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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여자배구, 선수에 대한 징계만이 최우선?

기사입력 2008.05.10 10:00 / 기사수정 2008.05.10 10:0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배구 최종예선전에 참가할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12일, 대회가 열리는 일본으로 출국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이 소집되는 과정과 그 결과는 좋지 못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 국가대표에서 가장 필요했던 선수들인 김연경과 황연주(이상 흥국생명), 그리고 정대영(GS 칼텍스)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자 이 선수들에 대한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흥국구단 관계자와 함께 무단이탈한 황연주와 부상 치료로 인해 대표팀 합류를 끝내 거절했던 정대영은 앞으로 1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하는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대표팀 감독인 이정철 감독과 최종적으로 대표팀 합류에 대해 의논을 가진 김연경은 6개월 근신이 내려졌습니다. 언뜻 보면 이 선수들이 모두 자의적으로 대표팀 합류에 불응해 내려진 징계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결국 최종 희생자들은 역시나 선수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대표팀 선수로 활약해 준 정대영은 대표팀 은퇴를 꾸준하게 피력해왔지만 김연경과 황연주는 오히려 국가대표로 뛰기를 희망했던 선수들입니다.

배구가 프로화로 출범하면서 한국배구 계는 기존의 대한배구협회(KVA)와 한국배구연맹(KOVO)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대한배구협회는 국제대회를 비롯한 아마추어 대회를 총괄하고 있으며 한국배구연맹은 말 그대로 한국의 프로리그를 관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체가 나누어지면 두 단체에서 개최하고 주관하는 대회를 두고 서로 간의 의견을 협의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합리적으로 선수들에 대한 경기일정으로 조율해 나가느냐에 따라 배구의 대중적인 인기도 올라가겠지만 선수들의 부상 정도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나 협회와 연맹은 올림픽대회를 앞두고 결국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고야 말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원인은 부상으로 인해 국가대표에 최종적으로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있지 않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서로 의견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연맹과 협회, 그리고 구단들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해조정에서 온 마찰을 책임지게 된 희생자는 애꿎은 선수들이었습니다.

프로화의 출범으로 인해 예전보다 선수들의 수급이 불리해진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 여자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특혜나 예우도 달라져야 합니다. 남자선수들의 경우, 군 면제란 당근이 있지만 여자선수들은 국가대표로 뛰어서 얻는 이익은 그저 명예심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프로의 출범으로 리그와 경기 수가 늘어난 것은 연맹으로서 원하는 일이고 리그의 붐과 배구의 인지도를 살려나가려면 경기 수를 늘리는 것이 마땅한 일일입니다. 그러나 선수층이 얇고 긴 리그를 이끌어나가기에 부족한 팀 수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리그가 조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 수를 줄이지 못한다고 하면 최소한 빡빡한 일정이라도 조정되어야 합니다. 이미 국내리그에서 활약한 보비(대한항공)와 하께우(GS 칼텍스) 등의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리그의 일정이 숨 가쁘다고 밝혔었는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경기의 수도 그렇지만 일정 자체가 너무나 힘겹다는 점입니다.

올림픽이란 가장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면 협회와 연맹은 서로 이견을 좁혀가며 프로리그의 경기 수와 빡빡한 일정을 어떻게든 조율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견은 선수들이 무엇보다도 원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대표팀의 맏언니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김사니(KT&G)와 한유미(현대건설)도 올림픽 예선이 있는 해 같은 경우는 선수들을 생각해 국내리그의 조정과 국가대표 합류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협회와 연맹, 그리고 구단들은 저마다 주장을 밝히며 서로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결국엔 이런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국가대표 선발이 1년 동안 불가능해진 황연주같은 경우는 선수 본인의 의지보다 구단과 연맹의 방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김연경과 황연주가 이익이 되는 프로구단에서만 뛰고 국가대표 선발을 바라지 않는다고 보는 시선들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김연경과 황연주 모두가 쟁쟁한 선수들과 겨루며 경기력 향상을 가져오는 국제대회에 참가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두 선수의 궁극적인 꿈도 올림픽 메달에 있습니다.

그러나 연맹과 협회, 그리고 구단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벌어진 최종적인 징계는 결국 선수들이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국내리그의 발전으로 인한 배구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아직도 배구는 국제대회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종목이며 국내선수들의 기량발전과 한국배구 발전의 전체를 생각한다면 국내리그의 발전과 더불어서 국제대회의 참가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방향을 이끌어 내려면 결국, 협회와 연맹은 한국배구의 발전을 위해 서로 합의하며 이견을 조정해가야 합니다. 선수들을 물론 배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제 서로 이해관계가 성립해야만 한국배구의 미래가 밝을 수 있습니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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