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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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노크] 이성우 퍼스트런 대표 "영화 수입과 제 삶, 꾸준할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기사입력 2017.03.17 17:30 / 기사수정 2017.03.18 00:24

[김유진의 노크]는 영화계 안팎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숨은 일꾼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엑스포츠뉴스의 고정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두 번째 주인공은 영화 수입사 퍼스트런의 이성우 대표입니다. 퍼스트런은 '레전드', '잔예-살아서는 안되는 방', '종이 달' 등을 수입했으며, 지난 해 영화 '노트북'으로 재개봉 영화 흥행 1위에 올랐습니다.

올해는 '매치포인트', '블랙스완', '스쿠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클로저' 등의 재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이클 패스벤더와 나탈리 포트만이 출연하는 '송 투 송(Song To Song)' 배급을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입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따뜻한 봄이 되면 앞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있을 것 같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고요한 주택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개봉한, 또 개봉할 영화들의 포스터가 줄지어 손님들을 맞이한다. 푸근한 미소와 함께 "찾아오기 힘든데, 잘 찾아오셨다"며 넉살 좋은 인사로 모습을 드러낸 이 대표는 솔직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1시간 30분 여분의 대화를 꽉 채웠다.

일반 주택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퍼스트런의 각 방은 이 대표의 집무실과 직원들의 사무실 등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이 대표는 "옮긴 지 2년 정도 됐다"면서 "인디 수입사는 인원이 적잖아요. 그만큼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좋죠. 차가 다니고 이런 곳이 아니다 보니 일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고요. 단점이요? 옛날 집 구조라 일단 춥고, (여직원들이 사용할 때) 화장실이 불편해요. 단점은 뭐, 다 하드웨어적인 거죠"라고 웃으면서 사무실 곳곳을 소개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 "수입사, 제3세계 영화 보여주는 중요 역할…책임감 느껴"


-영화계에 발을 담고, 지금의 퍼스트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1999년에 한국영화 스태프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리고 2002년에 판씨네마(당시 씨네서울)라는 곳에 들어가게 됐죠. 당시에는 한국영화 투자 펀드와 관련된 업무로 들어갔어요. 당시 '올드보이', '주홍글씨' 같은 영화 작업을 했었고요. 외화의 시작은 2003년 '우리의 릴리'였어요. 그걸 첫 작품으로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판씨네마에서 10년을 있었고, 그 후에 데이지로 넘어와서 마케팅을 전담했어요. 퍼스트런은 2012년에 설립됐는데, 그 때는 제가 없었고 이쪽에서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이 있어서 합류하게 됐죠. 아직 시간이 짧아서 큰 히트작은 없네요. 퍼스트런에 오자마자 했던 작품이 '종이달'이었는데 일본 영화가 안 될 때였지만 그래도 수익을 냈던, 작은 인디 영화중에서는 잘 된 편에 속했어요."

-지난 해 재개봉 흥행 영화 1위에 오른 '노트북'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1등 했죠.(웃음) 지금 시장에서 작은 영화들이 10만 관객을 넘기기 힘든 상황이잖아요. '노트북' 같은 영화가 1년에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이렇게 성공해주면, 수입사들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돼요. 사실 이때까지 재개봉 영화는 한 편밖에 안 해 봤고, 올해 5편의 재개봉을 준비하고 있어요. 영화 수입, 배급도 하고 한국영화 개발도 준비하고 있죠. 솔직하게 말해서 '요즘 영화의 트렌드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면, 재개봉 영화의 트렌드는 지난해에 끝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도 드는 하나의 생각은 '그래도 보고 싶은 영화를 사오면 된다, 그 영화가 뭐가 될 것이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소원이라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를 수입해보는 것이죠. 쉬운 것이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하는 것이라서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어요.(웃음)"

-재개봉 영화의 장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누군가는 '요즘 재개봉 영화를 왜 하느냐'면서 주와 부가 바뀐 것 아니냐는 말도 하죠. 어떻게 보면 '쉽게 포장이 가능한, 비용을 많이 쓰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난해까지는 재개봉 영화들에 관심이 뜨거웠고, 올해 역시도 아직까지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검증이 돼 있다'는 것 때문에, 재개봉 영화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죠. 항상 의문은 있어요. '노트북'도 누구나 잘 된다고 말은 했지만, '진짜 잘 될까?'라는 생각은 항상 있었고요."

