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영화 ‘우생순’을 통해 핸드볼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으로 증폭됐다. 그러나 영화의 여파는 국내리그의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핸드볼의 관중석은 여전히 썰렁하기만 했다. 한국여자핸드볼은 88년과 9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96년도 올림픽과 2004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렇게 눈부신 성적을 거둔 종목이 오히려 국내리그에서는 인기 종목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스포츠 팬들은 원래 핸드볼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막연한 이유를 내뱉었지만 이것은 설득력이 없는 소리였다.
최대한 특정 스포츠가 인기 종목으로 거듭나려면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과 함께 대대적인 투자와 리그의 육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금메달을 딴 핸드볼은 정부와 기업들에 언제나 찬밥신세였다.
그리고 핸드볼과 함께 올림픽에 출전해서 세계정상권에 근접한 구기 종목은 바로 하키이다. 그러나 하키에 대한 지원책과 육성 안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었고 그저 올림픽이 다가오면 ‘선수들이 알아서 선전해 줄 종목’으로만 여겨졌다.
핸드볼과 하키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을 살펴보면 한국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핸드볼과 하키의 강국인 독일에서는 자국의 리그를 전적으로 지원해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그리고 하키가 일상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은 네덜란드는 자국리그에 존재하는 하키 클럽이 무려 300개가 넘고 있다.
축구에서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에 있는 독일과 네덜란드는 축구 경기가 벌어지면 모든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듯이 남자하키팀이 서로 맞붙는 경기도 양국의 스포츠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자핸드볼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과 동유럽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팀들로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은 자국리그의 인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단 유럽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아시아권의 국가들을 살펴봐도 국제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종목들은 하나같이 그 국가들의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는 예전부터 하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탄탄한 선수층이 있다.
그리고 태국은 근래에 들어서서 배구에 대한 열풍이 거세다. 주니어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조직력을 다져온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태국 정부는 국가지원 종목으로 배구를 선정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 속에 점점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누르고 4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막상 프로가 출범한 국가인 한국 여자배구는 오히려 점점 실력이 퇴보해가고 있었으며 비록 올 5월 달에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예선전에서 한국팀이 태국에 3-2로 이겼다고는 하지만 수비조직력과 서브, 그리고 공격력과 스피드 등 모든 면에서 태국이 한국을 추월하고 있었다.
또한, 핸드볼과 하키가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인 것을 믿지 못하는 IOC(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들도 존재했었다. 어떻게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통하는 종목에 대한 지원을 등한시하는 지에 의문을 품은 외국의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국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자연스럽게 여겨져 가고 있다.
핸드볼이나 하키가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고 막대한 지원 속에 발전을 하려면 예전과 같이 주먹구구식으로 리그와 선수들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여자핸드볼 팀은 ‘우생순’의 흥행을 등에 업고 모처럼 국내리그의 부흥을 위해 올 초에 열린 핸드볼 큰 잔치에서는 프로치어리더를 고용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이 과정 속에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프로치어리더들의 1년 예산과 핸드볼 팀의 1년 예산이 거의 비슷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아무리 올림픽에 출전해서 금메달을 따온다고 해도 핸드볼이 인기 종목이 될 가능성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한하키협회의 1년 총 예산은 12억 원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대한축구협회의 1년 예산이 무려 652억에 달하고 있으니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이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 종목이 고르게 발전해야 비로소 스포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인기스포츠와 비인기 스포츠의 지원 격차가 너무나 커 균형 있는 종목 발전에 해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 협회와 연맹 중에서 정부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1년 예산이 652억에 달하는 축구협회이고 250억에 이르는 한국농구연맹(KBL)과 170억에 달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언제나 가장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으며 매번 메달 권에 도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그리고 남자 농구는 올림픽 본선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중위권을 맴도는 팀으로 전락했다.
야구대표팀은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메달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쿠바와 미국, 그리고 일본 등이 버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척은 여러모로 힘들 듯이 한국은 새로운 스포츠 종목을 체계적으로 살리는 데에 필요한 투자에 인색하다. 반면, 기존에 인기를 얻고 있는 ‘안정’ 적인 종목에 투자해서 나름대로 이익을 얻는 시스템에는 너무나 익숙해 있다.
지금도 축구를 비롯한 인기 종목들에 편중된 투자는 그칠 줄 모르고 있으며 최근 서울시는 박지성이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25억 원을 투자하는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해 많은 팬의 원성을 샀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종목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자연적으로 이어져야 국제적인 경쟁력을 비로소 갖출 수 있다. 그저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옥 훈련’만 거듭해 좋은 성적을 내줄 것이라 기대를 걸고 있는 핸드볼과 하키는 정부적인 지원책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올림픽에서 더 이상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떳떳하게 명함을 내밀고 올림픽에서도 10위권 안에 드는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잘 나가는 종목’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한국스포츠에서 사라져가길 기대해본다.
==================================================================================
[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 조영준의 Olympic Jumper.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는 메달 유망주들과 메달권에 들 수 있는 기록에 미치지 못해도 앞으로 가능성이 충만한 선수들을 소개할 예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한데 묶어 전해드리는 뉴스+칼럼 형식의 올림픽 기사입니다.
조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