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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슈퍼소닉' 이대형의 아름다웠던 투혼

기사입력 2008.07.14 12:14 / 기사수정 2008.07.14 12:14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죽을 줄 알면서도 끝까지...'






LG 트윈스의 '슈퍼소닉' 이대형이 7월 13일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잠실 홈경기에서 보기 드문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투혼을 불살랐다.

일주일에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 1년에 연간 각 팀당 126경기를 소화해내는 프로야구에서 대략 2가지의 중론이 펼쳐진다. 선수들은 '프로'이기에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 한다는 것과 필요한 순간에 모든 힘을 발산하여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첫 번째 중론은 프로스포츠는 궁극적으로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팬들을 위해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선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타당하고, 두 번째 중론은 연간 126경기 일주일에 6번, 각 경기마다 3시간 이상씩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프로야구에서 체력적인 면을 감안하여 쓸데없는 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순간에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날 이대형은 첫 번째 중론을 옹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대형은 4월에 16도루, 5월에 13도루를 성공시키며 역시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도루왕 2연패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타율 또한 6월 초반까진 줄곧 3할 대를 유지하며 LG의 1번의 진정한 주인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6월 초반까지 순항중이던 이대형은 슬럼프를 맞게 되었다.

6월에 2할 초반의 빈타에 허덕이며 출루율이 자연스레 낮아지자, 도루 숫자도 자연히 줄게 되었다. 6월에 성공시킨 도루는 단 5개뿐. 6월 20일 롯데 전에선 홈 관중 앞에서 2개의 도루사를 당하는 수모 까지 당했다. 6월 21일 도루를 성공 시킨 후 잠잠하다가 7월 5일이 되어서야 겨우 도루를 추가하게 되었다. 도루왕 2연패를 쉽게 거머줠 것이라 예상했지만, 어느새 무섭도록 치고 올라온 이종욱(35개)에 1개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한 모습을 뒤로하고 13일 3회 말에 보여준 이대형의 플레이는 그간의 부진함을 떨쳐내듯, 슬럼프의 터널을 벗어나려는 듯한 몸부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3회 말 중견수 앞 안타를 치고 나간 이대형. 1회 말 첫 타석에서도 좌익수 앞 안타를 치고 도루를 성공시킨 터라 삼성의 베터리는 긴장 할 수밖에 없었다.

2구째 스타트를 끊은 이대형. 하지만, 그 노림수를 간파한 진갑용은 볼을 바깥쪽으로 유도했고 이대형은 1,2루 간에서 협살에 걸리게 되었다. 제아무리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이대형이라도 삼성 측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한 99% 아웃이 확실한 상황. 웬만한 선수라면 그냥 포기하고 아웃 되었을 이 상황에 내야를 가득 메운 관중들을 웃기게 만든 진풍경이 펼쳐졌다.

1,2루 간에 삼성 선수들 9명을 몰려들게 만든 것이다. 이대형은 쉽게 아웃되지 않으려 몸부림을 쳤다. 1,2루 간을 반복해서 오고 갔다. 분명히 아웃이 될 줄 알았으면서도 말이다.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소속 팀. 좋지 않은 팀 분위기와 팬 심(心)이 지배적일 상황에서 이러한 작전 미스는 큰 질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1회 도루 성공시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이미 얼룩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대형의 이러한 죽을 줄 알면서도(?) 살려고 몸부림치는 투혼에 LG 홈팬들을 감동시켰다. 아웃이 된 후, 덕아웃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이대형에게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선사했다. 마치 8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후, 투수교체를 위해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선발투수를 맞이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LG. 자존심이 상할 데로 상한 LG의 홈팬들. 하지만, 이러한 작은 투혼의 플레이 하나에 팀과 팬들의 기를 살렸다.

1회 이대형의 안타와 도루, 그리고 페타니지의 적시타로 LG가 자랑하는 득점공식으로 끝까지 승리를 지키며 2-0 승리를 거두었다. 이것으로 삼성과의 3연전을 다 쓸어담으며 3연승.

7월 11일 삼성과의 3연전 중 첫 경기에서 올 시즌 4번째로 1번 타자 자리에서 밀려 2번 타자로 출전했던 이대형은 그간의 부진을 떨치고 2안타를 때려낸 후, 12일에 다시 1번 자리로 복귀했고 삼성과의 3연전에서 전부 2안타씩을 터뜨리며 다시 되살아났다.   

사실상, 탈꼴찌도 쉽지 않아 보이는 LG의 현 상황. 하지만, 아무리 내년 시즌을 이미 구상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프로이기에 팬들이 납득할 만한 야구를 선보여야만 한다. 물론 그 선두자리는 LG의 '슈퍼소닉' 이대형의 몫이다. 과연, 살아난 이대형이 이번 3연승을 발판삼아 LG의 7월 대반격을 이끌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C) 이대형 (LG 트윈스 공식홈페이지)]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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