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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의 B페이지] 마음으로 외치는 함성, 한화의 야구 수어 캠페인

기사입력 2017.06.08 13:30 / 기사수정 2017.06.08 13:12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지난 6월 3일 대전 SK전 한화의 8회말 공격, 평소 같았으면 경기장을 흔들 한화팬들의 육성응원은 평소보다 다소 늦게 들렸다. 하지만 소리는 안 들렸을지언정 이미 응원은 시작된 후였다. 팬들은 서툰 손짓으로 '최강한화'를 표현한 후, 그제서야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 이글스는 6월 3일 농인의 날을 맞아 농인들을 위한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날 8회 수어로 '최강한화' 응원을 진행한 것과 더불어 경기 전 마루지역 아동센터 어린이 30명이 수화로 애국가를 제창했고, 경기 내내 전광판에는 안타, 삼진 등의 상황별 용어가 수어로도 함께 송출됐다.

그리고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시구가 시작되기 전, 시구를 맡은 농인 부자 성민국 군과 아빠 성백철 씨는 는 수어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민국아 '포수'를 향해 '직구'를 던져봐", "꼭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어요". '포수'와 '직구', '스트라이크'는 몇 개월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에게는 '세상에 없던 말'이었다.

▲용어 정립부터 제작까지, 세상에 없던 말을 만든다는 것

한화의 야구 수어 캠페인은 야구단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또 해야하는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야구를 접하기 어려운 계층이 조금 더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사를 하던 중에 농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국의 농인은 약 25만 명이고, 농인 야구팀은 14개팀이 있다. 그러나 각 팀마다 사용하는 수어들이 다르고, 심지어 야구팀을 하지 않는 농인들은 공식으로 등록된 야구 수어가 없어 아예 용어 자체를 표현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국립국어원에 등록된 수어 2만4792개 중 야구 용어는 홈런, 세이프, 아웃까지 단 3개에 불과했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한화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립국어원을 통해 수어 제작 전문가를 추천 받고, 각 지역 농인 야구팀의 코칭 스탭 및 선수들과 수어 제작을 시작했다. 필요한 용어들을 추리기부터 제작까지 2개월 정도가 걸렸고, 난이도가 어떤 지, 통용되는 데 문제는 없는 지 대한농인야구협회와 농인 야구팀의 코칭스탭 및 선수, 일반 농인 검수단까지 검수에 재검수를 거친 끝에 3월부터 교육용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화가 만든 교육용 영상은 '세상에 없던 말'이라는 유투브 채널에 업로드가 되어있다. 첫 번째 '야구장'이라는 정말 기본적인 단어로 시작해 포지션과 기록 용어를 비롯해 '포크', '체인지업' 같은 구종에 이르기까지 현재 138개의 영상이 올라와있다. 수어 영상은 야구를 모르는 농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야구 교육 영상처럼 제작됐다.


▲함께 즐기기 위해, 함께 만들다

이번에 제작된 야구 수어는 국립국어원 등재를 목표로 만들어졌으나 국립국어원에 정식으로 등재되지는 못했다. 국립국어원은 한화의 수어 제작에 대한 노고를 인정했으나 국립국어원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수어가 아니기에 등재는 어렵다는 답변을 전해왔다. 


하지만 대한농아인체육연맹에서는 충분히 농인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수어 습관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는 공인을 받고, 그 홈페이지에 등재되어 있다. 한화 마케팅팀 서우리 사원은 "농인 야구팀과 연맹들 사용해나가면서 공통적으로 쓰게 되는 것이 공인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지난달부터는 MBC스포츠플러스의 '베이스볼 투나잇' 프로그램 내 야구 수어 퀴즈 코너 '세상에 없던 말'을 통해 매일 야구 수어 한 개씩이 소개되고 있다. 비록 많은 농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야구를 보는 모든 이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코너다. 앞으로는 선수들의 참여도 늘려갈 계획이다. 

그리고 함께 추진되고 있는 것이 네이버 해피빈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감펀딩(http://happybean.naver.com/crowdFunding/Intro/H000000139751)이다. 펀딩이 마감이 되면 후원금으로 야구 수어 사전을 제작해 7월 출간할 예정이다. 현재 1일부터 시작된 펀딩은 8일 현재 5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냈음이 보여지는 부분이다.

작지만 위대한 발걸음이다. 이번 한화의 야구 수어 제작으로 농인들은 예전보다 어려움 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야구를 모르던 농인들에게도 큰 장벽이 없어진 셈이다. 한화 서우리 사원은 "야구 수어에 대한 후속적인 교육이나 보급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다. 이제 막 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농인분들이 야구를 즐기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구단의 뜻을 전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한화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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