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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락, 첼시를 살리다.. 첼시 2-1로 맨유에 승리

기사입력 2008.04.26 22:47 / 기사수정 2008.04.26 22:47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첼시가 홈에서 맨유에 2-1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우승경쟁 희망을 가져갔다.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한 맨유, 리그에 목을 맨 첼시

맨유의 스쿼드는 많은 팬과 전문가들을 놀라게 할만한 스쿼드였다. 주중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하기 위해 호날두를 비롯한 주전선수들을 대거 쉬게 한 것. 수비 라인에서는 에브라, 미드필더에서는 박지성과 스콜스가 벤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맨유 공격의 핵심인 호날두도 선발이 아닌 후보로 경기를 시작했다. 이들의 빈자리는 실베스트르, 긱스, 플레쳐와 나니가 메웠고, 한동안 경기에 나오지 않았던 안데르손도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한편, 리그 우승을 위해 승리가 절실한 첼시는 가능한 최상의 전력을 출전시켰다. 모친상으로 결장한 람파드의 빈자리를 미켈로 메운 것을 제외하면 주전선수 대부분이 선발로 나왔다.

10분 만에 비디치를 잃은 맨유

4년간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첼시는 역시 강했다. 첼시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며 맨유를 강하게 압박했고, 그 중심에는 최근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에시앙이 있었다. 에시앙은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아 브라운의 실수를 틈탄 강한 중거리슛을 선보였고, 곧이어 칼루의 돌파를 이어받아 감각적인 슈팅으로 맨유의 골문을 노렸다.

맨유는 바르셀로나전과 마찬가지로 수비에 주력하는 전술로 첼시전에 나섰다. 맨유는 미드필더 라인까지 깊숙이 내린 채 나니와 루니의 빠른 역습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맨유는 불운하게도 전반 10분 만에 비디치를 부상으로 잃었다. 드록바가 비디치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비디치의 얼굴을 무릎으로 가격했고, 출혈이 멈추지 않은 비디치는 들것에 실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퍼거슨 감독은 비디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브라운을 중앙으로 이동시키고 하그리브스를 투입해 오른쪽 수비를 책임지게 했다.

중원을 점령한 첼시의 파상공세

첼시의 공격은 그야말로 '파상공세'였다. 발락-미켈-에시앙으로 이어지는 첼시의 미드필더는 플레쳐-캐릭-안데르손으로 구성된 맨유의 미드필더를 완벽하게 압도했고, 맨유의 미드필더는 계속해서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 첼시는 경기감각이 완전하지 않은 실베스트르쪽을 집중해서 노렸고, 그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미드필더가 대부분 수비에 주력하며 수적인 우위를 가져간 맨유는 쉽게 골을 내주지 않았다. 전반 초반 가장 좋았던 조 콜의 슈팅은 맨유의 수비를 완전히 허물었지만, 맨유는 골포스트의 도움을 받아 실점을 막아낼 수 있었다.

맨유는 발이 빠른 루니와 나니를 이용해 효과적인 역습을 구사하고자 했지만, 그 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나니는 루니와 긱스를 이용한 역습보다는 개인기를 이용한 돌파에 주력했고, 자연스럽게 최전방의 루니는 많은 공격기회를 잡지 못했다. 긱스는 빠른 역습 상황에서 최전방으로 치고 들어가지 못하면서 공격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맨유의 상승세를 잠재운 발락의 '추모골'

맨유는 전반 후반 들어 공격적인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측면수비가 안정되기 시작했고, 플레쳐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의 공격전개 역시 활발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루니 역시 중원 점유율이 좋아지면서 특유의 활동력을 선보이기 시작하자 전반 후반은 맨유가 주도권을 잡는듯했다.

그러나 맨유의 상승세는 오히려 '화'를 불렀다. 맨유가 공격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사이 수비가 엷어졌고, 결국 불안했던 측면수비에서 틈이 벌어진 것이다. 전반 46분, 드록바는 오른쪽으로 빠지면서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이 공이 발락의 머리에 정확히 걸리며 첼시의 선제골 '작품'이 완성되었다. 첼시의 빠른 공격전개에 이은 결정력이 돋보이는 골이긴 했지만, 맨유의 측면수비수인 실베스트르와 하그리브스가 자신의 전담 공격수를 놓치면서 선제골을 허용한 셈이었다. 발락은 경고를 감수하면서 유니폼을 벗어 기쁨을 나타냈고, 팀 동료들은 람파드 어머니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꺼내 팬들과 함께 추모의 뜻을 전했다.

방심한 첼시의 허를 찌른 루니의 동점골


첼시는 한 골을 앞선 채로 전반전을 마치자 후반 초반 수비적인 모습을 보였다. 애슐리 콜과 페레이라는 전반전에 비해 거의 오버래핑을 하지 않으며 맨유의 역습에 대비했다. 덕분에 맨유는 전반전에 비해 점유율을 높이며 활발히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전반전처럼 점유율 차이가 크지는 않았지만 전반전과는 입장이 바뀐 두 팀의 모양새였다.

그러나 단단해보였던 첼시의 수비는 어이없이 무너지며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11분, 첼시가 자신의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카르발류가 안이하게 백패스를 했고, 이 공은 전방에서 기회를 노리던 루니에게 정확하게 연결되었다. 수비가 미처 대비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루니는 빠르게 골문 앞까지 돌파한 후 정교한 슛을 날렸고, 이 슛은 골포스트를 맞으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치열한 '벤치 싸움', 더 치열한 '그라운드'

1-1 동점 상황이 되자 양 팀의 벤치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선 카드를 뽑아쓴 것은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었다. 후반 18분, 맨유는 동점골 상황에서 경미한 부상을 당한 루니를 빼고 호날두를 투입한데 이어 후반 19분에는 안데르손 대신 오셔를 투입하며 세 장의 카드를 모두 다 사용했다. 무승부가 되면 우승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첼시는 후반 20분 수비수 페레이라 대신 공격수 아넬카를. 후반 35분에는 칼루 대신 세브첸코를 투입하는 극단적인 수로 맨유의 전술에 대응했다. 

리그 우승의 향뱡을 결정짓는 승부답게 양 팀의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첼시는 프리킥 찬스를 두고 발락과 드록바가 언쟁을 벌이는 등 의욕이 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결국 드록바가 찬 프리킥을 맨유의 수문장 반데사르가 멋지게 막아내기도 했다. 몇 분 뒤 맨유가 얻어낸 프리킥은 호날두가 찼지만 체흐의 안정적인 방어에 막혔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양 팀의 경기는 모든 전술과 개인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거칠고 빠르게 전개되었다.

캐릭의 '핸드볼 파울', 승부를 가르다

호각지세로 흘러간 양 팀의 승부는 다시 한 번 분수령을 맞이했다.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에시앙의 크로스를 막던 과정에서 캐릭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한 것. 주심과 선심은 맨유 선수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주저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 상황에서 시간을 지연하려고 했던 반데사르는 경고를 받았다.

페널티킥을 찬 것은 선제골의 주인공 발락이었다. 발락은 침착하게 왼쪽 구석으로 슛을 날렸고, 반데사르는 슛의 방향을 읽어내지 못하며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첼시의 스탬포드 브리지 불패행진이 굳어지는 순간이자 첼시의 우승 도전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맨유는 마지막까지 호날두를 위주로 공세를 펼쳤지만 셰브첸코의 수비 투혼 등에 막히며 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힘을 아끼며 첼시와 승점차를 유지하고자 했던 맨유의 시도가 실패하며 양 팀은 승점상 동률에 이르렀다. 골득실로 첼시에 앞서며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맨유는 마지막 경기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되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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