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25 05:08 / 기사수정 2008.09.25 05:08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한국시간으로 24일에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는 야구 역사의 획을 긋는 경기였습니다. 지난 86년 동안 미국 야구의 '메카'라 불린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 4천여 명의 관중들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이 많이 일어났던 장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습니다. 의례 최첨단으로 무장한 새 구장이 건립된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이것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양키스타디움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할 '뉴 양키스타디움'은 말 그대로 예전의 양키스타디움의 정취를 그대로 옮겨놓은 구장입니다. 시설은 최신식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겉 구조와 건축 양식은 전통적인 양키스타디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구장의 모습을 양키스타디움의 모습과 흡사하게 지은 것은 열화와 같은 양키스 팬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양키스 팬들은 브롱스에 위치한 이 구장을 끔찍하게 사랑했으며 최신식으로 지어지는 새 구장의 모습조차 양키스타디움의 모습을 쏙 빼닮기를 원했습니다.
양키스타디움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해인 올해는 양키스에게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올스타전이 벌어졌고 많은 팬들은 양키스가 이 구장에서 27번째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등극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양키스는 96년 우승한 이후로 작년까지 13년 연속으로 진출해 왔던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이자 '다이너스티'로 통하는 양키스가 몰락하고 만년하위 팀이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는 1위 구단인 템파베이 레이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에 올라선 것은 2008 시즌에 일어난 가장 큰 센세이션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에 들어서면서 양키스는 선발 투수진에서 에이스인 마이크 무시나를 받쳐줄 확실한 투수가 부재했습니다. 또한, 한참 잘나갈 시절에 보여준 찬스에서 강했던 모습과 상대팀을 물고 늘어진 끈끈함도 사라져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구장에서 선보일 내년을 기약하고 양키스타디움과의 의미 있는 작별을 고하려고 했는지 후반에 들어서며 양키스는 예전의 강팀으로 변모해갔습니다.
비록 시동이 늦게 걸렸지만 양키스는 최근 10경기 중, 9승 1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어제 경기에서도 승리해 6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구단에게나 팬들에게 너무나 값진 1승이었습니다.
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까지 양키스가 네 번의 우승을 차지할 때, 포스트시즌에서 알짜배기 투구를 보여줬던 앤디 페티트가 선발 투수로 나와 호투를 했습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중요한 승부에서 항상 좋은 투구를 보여준 앤디 페티트는 역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양키스타디움에서 마지막 승리의 볼을 던진 투수는 구단의 대표적인 클로저인 마리아노 리베라였습니다. 리베라의 마지막 볼이 아웃 카운트로 이어지자 많은 플레시가 터졌지만 기쁨에 들뜬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자신이 오랜 세월동안 땀을 쏟은 마운드의 흙을 퍼가고 있었고, 왕년에 이 구장에서 명성을 날리던 전설적인 선수들은 차례로 그라운드에 나와 마지막으로 양키스타디움의 흙과 잔디를 밞았습니다.
전광판에는 양키스타디움의 오른쪽 펜스를 짧게 짓게 한 장본인인 베이브 루스가 멋쩍게 윙크를 하고 있는 모습이 크게 비춰졌습니다. 전통 있고 오래된 야구장 하나는 야구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경기가 아닌 역사를 회고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키스타디움은 '뉴'란 새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양키스타디움으로 다시 환생하지만 메이저리그 구장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 파크'는 오랜 수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구단이 오래된 구장을 허물고 새로운 구장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두 명문 구단은 메이저리그의 다른 구단들이 새로운 구장 건립으로 관중동원에서 성공하고 있는 사례를 보고선 이를 시도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들로 유명한 시카고와 보스턴 팬들은 오래되고 전통 있는 구장을 버리지 말라고 주장을 펼쳤습니다.
야구의 문화는 구장의 힘으로도 이렇게 큰 이슈와 관심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한국 야구도 더욱 대중들에게 깊숙이 다가가려면 팬들이 팀만큼, 구장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 잠실과 부산의 사직, 그리고 인천의 문학구장만 제외하면 과연 팬들이 진정으로 좋아할만한 구장이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몰려옵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롯데 자이언츠의 돌풍으로 인해 프로야구가 살아났다고 하지만 좀 더 관중들에게 야구의 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본격적으로 구장의 개선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사진 = 뉴욕 양키스 (C)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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