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14 00:20 / 기사수정 2008.07.14 00:20
PART 2.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슈퍼스타, 초보 감독으로 돌아오다
그를 보고 있으면 화려했던 선수 시절, 남아있는 무수한 기록과 업적과는 달리 참 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175의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둥글둥글, 동네에서 마주칠 법한 인심 좋고 성격 좋은 그런 아저씨처럼 항상 웃고 있는 그런 그가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슈퍼스타라니! 그가 실제로 현역으로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기자는 아이스하키를 늦게 접했다는 그 사실이 이렇게도 분통할 수가 없었다.
선수 시절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 제2의 아이스하키 인생인 감독으로서의 그를 물릴 정도로 바라봐주겠다는 조금 억지스러운 오기도 생겼다. 물고 늘어졌다. 그토록 화려했던 그가, 감독으로서 어떤 모습을 꿈꾸고 있을지 모든 속내를 듣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 감독. 내건 모토가 '경쟁'이다. 안 그래도 치열하기로 소문난 안양 한라의 주전싸움, 올 시즌 더 치열해지겠다. 힘내라, 백곰들이여.
은퇴한 지 3년 만의 현역 복귀다. 그것도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생각보다 빠른 복귀다
그렇지. 빠른 감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찌되었든 주어진 기회니까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야지.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의 선임인데, 부담스럽지 않은가
부담. 부담이 크겠지. (기대가 크다.) 그 치. 기대가 크지.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 한 편으로는 마음이 편하기도 해. 워낙 성적이 안 좋았었으니까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티가 날 거니까. 모든 게 다 그렇잖아. 공부도 그렇고, 중간에서 항상 헤매다가 등수 조금 조금씩 올라봐. 기분 좋잖아. 조금씩 분위기를 올려 나가야지. 향후 2~3년 안에는 좋은 성적 날 수 있겠지.
워낙 성적이 나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는 얘긴가
아유. 우리 한라가 재능이 없는 팀인가? 아니잖아. 재능은 정말 있는 팀이야. 근데 선수 활용도면에서 원활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 외국인 감독이다 보니까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면이 크지. 선수 생활 그만두기 아까운 선수들도 너무 금방 그만뒀지. (이)호정이나 (송)상우나. 뭐 그게 많이 아쉽지. 더 할 수 있는 애들이 빨리 은퇴했다는 그게.
송동환과 장종문이 군에서 복귀를 했고, 대졸 신인 중 최대어로 꼽혔던 박우상, 김기성이 모두 입단했다
장종문은 아직 제대 안 했다. (웃음) 9월 제대다. 시즌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괜찮다. 공익 근무를 마치고 와서 운동에 참여한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잘하는 신인들까지 입단했으니 선수들끼리의 경쟁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링크에서만 봐도 서로 장난치고 웃으면서 운동을 해도, 서로 안보이게 조금씩 경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런 일 때문에 지난 시즌 조직력에 문제가 많았다.) 팀 내에선 그래도 그 경쟁으로 조금씩 실력이 올라가고 있는 게 보인다. 지난 시즌이나 지지난 시즌과 비교해보면 자신들이 스스로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선수 구성이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수비수들도 괜찮은 선수 많지 왜. 장종문도 제대해서 돌아오고, 부상이었던 선수들도 돌아오고 있는 상태고 그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4개조에서 5개조까지도 만들어지니까. 그날 그날 일주일 정도 두고 보면서 선수들 컨디션 체크해서 쓰려고. 좋은 거지 뭐. 활용할 선수가 많다는 건.
주전 경쟁이 더 심해질 것 같다
뭐, 항상 정해진 조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끔 해줘야지. 그렇게 해서 경쟁을 붙여야 되고 오늘 1조로 뛰었다고 해서 평생 1조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1조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아, 내가 1조구나.’ 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 된단 말이야. 긴장하게끔 만들어줘야지. 기본 틀은 짜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있다고 해서 풀어지면, 다시 조여야지. 풀어지면 조여주고. 풀어지면 조여주고.(웃음) 군기 좀 빠졌다 싶으면 또 군기 좀 바짝 채워주고.(웃음) 맞을~래? (웃음) (때려 본 것 같다.) 에이~ 안 때리지. 요즘 애들 때리면 절대 안 해. 절대 안 때려. 스케이팅으로만.(웃음) 그게 제일 쉬운 방법인데 뭐.
외국인 선수는 패트릭 마르티넥을 제외하고는 전부 교체할 예정이라는데
패트릭은 워낙 영리하고 자기가 워낙 열심히 했던 선수라.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고, 송동환이 군대 가기 전에는 가장 잘 맞았었던 선수고, 그래서 올 시즌도 한번 맞춰보려고. 나이를 좀 많이 먹기는 했는데, (지난 시즌 막판에 체력적 문제가 보이기도 했다.) 응, 뭐 그래서 일단 한번 맞춰보고 자기가 잘하면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는 거고. 나머지는 이제 북미에서 데려오려고, 3~4년 동안 체코 용병을 썼더니 뭐랄까 '파이팅'이랄까? 체킹 같은 것도 많이 없어졌던 것 같아 우리 팀이. 이제 체킹도 많이 하고 그런 팀으로 만들고 싶어서.
하이원 보단 선수 구성이 좋은 편인데 맞대결에선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분위기라고 해야 되나? 한 번 지기 시작하면, 졌다. 라는 생각이 몸에 배어있어. 올드 팬들이 말씀하시지만, 예전에 나 있을 때는 한 두골 차이는 겁도 안 났다. 끝까지 하면 할 수 있으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 어느 순간에 애들이 변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
선수 시절에 보면 진짜 어디랑 붙어도 한 두골 지고 있어도 스물네 명 전부다 할 수 있단 생각에 역전승을 한 적도 있고, 자만해서 역전패한 적도 있고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가졌었는데, 요즘은 어느 순간에 애들이 아, 지겠구나 하면서 쑥 가라앉아. 그러면 그 가라앉은 상태에서 올라와야 되는데 안 올라와. 그 상태 그대로 가는 거야. 그게 몸에 밴 거지. 아, 오늘은 졌구나. 에이 포기하자.
분위기를 바꿔줄 선수 한두 명만 있으면 뒤집을 수 있는 실력은 충분한데 그걸 안 하려고 하지. 안 하려는 게 보여. 바깥에서 보면. 답답하지.
지난해 지지난해는 배영호, 김창범의 한국인 코치가 있었으니까 얘기를 잘해서 도닥거리기도 했었는데, 베보다 감독 혼자 있을 때는 외국인 감독이다 보니까, 애들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그랬던 거지.
올핸 그걸 좀 바꾸려고. 게임 때 아무리 얘기해봐야 별 소용없어. 1피리어드 2피리어드 끝나고 들어왔는데 오늘 게임 이렇다저렇다 얘기해도 이미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나도 선수 시절에 그랬는데 뭐. 게임 얘기하면 '에이 뭐 어쩌라고' 이러면서 듣는 척도 안 할 때도 있었으니까. 그럴 때는 힘이 되는 말 해주고 그러는 게 차라리 훨씬 나아. 그렇게 해줘야 하는 입장이고.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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