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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올림픽 금메달의 숨은 공신, '캡틴' 진갑용

기사입력 2008.08.28 03:21 / 기사수정 2008.08.28 03:2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모든 구기종목들을 보면 겉으로 화려하게 부각은 되지는 않지만 팀 전력의 키를 잡고 있는 포지션이 존재합니다. 축구의 골기퍼가 그렇고 배구의 세터가 그러하며 농구의 포인트 가드가 그렇습니다.

야구에서 흔히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투수'라고 답합니다. 야구가 투수로 인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오히려 팀을 지탱하고 승리로 이끄는 포지션의 비중은 ‘포수’도 만만치 않게 높습니다.

현대야구에서는 투수들이 분업화가 세분화되었습니다.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등으로 이어져서 나오는 각기 다양한 투수들을 조율하고 상대편 타자들의 흐름을 읽어서 경기를 운영하는 몫은 전적으로 포수에게 달렸습니다.

그래서 투수리드와 경기운영을 잘하는 포수를 갖춘 팀이 강팀을 부각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삼성 라이온스가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승엽(32, 현 요미우리)과 양준혁(39), 그리고 오승환(26) 등의 뛰어난 선수들이 존재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전포수로 팀을 이끈 진갑용(34)이 없었다면 삼성의 전성기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삼성의 어느 관계자는 털어놓았습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진갑용의 존재는 팀의 기둥과 같았습니다. 선수들을 이끄는 주장인 동시에 김광현(20, SK), 류현진(21, 한화), 윤석민(22, 기아)등의 젊고 유능한 투수들을 리드하는 '조율사'였기 때문입니다.

부상을 달고 사는 포지션인 포수로 활동했던 터라 진갑용은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준결승과 결승전을 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팀의 전승이 가능했던 원인은 진갑용의 역할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한국 투수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던 요인도 진갑용의 공로에 있었습니다.

특히, 진갑용은 국가대표 포수로서의 경험이 현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녹록합니다. 이미 여러 번 맞서봤던 일본과 대만 등의 타자들에 대해선 진갑용이 데이터와 자신의 경험으로 인해 깊숙이 꿰뚫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전에서 류현진의 완벽투구를 이끈 공로는 빼어난 구위를 가진 류현진에게도 있었지만 진갑용의 볼 배합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진갑용이 빠지게 되면서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경기에서 이기는데 가장 필요했던 선수가 빠졌으니 말이죠.

진갑용은 포수라는 포지션이 육체적으로도 가장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포지션이라고 밝혔습니다.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면 무릎과 허리, 그리고 햄스트링에 무리가 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매일 중무장을 하고 앉아있지만 볼에 맞는 것도 허다해 몸은 언제나 시퍼런 멍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러한 육체적인 고통은 견디다보면 어느새 잊을 수 있는 것이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한번의 투수 리드 실패가 패배를 좌초하게 되고, 포수가 볼 배합을 올바르게 가져가도 투수가 포수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투를 하게 되면 경기를 그르치고 맙니다.



진갑용이 결승전 마지막 9회말에서 퇴장당한 강민호(23, 롯데) 대신 아픈 몸을 이끌고 등판하려 했을 때, '사형수가 교수대에 끌려 나가는 심정'이라고 당시의 솔직한 기분을 밝혔습니다. 그만큼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포수가 져야만 하는 책임은 실로 막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최고의 포수라 일컬어지는 진갑용은 역시나 노련하고 현명했습니다. 마무리 투수였던 정대현(30, SK)이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김경문 감독은 정대현 대신, 윤석민을 투입하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김경문 감독의 방침에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 이가 바로 진갑용이었습니다. 1사에 만루였던 상황에서 최고의 결과는 더블플레이였습니다. 병살타를 유도하려면 절대적으로 땅볼을 유도해야만 했고, 이러한 최상의 상황을 만들려면 윤석민보다 정대현이 안성맞춤이라고 진갑용이 주장했습니다.

정대현이 쿠바선수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언더핸드 투수였던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진갑용 자신과 호흡이 더 잘 맞던 선수가 바로 정대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선 두 타자가 연속적으로 볼넷으로 출루하자 다음 타자도 초구에는 쉽게 배트가 나오지 않을 것을 예상한 진갑용은 낮은 쪽으로 정면승부를 요구했고 이 작전은 들어맞았습니다. 그리고 9회말 들어 애매한 판정을 일삼던 푸에르토리코 주심은 강민호의 퇴장으로 인해 판정의 흐름이 변화되고 있었습니다.

2개의 스트라이크를 잡고선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정대현 - 진갑용 배터리는 땅볼을 유도하기 위한 최적의 볼인 바깥쪽 낮은 볼로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땅볼을 만들어냈습니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강민호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승리를 결정짓는 그 순간에 마스크를 벗고 마운드로 뛰어올라간 포수의 몫은 오히려 진갑용이 더욱 어울렸습니다.

국내 리그로 복귀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처음부터 주전에 투입된 선수들도 있지만 컨디션 조절을 하며 등판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도 존재합니다.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진갑용은 햄스트링 부상을 떨쳐내고 소속팀인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새로운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등판하는 투수들이 호투를 펼치는 것은 물론, 수비진들의 탄탄한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등 팀의 조직력이 짜임새가 있었던 것은 유능한 포수의 역할에도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팀이 빈틈없는 조직력을 갖추는데 진갑용의 역할은 컸습니다. 김경문 감독도 전면에 나서서 활약해 준 선수들 이외에 가장 큰 공로를 해준 선수로 진갑용을 언급했습니다.



[사진 = 진갑용 (C)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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