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옥자'의 주역 봉준호 감독과 배우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이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옥자'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변희봉, 안서현, 스티븐 연이 참석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옥자'는 19일 공식 상영회를 통해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일찍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옥자'는 19일 공식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공식 상영회를 가졌다.
공개 후 "아름다운 액션, 어드벤처이면서 훌륭한 각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THE GUARDIAN), "매혹적인 각본이다"(France INTER), "봉준호의 느낌이 강하면서 유머와 정치적인 생각할 거리가 교묘하게 섞인 작품이다. 흡사 1984등의 영화를 떠올리게도 한다"(LOS ANGELES TIMES) 등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이번 '옥자' 간담회에서는 칸국제영화제에 함께 한 소감, '옥자'에 대해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 봉준호 감독 "'옥자', 미자의 성장 이야기"
기자간담회장에 입장한 봉준호 감독은 "우리 한국인들끼리 깊고 진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라는 유쾌한 인사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봉준호 감독은 "제 또래 사람들이 다 기억하겠지만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그 작품은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것의 여자 아이 버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옥자는 동물인데 사람같은 면이 있고, 미자는 산에서 자라 사람이지만 산짐승처럼 뛰어다닐 수 있다. 이런 아이라면 '미란도'라는 거대한 기업이든, 누구든 간에 이 아이를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옥자'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가장 극한의 촌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주인공인 희봉의 손녀딸마저 미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 않나. 이 옥자라는 이름의 동물이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에 가는, 굉장히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도 '왜 이름이 옥자'냐고 많이 물어봤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 반응을 즐기는 편이다. 가장 촌스러운 이름의 작명이지, 다른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정리했다.
앞서 논란이 된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이 "개인적으로는 극장의 큰 화면에서 상영하지 않는 작품들에게 황금종려상 같은 상을 수상한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발언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알모도바르 감독이 어떤 말을 해도 좋다. 나쁜 말을 해도 괜찮다"며 "알모도바르 감독이 제 영화를 본다는 자체가 좋고, 흥분된다. 그 분의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아름다움을 많이 느껴왔기에 좋다"고 말했다.
논란 후 "오해가 있었다. 모든 심사위원은 넷플릭스 영화와 나머지 영화를 차별 없이 심사할 것이다. 영화제에서 고른 영화들의 예술적인 요소만을 평가하겠다"고 번복한 부분에 대해서도 "저와 노아 바움백 감독('메이어로위츠 스토리') 에 대한 입장을 말한 것이 아니라, 극장 문화의 소중함과 극장은 여전히 영화를 보는 최고의 관람 행위라는 입장을 강조하셨던 것 같다. 그 마음은 같은 감독으로 백 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산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뉴욕 한복판까지 가게 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씁쓸함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 것이 아니냐"고 얘기하면서 '옥자'를 '미자의 성장 영화'라고 정의 내렸다.
▲ 안서현·변희봉·스티븐 연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해 기뻐"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도 작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로 '옥자'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안서현은 달리고, 넘어지고, 구르는 '옥자' 속 액션을 언급하며 "이 정도 양의 액션은 저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미자라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감독님이 많이 배려해주셔서, 제가 준비하고 연습한 양보다 실제 촬영한 양은 많지 않아서 아쉬움도 좀 있다"며 봉준호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옥자'를 통해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를 방문한 변희봉은 "정말 영광이다.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가져보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꼭 벼락 맞은 사람 같다"고 말해 현장에 웃음을 전했다. 변희봉 역시 "이 자리를 빌려서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스티븐 연은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아 통역사를 옆에 뒀지만, '최대한 한국말로 해보겠다'는 의지로 '옥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전해 귀를 집중시켰다.
미란도 기업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옥자를 이용하려는 동물 권리보호 활동가 그룹의 2인자 케이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과 같이 일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는 마음을 전하며 "너무나 멋진 경험이었다. 케이 캐릭터가 개성이 강한 인물인데,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칸에 초청됐다는 자체가 굉장히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또 재미교포 캐릭터가 그렇게 흔치 않은데 이렇게 구체적인 캐릭터를 탐색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옥자'는 6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에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또 한국에서도 같은 날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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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