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10 11:56 / 기사수정 2008.06.10 11:56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프랑스는 지난 10년간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등과 함께 '아트 사커'란 별명을 얻으며 세계 축구 무대를 호령했다. 유럽 최강의 수비진과 화려한 공격진은 모두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98 월드컵과 유로 2000 석권은 그들이 펼치는 예술의 전리품이었다.
화려했던 전성기가 지나고 지단의 은퇴와 주전들의 고령화로 인한 전력 약화가 우려되었지만, 프랑스는 뛰어난 유망주들의 등장과 베테랑 선수들의 여전한 기량으로 유로 2008 조별 예선을 극적으로 통과하며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골 결정력.
프랑스는 루마니아와의 유로 2008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많은 득점기회를 만들며 10-0으로 이길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11번의 슈팅에 한 골도 넣지 못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프랑스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해 가진 6경기에서 무수한 찬스를 놓치며 겨우 네 골밖에 넣지 못했다. (그나마 한 골은 프랑크 리베리의 PK골이었다.) 화려한 공격진에 비해 너무나 낮은 골결정력이다. 비록 이날 앙리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실망스러운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다비드 트레제게, 지브릴 시세, 루이 사아 등이 빠지고 카림 벤제마, 바페팀비 고미스, 니콜라스 아넬카 등으로 새롭게 구축된 프랑스의 공격진은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까진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린 선수들은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그들의 출중한 기량을 모두 선보이지 못했다. 루마니아전에서도 벤제마는 몇 번의 좋은 찬스를 잡았지만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제2의 드록바' 고미즈는 지난달 열린 에콰도르와의 친선전에서는 후반 교체 출전해서 두 골을 넣는 결정력을 보여주었지만 이 날은 그런 마법을 부리기엔 시간도 짧았고 기회도 많지 않았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아넬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기대 속에 프랑스 대표팀에 재승선했지만, 루마니아전에서 그는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고 좋은 찬스를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활동폭도 좁아졌다. 앙리가 작은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는 부분도 걱정이다. 만약 그의 컨디션이 네덜란드와의 조별예선 때까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다면 프랑스로서는 그야말로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지게 된다.
도메네크 감독은 유로 2008을 앞두고 펼친 마지막 친선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득점 기회는 잘 만들어지고 있다. 필요한 것은 골 결정력뿐"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인 것처럼 얘기했지만 2002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뼈아픈 조별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보았던 기억을 상기시켜 본다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죽음의 조에서 승점 1점을 챙겼다고 안도하기엔 루마니아의 전력이 다른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고, 같은 조 네덜란드는 '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를 무려 3:0으로 완파하고 승점 3점까지 챙겼다는 점에서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프랑스는 앞으로 남은 경기를 또 하나의 유럽 최강 수비진을 보유한 이탈리아와 그런 이탈리아를 완파한 네덜란드와 치러야 한다.
다만, 위안이 되는 것이라면 지단의 뒤를 이어 프랑스의 새로운 게임메이커로 나선 리베리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루마니아전에서도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리베리는 오른쪽은 물론 중앙과 왼쪽을 오가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프랑스 공격을 이끌었다. 그의 날카로운 돌파와 크로스는 지단과는 다른 방식으로 프랑스의 공격을 극대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리베리와 공격수들이 좋은 조합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프랑스의 득점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월드컵과 이번 대회 조별예선에서도 벼랑 끝에 섰다가 극적으로 살아나며 결국 준우승과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과연 이번에도 프랑스는 역전 드라마를 써나갈 수 있을까?
[사진= 프랑스의 도메네크 감독과 '신성' 카림 벤제마(오른쪽) (C) 유로 2008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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