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30 06:16 / 기사수정 2008.04.30 06:16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대단한 경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패스 속도는 그야말로 세계 정상급이었고, 세밀한 전술적인 움직임 하나하나가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9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을 기대했던 올드 트래포드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감동의 물결 그 자체였다.
그 속에서 빛난 또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다름 아닌 맨유의 13번 박지성이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만점 활약' 박지성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전 선발 출전 자체가 의심되었다. 박지성이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체력을 비축하기는 했지만, 퍼거슨 감독이 긱스와 함께 경기전 인터뷰에 임하며 긱스의 선발 출전이 예상된 것.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긱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박지성은 당당히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성은 나니와 함께 측면 미드필더로 출장했다. 오른쪽 성향이 강한 나니를 배려해 박지성은 왼쪽에서 에브라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중앙과 오른쪽까지 활발하게 휘젓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공격 전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한 골을 넣은 다음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로 이동하여 맨유가 4-5-1의 수비적인 포메이션을 구성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수행했다.
박지성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교체 상황에서였다. 후반 32분, 퍼거슨 감독은 긱스와 플레쳐를 투입하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워낙 많이 뛴 박지성의 교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은 나니와 긱스를 교체했고, 플레쳐는 스콜스의 자리에 들어갔다. 두 선수 모두 박지성과 자리를 바꿀 수 있었지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활약에 신뢰를 보내며 풀타임 출전 기회를 주었다.
박지성을 빼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수비적인 것이었다. 이 날 오른쪽 공격수인 메시의 활약을 잘 차단한 박지성은 후반 들어 투입된 앙리의 왼쪽 공격을 막기 위해 오른쪽 미드필더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박지성이 이동하기 전 두 차례 좋은 공격 기회를 가졌던 앙리는 박지성이 위치를 옮기면서 더 이상 기회를 잡지 못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결정적인 패스와 크로스를 여러 차례 보여준 박지성은 수비 상황에서 앙리와 메시라는 '슈퍼스타'를 막아내며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당당히 '주전급' 위치에 오른 박지성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은 만만한 경기가 아니다. 바르셀로나라는 상대는 더욱 그렇다. 그런 경기에서 박지성은 긱스와 나니를 제치고 호날두와 함께 90분 경기를 모두 소화해냈다. 박지성은 오늘 경기 풀타임 출전으로 '나니의 백업멤버'라는 팬들의 비난을 일거에 씻어버렸다.
종래에 경험이 많은 긱스, 기술이 좋은 나니를 중용했던 퍼거슨 감독은 로마전을 계기로 박지성을 챔피언스리그에 기용하기 시작했다. 로마전 이전에 단 한 차례도 (맨유에서의) 챔피언스리그에서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퍼거슨 감독의 결정은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자신이 '유럽무대용'임을 강하게 항변했고, 이은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계속 선발로 출장하며 주전급 위치를 굳혀갔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의 선발 출장은 박지성의 입지를 확인해주는 경기였다. 퍼거슨 감독이 긱스의 경험보다, 나니의 개인기보다 박지성의 팀플레이와 수비 공헌을 인정한 것이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결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공수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다. 전반전과 후반전 한 차례씩 터진 박지성의 결정적인 크로스는 맨유의 가장 위협적인 공격 찬스 중 하나였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빼주는 박지성의 패스도 일품이었고, 에브라의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타적인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수비 상황에서는 메시와 앙리를 번갈아가며 막아내 여러 차례 팬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기대되는 박지성의 '더블 피날레'
다소 주춤했던 맨유의 행보는 바르셀로나전 승리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티켓을 확보함으로써 더블(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의 동시 우승)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박지성으로서는 남은 리그 일정과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주전 자리를 굳히는 것이 관건이다. 박지성이 주전 입지를 굳힌다면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되더라도 팀 내 경쟁에서 밀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박지성의 활약은 맨유의 더블 달성에도, 박지성 개인의 입지 확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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