-재개봉 영화를 준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사랑받는 영화'여야 하는 게 기본이죠. (재개봉 준비 중인 '블랙스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예를 들어 잘 된 영화들을 보면, 보통 여자가 좋아할만한 캐릭터가 있거나 사랑이 주제인 영화들이 많아요. 사실 인디 수입사에서 '블랙스완'이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같은 영화를 언제 할 수 있겠어요. '비록 재개봉이지만, 나도 '블랙스완'같은, 옛날에 잘 됐었던 영화를 개봉시킬 수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죠. 물론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도 있어요. 인지도가 높은 영화는 포스터를 과감하게 바꿔도 상관없는데, 오래됐거나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는 포스터를 바꾸는 순간 헷갈리게 되죠. 그럼 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또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도 생각해야 해요. 아무리 IT 세계로 바뀌어간다고 해도, 아직까지 제일 중요한 것은 포스터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깔려 있는 제목과 카피가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그 다음은 동영상 예고편, 그게 반 이상을 차지하지 않을까요."

-수입사의 역할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수입업 전반에 대한 고민도 해 보죠. 한국영화의 메이저 배급사도 그렇고, 외화수입업도 5~6개의 직배사들로 독점화돼 있는 만큼 큰 영화들이 많아요. 그리고 그 외에 저희들이 제3세계의 영화를 채우죠. 미국 영화 외에도 프랑스, 스웨덴, 독일에도 좋은 영화들이 많아요. 만약 저희 같은 수입업을 하는 사람들이 (소위 말해) 망하게 되면,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의 여지가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잖아요. 관객들에게는 겉으로는 표시가 안 나지만, 어느 순간 극장에서 그런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것으로 그 피해를 느끼게 되겠죠. 극장에 콘텐츠가 없다면 껍데기만 남는 것이잖아요. 결국에는 한국 영화와, 직배사들이 수입하는 영화 말고는 볼 게 없어질 것이고요. 결코 환경이 좋아진다고 할 수는 없는 거죠. 제3세계의 좋은,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공급이 안 되는 것이니까 전체적으로는 온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국 영화의 경우에는 '다운받아서 보면 된다'는 생각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불법으로 영화를 보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화도 많이 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보통 '굿다운로더'라고 하면 한국 영화를 위주로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영화 티켓에서 내는 세금으로 '굿다운로더' 홍보를 하는 것이라고 하면, 외화에서도 똑같이 그 세금을 내거든요. 저희는 직배사와는 다르게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수입을 해오는 것이잖아요. 직배사와 달리 저희는 영화가 잘 안 될 때 손해 보는 금액도 저희의 돈 자체거든요. 비정상적인 경로로 다운받으신 분들을 어떻게든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그냥 포기해버리게 돼요. 스스로 위로를 하자면, '어차피 그 사람들은 극장에서 볼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죠. 굳이 다행인 점을 꼽으면, 불법으로 영화가 풀렸어도 잘 될 영화들은 잘 되더라고요. 평점이 좋으면 극장에서 보고 싶은 것이고, '별로에요, 지루해요'라고 하면 또 그게 순식간에 퍼져요. 항상 수시로 혹시 어떤 작품이 풀렸나 확인하죠. 우리 영화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친한 회사 작품이 그렇게 풀렸다고 하면 연락도 주고 그래요."

-일을 시작하고 수많은 영화들과 함께 해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또 아쉬운 작품이 있다면.

