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2.05 12:00 / 기사수정 2005.02.05 12:00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2월 4일 저녁 8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이집트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한국은 전반 14분에 이집트의 에마드 나비에게 문전 정면에서 왼발 결승골을 내주었다. 후반전에는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했지만, 끝내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이번 이집트전을 통하여, 오는 9일에 벌어지는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인 쿠웨이트전 선전을 위한 좋은 경험을 했다. 좋지 못한 경기 내용으로 패했지만, 쓴 약을 먹었다. 중요한 것은 이집트전 결과가 아니라 쿠웨이트전 승리다. 이집트와의 평가전은 말그대로 평가전일 뿐,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중요한 경기가 아니다. 이집트전의 실망스러운 결과로 쿠웨이트전 승리 및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이 힘들다는 일부 축구팬들의 생각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다.
다만 쿠웨이트전 선전을 위해 개선해야 될 점이 이집트전에서 드러나고 말았다. 쿠웨이트전에서는 어떤 선수층과 전술 등으로 좋은 경기 운영을 펼쳐야 하는지,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를 명확히 잘 드러냈다. 쿠웨이트전 이전에 벌어진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정신력에 대한 무장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또 쿠웨이트전에 나설 주전 경쟁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 몇몇 선수들에 대한 기량까지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중원의 경기 운영, 불합격
이집트전에서 중원을 지킨 '김남일-김상식' 조합의 경기 운영은, 불안한 수비진과 더불어 이날 경기의 0:1 패배를 자초했다. 패싱력은 굴곡이 심했고, 주변에 있는 동료 선수를 활용한 경기력이 미흡했다. 이집트의 중앙 공격을 활발히 효과적으로 끊는데 실패했고, 계속된 공격을 허용하여 중원을 불안하게 지켰다.
한국의 3-4-3 대형은 3-4-1-2 같은 대형에 비해 윙백과 윙 포워드를 통한 측면 공격력을 강화하기 좋은 편이다. 그러나 김남일과 김상삭의 조합은, 한국의 측면 공격을 줄기차게 도와주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측면 공격이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오른쪽 윙 포워드 이천수를 비롯하여 이집트의 두터운 측면 수비진을 뚫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후반 15분에 김상식이 교체되고 김두현이 투입되면서, 측면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남일과 김상식의 경기력은 똑같지 않지만, 서로 비슷한 경기 스타일을 펼치는 선수들이다. 중원에서 조합을 형성하는 더블 보란치의 경기 운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이 조합을 형성해야 한다. 특히 후반전 도중에 선보였던 '김남일-김두현'의 조합은 이전 조합보다 더 나은 위력을 발휘했다.
K리그에서 뛰어난 수비력과 함께 날카로운 패싱력 등을 발휘했던 김남일과 김상식이지만, 국가대표팀에서 조합 형성시에는 공수에 허점이 깊은 경기 운영을 펼쳤다. 다가오는 쿠웨이트전을 비롯한 앞으로의 경기에서 좋은 경기 내용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집트전을 통해 시행 착오를 겪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김남일과 김상식 조합에 대한 검증을 이집트전에서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중요한 경기에서는 주전 선수 구성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3백 라인, 개선이 필요
지난 미국 전지훈련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단점인 수비 불안은 이번 이집트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났다. '박재홍-유상철-박동혁'으로 짜인 3백 라인은 전체적으로 불안한 수비 운영을 펼쳤다. 오히려 후반전 시작하기 전에 유경렬이 유상철을 대신하여 교체 투입되자, 수비력에 대한 안정을 되찾아 갈 수 있었다.
작년 말에 당한 부상 때문에 아직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국가대표팀의 맏형 유상철은 부상 이전과 다름없이 불안한 수비 운영을 펼쳤고, 종종 상대팀 선수를 놓치는 느슨한 압박을 펼쳤다. 박재홍까지 만족스러운 수비력을 발휘하지 못해, 한국의 3백 라인은 이집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데 실패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유상철에게 좋은 경기력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나마 오랜만에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이집트전을 통하여 쿠웨이트전에서 맹활약 펼칠 수 있는 실전 감각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쿠웨이트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 이집트전에 이어 수비력을 극대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후반전에 교체투입된 유경렬이 유상철과 박재홍 보다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대체적으로 좋은 수비력을 펼친 유경렬에 대한 국가대표팀내 입지가 커졌다.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는 그에 맞는 대가가 필요하다. 유경렬의 활약을 통하여 쿠웨이트전에서 '박재홍-유상철-박동혁'의 3백 라인을 주전으로 끌고 가야할 필요성을, 이번 이집트전을 통해 그 가능성을 낮추게 했다.
쿠웨이트전 주전은 최상의 멤버로 구성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첫 경기의 중요성이 다른 경기들 보다 크다. 쿠웨이트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국가대표팀 내에서 최상의 멤버로 주전을 구성해야 한다. 이는 7명의 후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조만간 쿠웨이트전에 참가할 18인 엔트리(후보 포함)가 발표 되겠지만, 26명의 국가대표팀 선수들 중에 8명은 쿠웨이트전에 나설 수 없다. 쿠웨이트전 주전도 마찬가지. 26명 모두 주전을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쿠웨이트전에서 주전으로 출전할 선수는 단 11명 뿐이다.
우선 한국에 귀국한 해외파들 중에서 4일 귀국한 이영표와 박지성, 6일에 귀국하는 설기현이 쿠웨이트전에서 주전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소속팀 누만시아에서 출전 시간이 줄어든 이천수는 이집트전을 통해 실전 감각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 쿠웨이트전 주전 출전 가능성이 낮아졌다. 조재진은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조커로 더 많이 출전했다.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유상철을 쿠웨이트전에서 그대로 주전으로 출전해야 할 필요성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전에 투입될 수 있는 선수는, 경기 당일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국가대표팀 경기에 이어 이집트전에서 부진한 박재홍 주전 기용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박재홍을 대신하여 김치곤이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으나, 맹활약을 장담하기 어렵다. 박동혁을 3백 라인의 왼쪽으로 이동 시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김상식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펼쳤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열심히 경기에 임했던 선수는 쿠웨이트전 주전 기용 가능성을 높였다. 그중에서도 왼쪽 윙 포워드 정경호와 오른쪽 윙백 박규선, 수비수 유경렬이 대표적이다. 이집트전을 통하여 어느 선수가 쿠웨이트전에서 주전으로 기용될지, 어느 정도의 윤곽이 잡혔다. 어느 선수가 18인 엔트리에 포함되는지, 쿠웨이트전 주전 구성과 함께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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