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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롯데, 본전 뽑은 삼성

기사입력 2008.10.11 10:15 / 기사수정 2008.10.11 10:15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어쩌면 분위기 탓인지도 모른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던 롯데와 힘겹게 4강 행렬에 올랐던 삼성은 어쩌면 포스트시즌에 대한 경험보다는 분위기에서 승부가 갈린 것인지도 모른다.

두산이 롯데의 추격을 뿌리치고 2위를 확정지은 날은 10월 2일 히어로즈전을 통해서였다. 반면 롯데의 희미한 희망이 꺼진 날도 그날이었다. 시즌 최종전을 불과 이틀만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어왔던 롯데로서는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삼성은 다르다. 11년 연속으로 이어왔던 포스트시즌 진출의 역사가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가 어쨌든 힘겹게라도 그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분위기는 고조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와 막차탄 삼성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롯데는 막판까지 두산과 플레이오프로 직행하기 위해서 2위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입장이었고 삼성은 끝까지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위해 한화와 다투던 신세였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날은 9월 16일이었다. 대전에서 한화를 9대6으로 물리치고 113경기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반면 삼성이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잡은 날은 9월 28일 두산과의 경기를 10대9로 힘겹게 따내던 날이었다. 잔여 경기가 2경기밖에 남지 않았던 124경기만의 일이었다. 그야말로 막차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이다.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을 확정한 롯데는 일찌감치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키울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가물가물했던 삼성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해 7위에서 3위로 수직상승했던 롯데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삼성. 결과만 보면 두 팀 모두 성공했던 한해였다.

그렇지만 그 속은 다르다. 시즌 초반 최초의 외국인 감독과 함께 돌풍을 이어갔던 롯데는 비교적 잘 나가는 팀이었던 반면 삼성은 시즌 내내 비틀거리며 힘겹게 달려왔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는 지난해까지 '8888577'에 머물러 있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4년 연속 최하위였었고 2005년에야 5위까지 오르지만 2006년부터는 2년 연속으로 7위에서 맴돌았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다해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다르다. 97년 이후 11년 동안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일이 없었고 지난해에도 4위에 올랐었다. 삼성이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12년 연속이라는 역사도 단절될 뿐더러 역대 최악이라는 비난까지도 감수해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기대치마저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롯데는 2위까지 바라보던 입장이었고 삼성은 4위로도 만족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롯데가 삼성에게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게 되면 체면을 구기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반면 밑져야 본전이었던 삼성은 본전을 뽑고도 남는 장사를 하게 될 것이다. 4위팀이 3위팀에게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3위팀이 4위팀에게 패하는 것은 일종의 굴욕이 될 수도 있다.

11일 오늘 밤 대구에서 운명의 3차전이 펼쳐진다. 2연패로 궁지에 몰린 롯데는 12승의 장원준을 선발로 예고했고 2연승으로 뜻밖의 수확을 올린 삼성은 10승의 윤성환이 출격을 준비 중에 있다. 장원준은 다승부문 공동 4위(12승)이고 윤성환은 공동 12(10승)위다. 평균자책에서도 장원준은 11위(3.53), 윤성환은 13위(3.92)였고 탈삼진 부문에서는 102개로 똑같이 8위에 올라있다.

2004년에 똑같이 시작해서 올 시즌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던 두 선수의 활약에 따라 롯데와 삼성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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