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치매에 걸린 아내와 그런 아내의 손을 놓지 않는 남편. 보통의 아버지 같이 퉁명스러운 남편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며 가족의 사랑과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순재가 출연하는 연극 '사랑해요 당신'이 서울 대학로 예그린 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6월 17일, 18일에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도 선보인다.
“젊은 친구들이 봐도 재밌는 작품이에요.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고 장래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지. 혹시 치매에 걸린다면 이런 부부가 돼야겠다 하는 것도 느낄 수 있고.”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에 머물지 알았다’며 안타까워하는 남편, 그리고 그간 감정표현에 인색했던 남편을 이해하는 아내의 모습은 담담해서 더 먹먹하고 가슴을 울린다.
“사람에게 위기가 닥치면 보살피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어요. 부부밖에 없지. 부부의 의미가 그런 거예요.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잖아요. 병도 들고 어려울 때도 있고, 대박 날 때도 있는데 잘되면 같이 살고 가난하면 도망간다면 부부가 아니죠. 함께 하는 게 부부예요. 남자 관객들이 ‘앞으로 잘할게’라면서 손을 쥐고 나가곤 하더라고요. 내가 아프면 지켜줄 사람이 집사람밖에 없는 거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관계지.”
치매는 나이를 묻지 않고 누구에게나 불쑥 찾아올 수 있는 병이다. 이순재는 “술 적게 먹고 담배도 끊어야 하고 외적인 유해 요인을 차단해야지. 운동도 해야 하고. 내일도 골프를 치러 나가요. 앉아서 세상 한탄만 하고 앉아있으면 치매에 걸리기 더 쉬울 것 같아”라며 고개를 끄떡였다.
“건망증 같은 가벼운 증상은 있는데 아직 대사를 외우는 데는 괜찮아요. 하지만 염려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친구들을 사귀려고 노력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예방하려고 해요. 그래도 우리 직종의 특성상 암기가 주가 되니까 비교적 (치매를) 피할 수 있지 않나 싶어.”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그래서인지 무대 위의 이순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늘 공연장에 이른 시간에 도착하고, 무대에서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앞서 예능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했다.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과 함께 나영석 PD가 연출한 tvN ‘꽃보다 할배’에 출연, 프랑스, 스위스, 대만, 스페인, 그리스 등을 여행했다. 향후 ‘꽃보다 할배’가 또 한 번 방송된다면 어떨까.
“다른 멤버들의 컨디션이나 상황 등 조건이 맞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지. 내가 다른 예능과는 거리가 있잖아요. 재능이 많아서 춤을 잘 춘다거나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거든. 가고 싶은 나라? 해외여행은 어디든 재밌지.(웃음)
나영석 PD는 창의력이 대단한 사람이고 인정을 받고 있어. 다른 사람이 하면 별 볼일 없을 것도 나영석이 하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유별나거나 특수한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일상의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하는 거죠. 여행기라는 것도 꾸며서 하는 건데, 나영석이 하는 건 억지가 없어요. 늙은이들에게 맡기니까. 자연스럽게 본모습이 노출돼 시청자에게 공감을 주는 거지. 인간적인 재미 덕분에 나영석의 예능이 인기를 끄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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