"좀 많아요.(웃음) 판씨네마에 근무했을 당시에, 거의 3년 넘도록 스코어가 좋았던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어요. 그런데 '트와일라잇'이라는 영화를 하게 됐고, 사실 주위에서는 그런 종류의 영화는 다 안된다고 얘기했죠. 개봉하는 날이 목요일이었는데, 그때 오후 2시 타임에 불광CGV에 갔어요. 거기서 여고생들이 거의 극장의 70%를 채웠더라고요. 그 희열은 아직까지 못 버리겠어요.(웃음) 시험기간 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일 오후 2시에 그렇게 여고생들이 객석을 차지해서 쭉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까 소름이 끼치고, '이 영화는 됐다' 싶더라고요.(웃음) 그 영화가 잘 돼서 도움이 많이 됐고, 저 개인적으로도 100만 관객이 넘은 영화는 처음 하게 됐어요. 또 마음에 남는 영화라고 하면, 작품이 잘 안된 것은 아니지만 '예언자'가 기억에 남아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영화인데, 그 당시에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거든요. 러닝타임이 꽤 길었지만 스코어도 나쁘지 않았고요. '아, 내가 이런 영화를 마케팅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죠."

-(이 대표는 종이 한가득 자신이 맡았던 작품들을 쭉 적어왔다) 기억에 남는 영화가 많은 것 같다.(웃음)

"제가 그동안 뭘 해왔는지 봤어요.(웃음) '웜 바디스'도 그중 하나죠. 어떻게 보면 '트와일라잇'과 맥을 같이 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마케팅하기 편했고, 잘 될 줄 알았죠. 또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270만 관객을 넘었고, 영화 한 편의 스코어로만 봤을 때는 제가 한 영화중에서는 최고 스코어기도 해서 기억에 남아있어요. 일일이 언급하지 않은 작품들도 다 소중하죠."

-영화 마케팅, 수입사에서의 일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저는 마케터가 되려고 된 게 아니고 후천성 전문화가 돼 버린 것이지만,(웃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넓은 시야가 보인다고 해야 되나요. 사실 이전까지는 아카데미나 이런 곳 말고는 마케팅을 정식으로 가르쳐 주는 곳이 없잖아요. 수없이 망해보고 하면서 '이렇게 하는 거구나' 어깨 너머로 배운 거죠. 그래서 직원들에게는 평소에 잘 안된 영화든, 재미없는 영화든 많이 보라고 얘기해요. 안 된 영화들이라면 '많은 제작비를 들였는데 왜 안됐을까' 알아야 할 것이고요. 그래야 공부가 되거든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또 3~4개월 전의 영화 매거진들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개봉 전에는 다 잘 되려고 하는 광고들이 있을 것이잖아요. 지금은 그 결과를 이미 알고 있죠. 그럼 그걸 보고 '이렇게 디자인, 시안을 잡아서 안됐나?' 생각할 수 있고요. 자체 분석을 해 보는 거죠. 미래의 기사를 볼 수 없으니 가장 쉬운 방법은 과거의 기사나 자료, 광고들을 볼 수 있다면 나름대로 자체 분석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요. 2~3주 전의 것들만 봐도 달리 보일 거예요. 물론 영화의 힘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양념을 어떻게 칠 것인가는 마케터의 몫이죠. 큰 회사의 경우에는 각 부분이 다 분리돼있다 보니 아무래도 갈라져있는 그 부분 위주로 보게 되는데, 저희 같은 작은 수입사들의 마케터들은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이 장점인 것 같아요."


▲ 미련 없는 포기·명확한 분리…이성우 대표가 사는 법

-영화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 것 같다.


"그럼요.(웃음) 수입 일을 하시는 분들이 가장 힘들 때가, 영화를 영화답게 못 보는 것이죠. 영화를 즐기려고 봐야 하는데 분석하면서 봐야 하니까 내가 재미있게 본 건지, 원래 재미있는 건데 내가 재미없게 분석을 해서 재미가 없어진 건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웃음)

-일로 쌓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 편인가.

