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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우생순', 해피엔딩은 존재하는가?

기사입력 2008.09.04 04:35 / 기사수정 2008.09.04 04:3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오늘부터 전남 무안 목포대학교 체육관에서 전국규모의 핸드볼 대회가 열립니다. 불과 며칠 전에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감동을 안겨준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 복귀하게 됩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그리고 동메달 1개를 올림픽에서 따낸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마다 더없는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강도 높은 지옥훈련을 통해 얻어낸 값진 성과의 다음 장면은 어떻게 됐을까요? 여자핸드볼 팀이 입국하면 공항에서 수많은 취재진들의 주목을 받고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습니다. 그리고 감독과 주전 선수 몇 명은 방송에 초청받느라 분주히 바쁘죠.

애석하게도 '해피엔딩'은 거기서 끝입니다. 영화 속에서나 구현되는 감동의 순간은 거기서 끝입니다. 선수들이 각자의 소속 팀으로 돌아가 국내 리그에 복귀하면 이들에 대한 관심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규모가 작은 지방의 한 체육관에서 벌어지는 초라한 경기가 이어지고 선수들의 가족과 주변인들만이 모인 관중들이 조촐한 응원을 보냅니다. 텅 빈 관객석, 싸늘한 취재진들, 방송도 제대로 되지 않는 핸드볼에 대한 무관심, 이러한 현상은 꼬리를 물고 줄줄이 이어집니다.

비록 최근엔 여자핸드볼을 사랑하는 모임들이 인터넷을 통해 많이 생겼지만 올림픽에서 느꼈던 열기의 10분의 1도 국내리그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국내 팬들의 무관심을 마냥 지적하기에 앞서서 이제 국내 리그를 발전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의 체육관 중, 핸드볼을 치를만한 경기장이 없다고 합니다. 있다하더라도 다른 종목들이 이미 쓰고 있거나 체육시설이 아닌 공연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북유럽지역처럼 아예 핸드볼만 할 수 있는 전용경기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열악한 국내의 핸드볼 형편에 전용경기장이 있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겠죠.

핸드볼의 국내리그 발전에 대한 메아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로 수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메아리'였을 뿐입니다. 올림픽에서 선전했다고 해도 국내리그의 수준이 스포츠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올림픽의 선전은 그저 '추억'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한국 핸드볼이 제대로 사랑을 받고자 한다면 농구와 배구처럼 실내스포츠로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다지고 리그의 경쟁력을 살려나가야 합니다. 프로 화까지 가기엔 현실적으로 힘들지 모르겠지만 실업리그라고 해도 팬들이 다서설수 있도록 포장을 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핸드볼 경기가 특정 지방에 국한돼서 벌어지는 것은 핸드볼을 할 경기장의 부재 때문입니다. 당장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짓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 것입니다. 다만,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입지가 원활하고 전국적인 관심을 도모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 핸드볼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을 최소한 두 군데 정도는 확보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연고제를 추진하는 방안도 서서히 진행시켜야 할 것입니다. 유랑극단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 팬들의 호응을 불러 모으기 힘듭니다. 또한, 국내리그의 발전도 더 이상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팬들이 호감을 가지게끔 리그의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수준은 이미 세계적입니다. 이런 핸드볼을 살리려면 리그 자체를 살리고 팬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포장도 필요합니다.

'우생순'의 감동은 계속 이어졌지만 아직 '헤피엔딩'을 만들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다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선전하고 핸드볼을 하려는 지망생들을 늘려나가려면 국내리그의 발전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올림픽에서 선전했으니 핸드볼 경기장을 찾아달라는 의미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팬들을 끌어 모으려면 그만큼 팬들의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볼거리'와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바로 치러지는 국내리그가 남부지역 작은 소도시의 대학체육관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앞으로 국내 핸드볼 리그의 도모가 이루어져 핸드볼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느꼈던 환희가 부디 헤피엔딩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진 = 여자핸드볼대표팀 (C) 대한핸드볼협회]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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