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01:17
자유주제

'어질어질' 北京 올림픽, '자봉을 믿지 마세요'

기사입력 2008.08.20 09:02 / 기사수정 2008.08.20 09:02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베이징, 박형진 기자] "버스요? 잘 모르겠는데요?", "일단 가서 다른 분께 여쭤보세요"

자원봉사자는 올림픽 성공의 핵심적인 요소다. 전체적인 조직과 운영은 '높으신 분들'의 몫이지만, 실제 운영은 자원봉사자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찾은 외국 기자와 관중이 접하는 이들 역시 대부분 자원봉사자인 만큼, 그들은 올림픽의 '손'이자 '발'이자 '얼굴'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자원봉사자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간혹 고령의 자원봉사자도 보이지만, 대다수 자원봉사자는 젊은 대학생이다. 이들 자원봉사자는 젊은이 특유의 활기참으로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지만,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기자가 베이징셔우두공항에 도착하자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가 적극적으로 다가와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러나 막상 필요한 버스편을 물어보자 당황한 기색으로 "물어보고 오겠다"며 공항 방방곡곡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그렇게 뛰어다닌 후 돌아온 대답은 "잘 모르겠으니 다른 자원봉사자에게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보안 검색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와 직원 중에는 관련 규정을 잘 몰라 엉뚱하게 기자나 관중을 붙잡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검색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기자의 녹음기가 반입금지 품목이라고 우기다 상사가 오자 규정을 확인한 후 녹음기를 돌려주었다. 보안 입구 출입을 담당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들어와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무작정 출입을 막기도 했다.

자원봉사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인 길 안내조차 못하는 자원봉사자도 수두룩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렵자 무작정 중국어로 대답을 하고 사라졌다. 한국 기자들을 포함한 외국 관중과 기자들은 자원봉사자의 잘못된 안내에 길을 여러 차례 헤매었다.

베이징 올림픽의 모든 소식을 전하는 ONS(올림픽 뉴스 서비스) 역시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운영된다. 경기 관련 뉴스와 인터뷰 기사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취재 경험과 스포츠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선수와 감독에게 종종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대다수 자원봉사자는 경험과 지식의 부족을 성실함과 친절함으로 메우고자 노력했지만, 일부 자원봉사자는 자원봉사자의 업무보다 올림픽 분위기를 즐기는데 더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북경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유학생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할 일 없이 자원봉사자 팻말을 목에 걸고 어슬렁거리는 자원봉사자들이 많다. 이들은 그저 올림픽을 즐기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것 같다"며 자원봉사의 실상을 설명했다.

한 IOC 관계자조차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원봉사자를 믿지 말고 직원을 찾으라"고 말할 만큼 베이징 올림픽의 자원봉사자는 여러 면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자원봉사자에게는 '봉사'의 고귀한 정신만큼이나 올림픽 진행을 맡는다는 투철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한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 관리와 교육이 절실해 보인다. 

[사진 : 올림픽 미디어센터 앞에 펼처진 노점상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자원봉사자]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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