"옛날에는 피규어도 많이 모으기도 하고, 전자제품에도 관심이 많아서 얼리어답터라는 소리도 들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주로 주말마다 캠핑을 가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잖아요? 그걸 잊기 위해 취미생활이 필요한 것이고요. 캠핑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메마른 상황에서 제게는 가장 힐링이죠. 그리고 그 곳에 가면 절대 휴대전화를 보지 않아요. 주말만큼은 일에서 벗어난 느낌이죠. 캠핑의 장점은 가족들과 같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잖아요. (슬하에 13살 딸, 10살 아들을 두고 있는 이 대표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이들의 사진을 함께 보여줬다) 그게 좋죠."

-직원들에게는 어떤 대표가 되고 싶은지.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직원으로도 오래 있어봤고, 대표로의 경력은 짧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사업을 하면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죠. 그래서 직원들과도 퇴근 시간 이후에는 모바일 메신저를 주고받지 않으려고 해요. 그게 업무의 연장선상이 될 수 있잖아요. 물론 저희 영화가 개봉을 하거나, 영화 프로그램 같은 곳에 나와서 모니터를 하고 보고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연락하지만, 웬만하면 퇴근 시간 이후에는 모바일 메신저나 전화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회사가 여유가 있고, 제 능력이 된다면 주4일 근무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욕심껏 좋은 대표가 되고 싶은데 그런 마음을 가다듬는 게 잘 안되더라고요. 바다처럼 넓은 마음이 아니라 평생 안 될 것 같아요(웃음)"

-일을 하면서 이 대표만의 원칙이 있다면.

"요즘에는 영화 시장도 전산망 같은 것들이 잘 돼 있다 보니까, 사실 개봉하지 않아도 잘 될 지 안 될 지 눈에 보이잖아요. 제 원칙 중 한 가지는 '안 되는 영화는 빨리 포기한다'는 주의에요. 지금 이렇게 슬퍼할 때가 아니고, 다음 영화들이 또 기다리고 있고, 그것들이 독이 든 사과로 올 수는 있지만 당장 영화가 안 된다고 해서 매너리즘에 빠져버리면 일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해서요. 빨리 잊는 것이 다음 영화를 또 집중하게 하는 힘이죠. 그렇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보다 큰 등락폭을 겪은 분들도 많지만, 영화도 몇 개 잘 안 되고 하면서 저 역시 하나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죠. 잘 될 때나 안 될 때나 불안감이나 희망은 계속 있는 것 같아요. 또 요즘 세상이 빨리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제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아는 체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건 금방 들통 나거든요.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그 마음의 준비를 하고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항상 선택의 순간에 놓이는 일이기도 하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이 참 중요할 것 같은데.

"영화제 출장을 간다고 하면, 출장 가는 비행기부터 힘들고요.(웃음) 또 영화를 한 편 구매하면 한국에서의 개봉시킬 때의 상황들이 있잖아요. 우리처럼 이런 조그만 회사들이 외국의 블록버스터들과 한국 영화들 사이에서 개봉할 수 있을까 하는 것과,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홍보비용을 써야 되는데,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이죠. 어떤 때는 '써도 잘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하나도 안 힘든 게 없어요.(웃음)"

-올해 준비하고 있는 영화만 개봉시켜도 한해가 훌쩍 갈 것 같다. 그리고 있는 그림은.

