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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보스턴, 수비가 강한 팀이 PS에서 이긴다는 진리

기사입력 2008.10.07 13:23 / 기사수정 2008.10.07 13:2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디비전시리즈 경기들 중, 최고의 관심을 모은 LA 에인절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대결은 결국, 보스턴 레드삭스의 시리즈 전적 3-1 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에인절스가 비록 3차전에서 연장전 승부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레드삭스가 한층 짜임새 있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7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2008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실책으로 인해 승패의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에인절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레드삭스가 5회 말 공격에서 뽑은 2점은 안줘도 됐을 점수였습니다.

원아웃에 주자를 3루와 1루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에인절스의 선발투수인 존 래키는 지속적으로 낮은 볼을 던지며 땅볼을 유도했습니다. 결국, 래키의 투구는 성공했고 평범한 타구는 2루수인 하위 켄드릭 앞으로 굴러갔습니다. 그러나 켄드릭은 이 평범한 타구를 한번 잡았다 놓치는 실책을 범했고 더블 플레이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1차전부터 줄곧 이어져 온 수비 실책의 악몽은 또다시 에인절스에게 다가왔습니다. 안줘도 될 점수를 내주고만 래키는 이내 평정심을 잃어버렸고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 큼지막한 2루타를 허용하면서 순식간에 1점을 더 내주고야 말았습니다.

만약 켄드릭이 평범한 타구를 침착하게 더블플레이로 연결시켰다면 8회까지 2-0으로 끌려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8회 초에 보스턴의 구원투수인 저스틴 매스터슨이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 에인절스는 두 개의 볼넷과 보스턴의 포수인 제이슨 베리텍의 실책으로 2사에 주자 2, 3루에 두는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타자는 에인절스 타자들 중, 디비전시리즈에서 가장 득점권 타율이 높았던 토리 헌터였습니다. 헌터는 한가운데에 쏠리는 매스터슨의 볼을 놓치지 않고 가볍게 밀어 쳐서 3루와 2루에 있는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였습니다.

흔들리고 있던 매스터슨이 9회 초에도 계속 등판한 점은 에인절스에겐 기회였습니다. 대타로 나선 켄드리 모랄레스는 2루타를 치고 나갔고 다음 타자인 하위 켄드릭은 희생번트로 대주자로 나간 레지 윌리츠를 3루로 보냈습니다.

1사에 주자는 3루. 4차전의 경기를 승리하고 홈인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에인절스는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타석에는 3차전에서 결승타를 친 에릭 아이바가 들어섰습니다. 비록 디비전시리즈에서 단 한 개의 안타 밖에 때리지 못했지만 그 안타는 3차전의 승리를 결정짓는 알토란같은 안타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바가 안타, 아니면 외야의 희생플레이나 내야의 깊숙한 희생타를 바라면서 타자를 믿어보는 작전을 구사하는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확률적으로 본다면 3루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았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아이바를 쉽게 믿을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3루에 있는 발 빠른 주자인 윌리츠를 이용한 스퀴즈 작전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보스턴의 포수인 제이슨 배리텍의 수비가 빛을 발하며 에인절스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번트를 대지 못하게 하기위해서 베리텍은 교체된 투수인 매니 델카맨에게 지속적으로 안쪽으로 붙는 빠른 볼을 요구했습니다. 아이바가 번트에 실패하고 말자 홈으로 질주하려던 윌리츠를 잡아내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 스퀴즈가 성공했다면 레드삭스가 머나먼 캘리포니아 행 비행기에 다시 올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제이슨 베리텍의 뛰어난 판단력은 빛을 발했으며 정규리그에서 작전수행능력이 매우 좋았던 에인절스는 또다시 스퀴즈 범실로 자멸하고 말았습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결정적인 상황에서 어이없는 범실로 무너진 것이 에인절스의 가장 큰 패인입니다. 2008 정규시즌에서 메이저리그 팀들 중, 유일하게 100승 고지를 점령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에인절스는 팀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보지 못하고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포스트시즌에서는 범실이 많은 팀이 이길 확률은 극히 적습니다. 시리즈 내내 수비와 주루 플레이에서 범실이 나타난 에인절스는 ‘랠리 몽키’의 저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사진 = 제이슨 배리텍 (C) boston.redsox.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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