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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가는 길, 북한 밀집 수비 뚫어라

기사입력 2008.09.08 23:58 / 기사수정 2008.09.08 23:58

문용선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용선 기자] 남아공 월드컵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인 북한과의 대결이 오는 10일(수) 밤 9시에 중국 상해에서 열린다.

지난 요르단과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여전히 몇 가지 과제를 남긴 대표팀은 상대팀 북한이 예선 첫 경기에서 UAE를 꺾고,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너무나 중요한 첫 출발

북한과의 경기는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북대결’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월드컵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자 첫걸음을 내딛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출발은 언제나 중요하다. 일단 첫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팀 전체가 큰 자신감을 얻으면서 여유롭고 냉철하게 다음 경기를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패배한다면 큰 심리적 부담감과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하게 되고, 소신과 사전 계획에 근거한 전술 운영과도 멀어질뿐더러 팀의 사기까지 바닥을 치게 된다.

한국은 86 멕시코 월드컵부터 지난 2006 독일월드컵에 이르기까지 6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아시아예선에서 올렸다. 개최국으로서 자동 출전한 2002년을 제외하더라도 다섯 번의 치열한 예선전에서 살아남았으며, 이 정도면 월드컵의 ‘단골손님’으로 불릴 만하다. 실질적인 최종예선이 이뤄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최종예선 첫 경기의 기록을 살펴보자.

90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첫 경기
- 한국 0:0 카타르 (무)


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첫 경기
- 한국 3:0 이란 (승)
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첫 경기
- 한국 3:0 카자흐스탄 (승)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첫 경기
- 한국 2:0 쿠웨이트 (승)

놀랍게도 한국은 3승 1무로 첫 경기에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 경기 승리로 상승세를 탄 대표팀은 차근차근 다음 상대들을 제압해내며 선전했다. 비록 94년 예선은 신이 도운 월드컵 진출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첫 경기에서 ‘난적’ 이란을 꺾어놓지 못했다면 그런 ‘기적’ 같은 드라마는 연출될 수 없었다. 대표팀은 첫 경기만큼은 절대 놓치지 말고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밀집수비에 이은 빠른 역습

북한은 2차 예선에서도 경기했고, 기타 국제 대회에서도 많은 경기를 해봤기에 더는 어둠 속의 알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북한은 90분 내내 많은 숫자의 선수가 수비진에 위치한다. 중앙수비수는 따로 두면서도 측면 수비수들 또한 쉽사리 공격에 가담하지 않고 철저히 상대의 윙플레이어들을 마크한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실점하지 않는 것에 주력하면서 후반 중반부터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며 ‘한방’을 노리는 ‘역습축구’를 펼치는 것이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주요 전략이다.

지난 UAE와의 경기에서도 북한의 전략은 적중했다. UAE는 웅크린 북한을 세차게 몰아붙였으나 득점에 실패했고, 스스로 실책으로 골을 허용하면서 ‘자멸’했다. UAE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공격수들이 ‘원샷 원 킬’의 결정 능력을 이번만큼은 보여줘야 수월하게 경기를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한 골을 허용하게 된다면 아무리 북한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돼야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반대로, 초반 기회에서 득점하지 못하고 기력만 소진하게 된다면 결국, 후반 중반 이후로는 북한의 역습에 말려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일 예상대로 밀집수비에 스트라이커들이 고전하고 있다면 김두현을 비롯한 허리진이 구제에 나서야 한다. 지난 요르단전에서 아쉽게도 한국의 제대로 된 중거리 슈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따금 나오는 슈팅들은 모두 득점과는 거리가 먼, 단순히 수비로 돌아갈 시간을 벌려는 것들이었다. 최전방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면 2선의 미드필더들이 과감한 중거리슈팅으로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절정의 감각으로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는 김두현이 대표팀에 있어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수비수들의 정확한 공격 연결

중앙수비수들의 분발 또한 요구된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는 단순히 수비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골키퍼로부터 연결받은 볼을 적절한 방법을 통해 미드필더 혹은 직접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 공격수에게서 빼앗은 볼 또한 직접 역습의 기회로서 살려낼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요르단전에서 중앙수비로 출전했던 김진규와 강민수는 무난한 수비능력을 보여줬으나, 공격진영으로 매끄럽게 볼을 연결해주지는 못했다. 상대 공격수에게서 빼앗은 볼을 너무 성급하게 걷어 내는데 급급했고, 골키퍼에게서 연결받은 볼도 최전방의 타켓맨의 이마를 노리는 단조로운 패턴을 보였다. 북한처럼 밀집 수비를 펼치면서 최전방 공격수에게 두 명 이상이 압박을 가하는 팀에게 이러한 연결방식이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요르단과의 경기에서처럼 무턱대고 걷어 낸 볼이 상대 선수에게 곧바로 연결된다면 정대세라는 결정력 있는 선수를 보유한 북한에 의외의 ‘한방’을 맞으며 주저앉을 수도 있다.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예방하고,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바로 앞선에 있는 김남일, 기성용 등의 미드필더들과 많은 연습을 통해 좋은 패스워크를 만들어 내야 하고, 측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도 역습상황에 사전약속대로 패스를 정확하게 보내 줄 수 있어야 한다.

수 년전, 한국에는 홍명보라는 걸출한 수비수가 혼자서 대단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현대축구에서는 더는 수비수에게 리베로 수준의 역할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수비에서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공격의 출발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수비자원이 절대적으로 허정무 호에는 필요한 것이다.



문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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