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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팀의 승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남자

기사입력 2008.07.16 09:54 / 기사수정 2008.07.16 09:54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뚝심의 야구에 스며든 한 남자' 





올 시즌 김경문 감독은 '믿음'과 '경쟁'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명제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조율하며 각 포지션에서 경쟁심을 부추기며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서울 라이벌'인 LG 트윈스와의 6월 3일에 단행된 2:2 트레이드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우익수에서 민병헌과 유재웅이 경쟁을 벌이고 있었으나, LG에서 건너온 이성열에게 6월 한 달간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2005년 주로 대타로만 출전하며 9홈런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성열은 특유의 힘을 바탕으로 한 파워 베팅으로 차세대 LG를 이끌 안방마님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조인성과 김정민이 버티고 있는 LG의 안방마님 자리는 매우 굳건했고, 공격보다는 수비에 많은 문제점을 보인 그였기에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였다. 타고난 손목힘과 파워를 지녔으나, 특히 떨어지는 공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포텐셜을 살리지 못한 채 두산으로 트레이드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두산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선수가 되었다.

6월 한 달간 김경문 감독의 비호 아래 주전으로 출전했던 이성열. 69타수 16안타 0.232로 기대치만큼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공을 둘로 쪼갤듯한 호쾌하게 돌아가는 그의 방망이에 김경문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포수출신답지 않게 외야수비나 주루플레이 상에서도 특유의 파이팅을 선보이며 두산 선수단에 잘 녹아 들어갔다. 하지만, 좋지 않은 6월 한 달의 성적표로 7월에는 유재웅과 번갈아가며 출전하게 되었다.

 
'팀의 8연승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한 남자'


7월 15일 SK와의 경기에서 6회 말까지 7-2로 리드했던 두산. 하지만, 7회 초에 믿었던 임태훈-이재우 듀오가 무너지며 급기야 7-7동 점을 허용하였다. SK의 분위기는 하늘을 찌를듯했고, 반면 두산은 허탈함에 빠져있었다. 7-7 동점이던 7회 말, 선두타자는 이성열이었다. SK의 선발이 다승 1위(11승)인 좌완 김광현이었음에도 6번 타자로 선발출장한 이성열은 첫 타석에서는 3구 3진으로 물러났지만 3회에는 중전안타로 2타점을 올리며 김광현을 무너뜨렸으며 5회에는 3루수 앞에 재치있는 번트 안타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속죄투'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윤길현을 상대로 재치있게 몸을 뒤로 돌리며 몸에 맞는 볼로 선두타자의 몫을 다하고 출루한 이성열. 7회 초 5점을 허용하며 팀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이성열의 기지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윤길현은 제구가 되지 않는 듯 변화구가 포수 박경완 바로 앞에 계속 떨어지며 바운드 되었다. 정원석 타석 때 1구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이성열은 공격적인 주루본능으로 2루에 안착했다.

무사 2루의 황금찬스. 윤길현의 공은 계속 제구가 되지 않고 불안한 모습이었다. 이성열은 리드를 길게 가져가며 이 시점에 무엇인가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격적인 리드를 지속해서 행했다. 5구째 역시 볼이 들어가며 볼넷인 상황. 하지만, 백전노장 박경완은 볼넷을 내주자마자 이 틈을 놓치지 않고 2루에 송구했다. 가만히 있었으면 볼넷으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분위기는 또다시 SK 쪽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성열이 견제사 아웃을 당한 것이다.

이적 후, 인상적인 큰 활약을 하지 못했던 이성열이었다. 1위 SK와의 경기, 게다가 7-2 리드 상황에서 5점을 내주고 7-7 동점이었던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코칭 스태프들에게, 동료들에게, 1루 내야를 가득 메운 홈팬들에게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몸을 사리지 않는 공격적인 주루본능과 센스는 좋았으나, 투수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 2루 주자는 투수의 스트라이크와 볼을 눈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 성급했고, 마음만 앞섰다.

무사 1,2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1사 1루로 둔갑했고, 후속 타자 채상병의 삼진아웃에 1루 주자 정원석마저 도루에 실패하며 더블 아웃으로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결국, 8회 말에 고영민의 재치와 김현수의 결승타로 1점을 얻어내며 두산은 파죽의 8연승과 선두 SK와의 승차를 -4.5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이성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팀의 승리가 반가웠다. 만약에 패했다면 한순간의 실수가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열의 투지와 열정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 비록, 미숙한 플레이는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할 숙제로 남았지만 말이다. 두산의 유니폼이 더 이상은 어색하지 않다. 이성열의 허슬플레이와 투지가 두산의 파죽지세의 연승과 1위 쟁탈에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C) 이성열(두산 베어스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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