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대구FC가 3연속 무승의 수렁에 발이 빠졌다. 그러나 정작 충격적인 것은 3연속 무승의 기록이 아니다.
대구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것은 지난 대전전 이후 연달아 맞이하는 무승부라는 결과다. 정규 리그 11경기와 컵대회 6경기까지 총 17경기 동안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무승부를 연이어 두 번이나 맞이한 셈.
그러나 폭우 속에 치러진데다 에닝요, 황선필의 경고 누적 결장 외에도 하대성의 부상으로 인한 교체, 몸이 덜 풀린 이근호의 무거운 플레이까지 예상 범위 밖의 악재가 겹쳤던 대전전의 무승부와는 달리 2일 광주와의 대결에서 얻은 무승부는 잘 살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對 광주전, 이유 있는 2-2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리그를 중시하고 있음을 여실하게 드러낸 출전 명단을 꼽을 수 있다.
경기 1시간 전에야 확인할 수 있는 대구 對 광주전의 출전 명단을 확인한 대부분의 취재진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지난 6월28일 대전전에서의 부상이 생각외로 커 전치 2주라는 판정을 받은 하대성의 결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장남석, 이근호마저 결장한 것. 게다가 그나마 남겨놓은 에닝요마저 교체 멤버에 포함하면서 사실상 기존 공격의 핵심들을 모두 뺀 상태로 전반을 맞이한 것. 아무리 리그를 중시한 선택이었다고는 하나 이번에는 좀 심했다. 경기 내내 그들의 빈자리를 확인해야 했으니 말이다.
대구 공격의 가장 큰 특징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맹렬한 속공인데 정작 이 스피드를 만들어 갈 선수들이 모두 빠진데다 그에 앞서 공격수들이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 내는 에닝요마저 교체멤버로 빠지니 전반은 그야말로 갑갑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중원에서부터 활발한 움직임과 적절한 패스로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받쳐준 하대성과 에닝요의 빈자리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45분이었다.
다행히 수비와 미드필드에서는 각각 황선필과 박정식, 문주원과 진경선이 자리를 지킨데다 최근 빠른 속도로 기량을 되찾으며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주환도 가세를 해 든든히 받쳐줬지만 정작 골문을 열 선수가 자리를 비운 탓에 대구로서는 흔치 않게 '한 골이 아쉬운 경기'를 펼쳤다.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는 수비력 강화에 따른 경기집중력의 조기 저하 현상.
대구는 한 달여의 휴식을 마치기에 앞서 김종경을 영입하는 한편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수비수들도 하나 둘 복귀하면서 수비조직력에 많은 개선을 가진 상황. 그러나 전임 사령탑인 박종환 감독이나 변병주 현 감독이 입을 모아 지적한 바 있듯이, 대구의 선수들은 대부분 한번에 여러 가지를 수행할 만큼 집중력이 좋지 못하다. 공격과 수비, 두 가지 모두에 신경을 쓰기에는 아무래도 경험 면에서나 개인 기량면에서 부족함이 많기 때문.
그렇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득점률이 높았던 시즌 초반과는 달리 휴식기 이후 치른 4번의 경기중 3경기에서 후반 위기 상황을 연출해 왔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지난 6월 25일 성남 원정 전에서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3-1로 마무리 지었던 광주 원정 역시 무실점 경기로 마무리 짓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지난 대전전은 한창 특유의 공격 축구를 살리려는 순간 하대성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힘을 잃은 경우에 속한다.
대구에서 벌어진 광주전 역시 이런 집중력 저하가 여실히 드러난 승부였다. 전반 29분 김주환의 중거리포로 1-0 우세를 잡았지만 후반 13분과 17분 연이어 김승용에게 골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판세가 뒤집힌 것. 다행히 후반 중반 교체를 통해 수비 전열을 가다듬고, 종료를 5분여 앞두고 투입된 에닝요가 기어이 골을 기록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광주의 불안한 골결정력이 아니었다면 안방에서 또 한 번 1패를 기록하고도 남을 만큼 후반전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 현상은 두드러졌다.
