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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패배의 원인은 박찬호 때문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8.10.14 15:53 / 기사수정 2008.10.14 15:5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앞두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LA 다저스의 막강한 불펜 진 싸움과 경기 막판에 터지는 장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2승 1패로 필리스가 1승을 앞서나가는 상황에서 벌어진 4차전은 두 팀에게 가장 중요한 승부처였습니다.

필리스의 경우, 이 경기를 놓치게 되면 시리즈의 분위기를 다저스에게 내주는 상황이었고 다저스의 경우엔 4차전에서 패할 경우, 5차전에서 가장 까다로운 투수인 필리스의 에이스 콜 하멜스를 상대로 절체절명의 5차전을 벌여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4차전의 중요성 때문에 다저스는 1차전에서 나온 데릭 로를 3일 휴식 만에 다시 등판시켰고 6회부터 불펜 투수들을 총 동원 시켰습니다. 이처럼 4차전을 반드시 잡겠다는 다저스의 조 토레 감독의 의지가 엿보였고 홈 3연전을 싹쓸이하고 필라델피아로 가겠다는 집념도 엿보였습니다.

3일 휴식 만에 나온 데릭 로는 확실히 최상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회 초에 2점을 내주고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자책을 한 로는 이내 자기 자신을 추슬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구위가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는 볼 배합과 수 싸움으로 필리스의 타자들을 압도해가며 5회까지 잘 버텨주었습니다.

다저스가 4차전 승리를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할 데릭 로의 분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다저스의 운명은 불펜 투수들에게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맨 처음으로 나온 좌완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좋은 출발을 보이지 못했고 자신이 잡았어야 할 왼손 강타자인 라이언 하워드를 볼넷으로 출루시켰습니다. 그리고 다음 타순의 펫 버렐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보내기 번트로 주자가 2, 3루에 진루하고 오른손 타자 펠리스가 타석에 들어서자 박찬호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3-2로 다저스가 한 점 리드하고 있었던 순간에 등장한 박찬호는 펠리스를 3루 주자가 들어오기 힘든 짧은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투아웃을 잡아놓고 상대한 카를로스 루이스와의 대결에서 슬라이더가 폭투로 이어지면서 3-3 동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 순간이 매우 아쉬웠지만 커쇼가 내보낸 주자가 홈에 들어왔기 때문에 박찬호는 자책점이 없었으며 다음 타자인 대타 제프 젠킨스를 잡아내 나름대로 위기의 상황을 모면시켰습니다.

비록 폭투는 아쉬웠지만 커쇼가 출루시킨 두 명의 주자를 나름대로 잘 막은 박찬호는 제 몫을 해주었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6회 말에서 다저스의 케이시 블레이크가 솔로 홈런을 때리며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고 필리스의 1루수인 라이언 하워드의 실책까지 겹쳐 5-3으로 다저스가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다저스가 자랑하는 불펜 원투펀치인 코리 웨이드와 조나단 브릭스턴이 뒷문을 단단히 막아주는 것이 다저스의 필승카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담장을 넘기는 결정타를 친바 있는 필리스의 세인 빅토리노가 8회 말 웨이드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습니다.

경기 후반에 들어서서 절대적으로 실투에 주의해야 하지만 한 가운데에 몰리는 볼을 빅토리노는 놓치지 않았고 다저스는 또다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마운드에 오른 브릭스턴마저 백전노장 맷 스테어스에게 한가운데로 몰리는 직구를 던지다가 투런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전혀 뜻하지 않았던 스테어스의 홈런까지 터지자 20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기원하던 5만 6천여 명의 다저스 홈 관중들은 침묵의 정적 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불펜 투수들 중, 가장 잘 던지는 투수들을 경기 막판에 투입하는 이유는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승부의 변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1이닝에서 길게는 2이닝을 던지지만 경기 후반에 한두 점차의 점수를 지켜낸다는 것은 이만큼 어려운 것입니다.

로에 이어서 커쇼 - 박찬호 - 비멜 - 궈홍치 - 웨이드 - 브릭스턴으로 이어진 다저스의 황금 불펜진의 투입은 제대로 이루어졌습니다. 투수들을 총동원하려던 조 토레 감독의 의도가 나름대로 맞아 들어갔지만 믿었던 웨이드와 브릭스턴이 투런 홈런 두 방으로 순식간에 넉 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한 것이 다저스의 패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무서운 화력을 보여주고 있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타선도 무섭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실투를 좀처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시키는 필리스의 타선도 가공할 만합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전적에서 1승 3패로 낭떠러지에 선 다저스는 이제 가장 만나기 싫은 필리스 투수인 하멜스를 상대로 5차전을 반드시 승리해야합니다. 다저스의 분전으로 경기의 승부가 필라델피아로 무대를 옮길지, 아니면 5만 6천여 명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월드시리즈 티켓을 필리스에게 내줄지의 여부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오전에 가려질 예정입니다.

[사진 = 코리 웨이드, 박찬호 (C) losangeles.dodgers.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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