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프로듀스101' 소년들이 "사랑해주세요" 대신 "살려주세요"라고 말하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
지난 3월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 부근에서 101명의 연습생이 대중에 공개된 뒤, 100일이 지났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는 16일 파이널 경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이날 방송에서는 데뷔 평가곡 무대 공개와 함께 생방송 문자 투표를 통해 최종 데뷔 멤버 11명을 가리게 된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직책을 부여받았던 시청자들의 임무도 오늘로 끝이다.
여자 연습생 101명을 대상으로 했던 지난 시즌 이후 남자 연습생 101명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를 비웃듯 뜨거운 화제성과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여기에 거의 모든 연습생이 지하철역 전광판 광고가 있을 정도로 소년들을 향한 충성심은 오히려 단단했다.
이 충성심은 '프로듀스101'의 악마의 편집과 만나 여러 사람을 울게 했다. '쏘리쏘리' 조 연습에 태만한 것처럼 편집된 권현빈은 개인 SNS에서까지 악성댓글 공격을 당하며 결국 SNS를 모두 지워야 했다. 계속 적은 분량에 시달리다 '라잇 라운드'에서 센터 욕심을 내는 이기적인 연습생으로 편집된 주학년은 무대를 잘 마치고도 눈물의 호소를 해야만 했다. 시종일관 밝았던 '픽미소년' 안형섭도, 센터였던 이대휘도 방송이 거듭될 수록 의기소침해졌다.
자기가 응원하는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연습생을 밟고 올라가야하는 잔인한 구조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정치판에서 네거티브가 판치는 것처럼, '프로듀스101'에서는 자기 픽을 살리기 위해 남의 픽을 깎아내리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11주라는 시간은 짧고, 101명 중에는 이미 데뷔한 중고 신인도 있지만 앞날을 알 수 없는 연습생이 대부분이기에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다'는 생각은 더더욱 팬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더 채찍질한 건 제작진이다. 연습생들의 화목한 모습, 완벽한 무대를 위해 서로 격려하는 그림을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시종일관 경쟁과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팬들은 "싸워야 분량이 생기니 멱살이라도 잡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스갯소리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경쟁, 갈등, 질투와 반목이 반복되면서 누군가는 '연습 태만' '이기적' '실력 없음' 낙인을 찍혀 외면받고, 누군가는 '보살' '선생님' '리더'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으면서 사랑받았다. 공평하지도, 사실적이지도 않은 편집 때문에 떨어진 연습생도, 다른 친구를 밟고 올라선 연습생도 모두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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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