세 번째는 광주의 안정적인 포백 운용을 들 수 있다.
혹자는 '누가 군인들 아니랄까봐 포백도 각이 잡혀있다.'라는 표현을 할 만큼 광주의 수비는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했으며 후방에서 길게 빼주는 전진패스도 높은 정확도를 보여줬다. 여기에 미드필더진 역시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광주의 단단한 포백에 상당한 힘을 더하며 중원에서부터 차근히 치고 올라가는 광주의 공격에 일조했다. 덕분에 대구는 최전방에서 잦은 패스 미스를 범하며 연이어 상대에게 역습 찬스를 내어주는 등 매끄럽지 못한 공격력을 연출해야 했다.
반면 광주는 일단 뒤에서부터 든든히 받쳐주니 탄력을 받기가 무섭게 연속골로 연결했다. 만약 광주의 공격진이 조금만 더 탁월한 골결정력을 보여줬다면 무승부라는 결과는 얻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골을 기록한 김승용뿐만 아니라 고슬기 역시 좋은 움직임을 선보여 다음 경기에서의 플레이를 기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대구로서는 광주의 안타까우리만큼 바닥을 치는 골결정력에 감사를 해야 할 것이고, 광주로서는 대구가 핵심전력을 내세우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대구가 넘어야 할 몇 가지 난관
이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역시 집중력의 조기 저하 현상.
사실 대구 수비조직력의 성장은 그동안의 전적들을 생각했을 때 더없이 반가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신들의 특징인 공격력을 깎아먹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경기를 치르는 팀이나 지켜보는 팬들이나 반갑지 않기는 매 한가지.
대구는 스스로 인정했다시피 타 팀들에 비해 연령 면에서나 경험, 기량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과거 박종환 감독이 '벌떼 축구'라는 컬러를 내세웠고, 변병주 감독이 리그에서 흔치않은 무시무시한 공격축구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문제점을 장점으로 살린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대구의 최종 진화 형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의 문제는 아무래도 그 뿌리가 깊다 보니 당장 어떤 해결책을 내놓기는 무리다.
시민구단의 특성상 선수 영입에 쉽게 거액을 투자하기 힘든데다 혹여 좋은 기량으로 맹활약을 펼친다 해도 계속해서 붙잡을 만큼의 여유를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 그렇다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자니 빈약한 선수층 덕분에 성적 변동이 극심하다. 정규 리그에서 지난 5월부터 꾸준히 7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대구로서는 흔치 않은 경험일 만큼 대구의 성적 변동은 리그에서도 유난한 축에 속한다.
전력을 확보하려니 돈이 없고 재정을 확보하려니 전력이 없어 성적을 못 내는,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져있는 대구다. 게다가 매년 시즌 중반만 넘어서면 속출하는 부상자들 역시 빈약한 선수층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히기는 마찬가지. 지금 현 상황에서는 사령탑의 지도력과 아직 프로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 피들의 빠른 전력 합류만이 최선으로 보인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변병주 감독이 이번 시즌 내내 밝혀온 목표와 계획이다.
변병주 감독은 연초부터 이번 시즌에는 컵대회를 포기하고 정규리그에만 집중할 것임을 밝혀왔다. 컵대회의 출전 명단이 2군 중심으로 이뤄지는 까닭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재미있는 축구, 이기는 축구, 신바람나는 축구'를 내세우며 꾸준히 중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데 성공을 거둔 대구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은 상황. 따라서 이런 문제들만 잘 해결한다면 대구는 '팀의 진화'와 '리그 선두 그룹 진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2008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다.
'K-리그 최고의 로맨티스트'라는 찬사를 받으며 2008년 K-리그의 독보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대구FC.
그들이 괜히 로맨티스트라 불리는 게 아니다. 팀이나 팬 모두 '결론 없는 축구'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반응을 보일 만큼 '모 아니면 도'의 화끈한 승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2연속 무승부라는 결과는 과연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그들의 후반기에 또 한 번 기대를 걸어보자.
[사진 (C) 엑스포츠뉴스 대구, 임우철 기자]
장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