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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를 증명한 보스턴

기사입력 2008.10.17 14:35 / 기사수정 2008.10.17 14:3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메이저리그 팀들 중,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와 함께 가장 극성맞고 열광적인 팬들을 가진 구단으로 평가받는 보스턴 레드삭스는 유난히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명승부를 많이 펼쳤습니다.

1986년 LA 에인절스의 전신인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승 3패로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었지만 5차전부터 내리 3연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뉴욕 메츠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1986년 월드시리즈는 유명한 전설이 되었죠. 3승 2패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놓았던 보스턴은 1루수인 빌 버크너가 평범한 땅볼을 가랑이 사이로 흘려보내는 이른바 '알까기' 범실을 저질러 거의 눈앞에 다가온 월드시리즈 우승을 메츠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밤비노의 저주'는 레드삭스를 따라다니는 '불명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징크스를 깨고 2004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때, 보스턴은 전통의 라이벌 팀인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바로 내리 3연패를 당한 팀이 기적 같은 4연승을 거둔 것입니다. 3차전까지 양키스에게 철저하게 깨질 때, 그 누구도 ‘밤비노의 저주’가 또 다시 닥쳐오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MLB 역사상 최고의 '클러치' 타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데이비드 오티스의 끝내기 홈런과 적시타가 연이어 이어지면서 레드삭스는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습니다.

그리고 작년 2007 ALCS에서도 레드삭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1승 3패로 뒤진 채, 5차전을 맞이했습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레드삭스의 구세주가 된 선수는 에이스인 조시 베켓이었습니다. 베켓의 호투로 낭떠러지에서 간신히 생존한 레드삭스는 6차전에서 노장 커트 실링의 호투가 이어지고 최종 7차전에서는 '허슬 플레이어' 더스틴 페드로이아의 극적인 홈런에 힘입어서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한 보스턴이지만 이번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게 13점을 내주고 처참하게 패할 때에는 올해는 월드시리즈 진출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 불릴 정도로 탬파베이 중심타자들의 타격감은 물이 올라있었습니다. 또한, 튼튼한 선발진과 철옹성 같은 불펜진을 갖춘 탬파베이는 더 이상 동부지구에서 최하위에 머물던 시절의 팀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에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5차전에서 탬파베이 타자들은 이번 ALCS에서 유일하게 강판시키지 못한 보스턴의 선발투수인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홈런 세 방으로 무너트렸습니다.

탬파베이 팬들에겐 '포스트시즌의 영웅'이 된 B.J 업튼은 1회 초, 통렬한 투런 홈런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3회 초에 카를로스 페냐의 투런 홈런과 에반 롱고리아의 솔로 홈런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5-0으로 점수 차를 벌렸습니다.

상황이 위급해지자 보스턴은 7회 초, 팀의 '최후의 보류'인 마무리 조너선 파펠본을 긴급 투입시켰습니다. 그러나 파펠본마저 업튼의 무시무시한 방망이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업튼은 펜웨이파크의 '그린 몬스터'를 강타하는 2루타를 날렸고 출루해 있던 두 명의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여 7-0의 스코어를 만들었습니다.

마쓰자카마저 무너트리고 보스턴의 마지막 자존심인 파펠본마저 무너진 보스턴은 도저히 회생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너무나 일방적인 경기에 실망을 한 보스턴 팬들은 하나 둘 씩 펜웨이파크를 떠나가고 있었고 탬파베이의 라커룸엔 샴페인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구란 스포츠가 주는 극적인 반전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인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란 명언으로 야구를 위대한 스포츠로 찬미했었습니다.

7회 말에 보스턴의 아웃카운터는 단 9개가 남아있었고 7점이나 뒤진 상태에서 탬파베이의 막강한 불펜투수들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탬파베이의 불펜진은 이번 포스트시즌 디비전시리즈에서는 0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했으며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2.28의 짠물투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역전에 대한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보스턴이란 팀이 가진 근성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페드로이아의 적시타로 첫 득점을 올린 보스턴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데이비드 오티스가 천금같은 3점 홈런을 쳐내면서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꿨습니다.



잠잠해 있던 펜위이파크의 관중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기 시작했고 보스턴의 타자들은 더욱 집중력을 가다듬고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탬파베이의 마무리인 댄 윌러가 조기 투입됐지만 레드삭스의 타자들은 윌러의 빠른 볼을 철저히 공략해 나갔습니다. 조금이라고 가운데에 몰리는 볼이 있으면 놓치지 않고 안타로 연결시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J.D 드류의 투런 홈런과 엘스버리를 대신해서 1번 타자로 나온 코코 크리스프의 동점 적시타는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레드삭스 선수들의 집념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9회말, 지금까지 좋은 수비를 보여준 3루수 에반 롱고리아와 1루수 카를로스 페냐의 조합이 범실로 이어졌습니다. 평범한 3루 땅볼을 친 케빈 유킬리스는 2루까지 진루했고 그 다음 타자인 제이슨 베이는 고의사구로 출루했습니다.

다음 타자는 전 타석에서 투런 홈런을 친 드류였습니다. 드류는 탬파베이의 J.P 하웰의 볼을 빨랫줄 타구로 우측 외야에 보냈습니다. 우익수 키를 넘는 안타가 터지면서 보스턴의 기적 같은 승리가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역전승을 이루기 힘든 경기라고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기회가 찾아온다는 야구의 진리는 레드삭스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팀 창단 이후, 최초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코앞에 두고 놓쳐버린 탬파베이는 펜웨이파크 라커룸에 가져온 샴페인을 홈으로 가지고 돌아갈 처지에 놓였습니다.


[사진 = J.D 드류, 케빈 유킬리스 (C) boston.redsox.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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