"보통 영화 수입을 하시는 분들이 자기 색깔을 갖고 하려고 하시거든요. 의도치 않았지만 식구들과 직원들, 동료들과 함께 헤쳐 나가려고 하다 보니 중간 중간 극장 개봉도 하지 않는 B급 무비나 야한 영화도 수입하게 되고, 상황과 상관없이 액션 위주로만 사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멋있는 영화, 큰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그 때의 모토와는 달라졌죠. 본의 아니게 잡식이 됐어요.(웃음) 하지만 잡식이어도 상관없어요. 직원들의 월급을 밀리지 않고, 대행사와 홍보사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쭉 갈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죠. 그게 제일 바라는 것이에요. 올해는 재개봉 영화와 신작들이 쭉 있어서, 한 달에 한 편씩은 꼬박꼬박, 쉽지 않은 일들이 이어질 것 같네요. 마켓도 한 번 둘러봐야 하고요. 우리 회사에는 너무나 중요한, 모를 심어야 벼가 되는 것처럼 저희가 2~3년 전부터 준비했던 작품들이 드디어 올해 나오거든요. 제게는 2017년이 가장 큰 고비가 되거나 가장 좋을 수 있는, 양날의 검 같은 그런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저 뿐만이 아니라, 우리 (회사) 식구들을 책임져 줄 것이기도 하고요."

-일이 아닌, 인간 이성우로 바라는 바는.

"일과 거의 상충되는 얘기에요. 영화가 손해가 나도 조금만 나고, 잘 안 돼도 그 다음 작품이 잘 돼서 꾸준히 유지해나갈 수 있는 그런 것이요. 제가 바라는 행복, 꿈은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과 게임을 할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캠핑을 가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그런 상황만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보통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제일 어려운건데, 나쁘게 얘기한다면 지금에 안주하는 것이지만, 저는 좋게 얘기해서 '내 분수에서만 살면 되지 않을까, 내 분수도 많이 올라왔다' 생각하거든요. 그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찌하였든 저의 핵심은 가족이죠. 제가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삶의 가치관이 조금 바뀌었고, 결혼을 하면서도 90도 정도 또 변한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내 분수가 이만한 작은 그릇인데 더 넓은 그릇이 되고 싶다고 해서 그걸 억지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그 순간 욕심이 되는 것이니까요."

* 이성우 대표의 잇(IT) 아이템

잇 아이템을 꼽아달라는 말에 이 대표는 "꼭 물건이어야 하는 것이냐, ('노크' 첫 번째 주인공) 김동영 대표는 태블릿 PC를 얘기했더라"며 웃었다. 이내 이 대표는 "영화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런 건데…"라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제가 유일하게 집에서 하는 취미 생활이 온라인 게임이에요"라고 얘기했다. 그가 빠져 있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 이 대표는 "그 시간만큼은 저희 아내나 아이들도 터치하지 않거든요. 모르는 유저들과 게임을 하는데, 정말 모든 연령대가 모여 있잖아요. 처음에는 ID에 아이들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유저들이 '아저씨가 뭐 이런 데 와서 게임을 해' 이런 반응이기에 제가 ID는 바꿨어요. 저는 솔직한 마음으로 게임을 한 것이었는데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라며 웃었다.

함께 게임을 하는 영화계 동료들을 '나를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 대표는 휴대전화에 깔아놓은 게임 앱을 보여주며 "이렇게 앱에 들어가면 지금 접속해 있는 사람들이 나와요. 그걸 보고 누가 접속해 있나 확인하고, 멤버들과 만나서 한 두 시간 정도 게임 하다가 헤어지죠. 아들이랑 싸우지 않냐고요? 아들은 '오버워치'라는 다른 게임을 하는데, 집에서 쓰는 PC가 한대여서 아들이 먼저 하고 있으면 제가 기다려줘요. 게임은 끝을 내야 되니까 기다려줘야 되거든요. 아직은 아들이 어려서 그런지 양보는 잘 해주더라고요"라고 미소를 보인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는 아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이며 게임 예찬론을 펼치던 이 대표의 이야기는 "'워크래프트'나 '어쌔신 크리드'도 영화로 나왔잖아요"라는 말과 함께 결국 다시 영화로 되돌아왔다. 기승전'영화'일 수밖에 없는, 열정 가득한 이 대표의 지금 모습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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