 손승락은 4점대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그나마 방어율이 가장 높았을 때가 4월, 3.24였다. 이후 줄곧 1점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6월, 7월 내리 1점대를 찍었고 8월 15경기에 나서 2.57을 기록했다. 표본은 적지만 9월 4경기 등판해 아직 자책점을 기록한 적이 없다.
손승락이 마무리임에도 1이닝을 넘게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놀라운 기록이다. 전반기 롯데는 확실한 셋업맨을 갖지 못해 손승락이 8회 위기 상황에 올라오는 경우가 잦았다. 따라서 4아웃, 5아웃을 잡으며 세이브를 올리는 빈도도 높았다. 다행히 후반기부터 조정훈이 필승조로 함께 뛰며 부담이 줄었으나, 롯데가 리드를 잡는 경기가 늘어나며 손승락도 자주 등판하게 됐다. 그럼에도 2점대 평균자책점은 유지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손승락은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손승락은 WPA(추가한 승리 확률)이 2.44(출처 : 스탯티즈)로, 이번 시즌 모든 구원 투수들 중 가장 높다. 또한 enLI(등판시 경기 중요도)가 2.15로 구원진 중 가장 높다. 구원투수들 중 중요한 순간 가장 많이 등판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마무리 중 발군의 성적이다.
손승락은 넥센 시절이던 2010년 26세이브를 올리며 계투로 활약했다. 통산 232세이브를 올린, 그야말로 '프로 마무리'다. 2016년 롯데로 이적한 후에도 20세이브, 올해 35세이브를 올리며 롯데의 고질적 약점이던 뒷문 강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의 가치는 그러나 세이브 갯수 그 이상이다. 8회까지 리드를 유지한다면 9회 반드시 승리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여러 수치들이 손승락의 가치를 보이는 것 그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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