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30 13:36 / 기사수정 2008.04.30 13:36
[엑스포츠뉴스=이재호 기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바르셀로나는 결국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무관으로 시즌을 마칠 듯하다.
한국시간으로 30일 새벽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있었던 맨유와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는 폴 스콜스의 중거리슛을 허용, 0-1로 무릎을 꿇으며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지난 주말 0-2로 완패한 데포르티보와의 리그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에게 대거 휴식을 부여하며 2차전을 준비했던 바르셀로나인만큼, 이 경기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바르셀로나는 리그에서는 이미 선두 레알 마드리드는 물론이고 비야레알에게 2위 자리까지 넘겨주고 3위까지 주저앉은 상황. 리그 우승은 이미 불가능에 가까우며, 코파 델 레이에서는 이번 시즌 우승팀인 발렌시아에 패배했다.
이야기를 챔피언스리그로 되돌리면, 이번 시즌 동안 계속되었던 바르셀로나의 문제점이 또 한번 드러난 경기였다. 바르셀로나는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우세한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우세한 점유율을 효과적인 찬스로 연결하는 데는 실패했다. 슈팅 수에서는 14 : 8로 바르셀로나가 우세했지만, 정작 유효슈팅을 보면 3:2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기록 또한 이를 방증한다.
양 팀 모두 공격 면에서 위협적인 찬스 자체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맨유는 공격의 핵 웨인 루니가 부상으로 결장하며 전력 손실이 있었으나, 바르셀로나는 이미 방출이 확정적인 호나우지뉴의 부상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전력 손실도 없는 상황에서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이 매우 뼈아프다.
바르셀로나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 지난 시절, 그들의 강력한 무기는 상대팀의 공간을 무너뜨리는 패스웍과 전방에서의 효율적인 스위칭에 이은 어시스트였다. 사무엘 에투는 빠른 스피드와 유연한 신체를 이용해 상대팀의 수비진을 농락했으며 호나우지뉴는 직접 슈팅 혹은 동료들에게 이어주는 치명적인 패스를 통해 바르셀로나 공격의 매듭을 지었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 에투는 크게 저하된 스피드와 어정쩡한 움직임으로 팀의 공격에 이렇다 할 활약을 불어넣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는 오늘도 위협적인 돌파를 종종 보여주었지만, 맨유의 호날두나 AC밀란의 카카에 비해 피니쉬 능력에서 떨어지는 메시로서는 동료들의 효과적인 지원이 없었던 오늘과 같은 경기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경기를 풀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1차전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데코 역시 오늘은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1차전에서 맨유의 역습을 꽁꽁 묶은 야야 투레는 부상 때문에 오늘은 수비면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세리아 복귀설이 나돌고 있는 지안루카 잠브로타는 오늘 결정적인 수비 실책을 범하며 팀 패배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난 시즌부터 경질설이 나돌고 있는 프랭크 레이카르트 감독. 이번 시즌 역시 바르셀로나가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커지면서 그의 경질은 기정 사실이 될 듯하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감독 경질이라는 형태를 통해서라도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르셀로나의 전통적인 팀 컬러를 유지하기에는 많은 선수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기량 저하를 보이고 있고, 메시 혼자서 바르셀로나라는 거대한 클럽을 떠받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맨유와 호날두가 모두 시즌 전체를 돌아볼 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맨유에는 호날두 외에도 루니, 카를로스 테베즈, 안데르손 등 그를 지원해주는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는 점이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물론 이름값에서는 이들에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현실적으로 경기에서 메시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그에게 의존해서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곤 한다. 오늘 경기만 하더라도 바르셀로나의 주요 공격 루트는 리오넬 메시였고, 아무리 메시가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이렇게 메시에게만 공이 집중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는 수비가 강력한 빅 클럽을 상대로 득점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까지 바르셀로나의 차기 감독 물망에 오른 감독은 주제 무리뉴를 비롯하여 바르셀로나의 전설 "펩" 과르디올라, 현 에스파뇰 감독인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그리고 현역 시절 바르셀로나에서 주장 완장을 차기도 했던 현 보르도 감독 로랑 블랑 등이다.
과연 이들 중, 혹은 전혀 거론되지 않은 다른 누군가가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의 감독을 맡게 될까.
가능성은 지극히 작지만 레이카르트가 유임될 수도 있다. 누가 감독을 맡던, 그는 새로운 시대의 바르셀로나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 과연 바르셀로나가 재도약을 거쳐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또는 도약에 실패하고 암흑기를 맞이하게 될지, 바르셀로나의 미래가 주목된다.
[사진=레이카르트 감독의 프로필 (C) 바르셀로나 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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