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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이병헌, 멀리 내다보는 꾸준함 "칭찬, 익숙해지지 않으려 해"

기사입력 2017.03.04 06:50 / 기사수정 2017.03.04 04:3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감성 연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었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로 겨울 극장가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2월 22일 개봉한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병헌은 증권회사의 지점장이자 모든 것을 잃고 사라진 한 남자 강재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병헌은 '싱글라이더'를 두고 "시나리오가 준 충격이 컸어요. 관객 수에 대한 욕심보다는, 이 영화 자체에 대한 욕심 자체가 컸죠"라고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내 과거가 없어져서, 지금 다시 '싱글라이더' 시나리오를 본다고 해도 다시 결정할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하게 남았던 작품이었다.

'싱글라이더'는 이병헌이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감성작이라는 사실로도 함께 언급됐었다. 하지만 이병헌은 "개인적으로는 장르를 그렇게 편애하지 않아요. 모두 좋아하는데, 이런 느낌의 영화를 더 좋아하죠. 장르만 두고 보면,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종류의 영화를 재미없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동처럼 인생영화로 꼽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요"라고 설명했다.

'싱글라이더'를 통해 입봉한 이주영 감독의 도전도 높이 샀다. 이병헌은 "어떤 면에서 보면 용감한 감독의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의미 있는 작품에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 좋았죠. 처음에 편집본을 컴퓨터로 봤을 때 기억이 나는데, 제 대사가 이렇게까지 없는 줄 몰랐거든요. 음악도 안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보니까, 진짜 유럽 아트 영화 같은 그런 느낌도 들었었어요. 상업적인 면에서 봤을 때는 대단한 모험, 또 실험같았죠"라는 느낌을 덧붙였다.

탄탄했던 시나리오의 완성도만큼, 연기를 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특히 아들을 둔 아버지의 부성애를 보여준 장면에서는 실제 이병헌의 마음이 많이 투영되기도 했다.


"아들 방 침대에 누워 이야기하는 신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울컥했거든요. 감독님이 모니터링하시더니 자기가 상상하지 않았던 연기를 해서 당황스러웠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제가 '시나리오에 있는 것처럼 할까요'라고 물으니 정말 좋았다고, 그렇게 말해줘서 그 감정을 계속 가지고 연기한 거죠. 그런 게 달라진 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이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이니까, 그냥 시나리오에 충실해서 연기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병헌은 재훈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이지만, 넓게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싱글라이더'를 정의했다.

"누구나 다 상처를 안고 살고 있잖아요. 재훈도 아내 수진(공효진 분)의 입장도, 사실은 외로움 덩어리잖아요. 내가 왜 결혼했고 아이를 키우고 있고, '나는 결국 누구지' 이렇게 되는, 정말 가장 외로운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사는 모든 사람들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죠. 작은 목표 때문에 현재를 즐기거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잠시 접어둔 채로, 놓치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싱글라이더'는 관객들에게 다양성을 추가해 준 작품이라는 의미도 함께 전했다.


"관객 입장에서 저도 그런 생각은 했어요. 천편일률적인 것들이 쏟아지다 보니까 우리나라 영화가 너무 한 쪽으로 편식하는 것 같은 느낌이요. 물론 제게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런 중에 이런 시나리오를 본다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죠. 관객들도 이런 장르에 목마를, 다양한 장르를 선호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 개인 뿐만이 아닌, 영화 시장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하나의 행보를 더한 그다. 자연스레 다음 시선은 이병헌의 향후 행보, 차기작에 쏠리고 있다.

이병헌은 최근 미국 일간지 USA TODAY가 선정한 '할리우드에서 대접받아야 할 아시안 배우 11명'에 선정된 바 있다. 이병헌은 "미국에 사는 외가 쪽 친척들이 많으신데, 정말 여러 주에 살고 계시거든요. 그 내용이 담긴 신문을 직접 찍어서 보내주시더라고요. 기분 좋았어요"라고 웃으며 "미국 영화업계에서 인정해줬다는 생각이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잘해야겠구나' 싶으면서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살짝 긴장되는 느낌이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이병헌' 하면 자연스럽게 성립되는 '연기 잘하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사실 최근 몇 년간은 정말 많은 칭찬을 듣고 그랬죠"라고 인정하면서 "또 거기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해요. '뭐가 아쉽다'란 얘기도 가끔 들어요"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현재 영화 '남한산성'을 촬영 중인 이병헌은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다음 작품을 일찌감치 확정하며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질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다시 한 번 '싱글라이더'를 상기한 그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히 제 욕심에 하는 것이죠. 다음 작품들이 또 비슷한 장르, 비슷한 배우들의 출연이라고 말한다면, 이번 '싱글라이더'가 최근 유행하던 영화의 흐름과는 다른 길로 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저 역시도 관객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게 되고 영화를 홍보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라며 "관객들이 새로운 얼굴의 배우를 선택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최소한 장르라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앞으로의 발걸음 속에서 계속 이어질, 자신 앞에 놓인 숙제를 조심스레 받아들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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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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