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누가 뭐래도 백진희, 최태준에게 '미씽나인'은 인생작이 아닐까.
백진희와 최태준은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완벽 탈피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씽나인'이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두 배우에게는 이 작품이 연기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우선 백진희는 한물간 연예인 서준오(정경호 분)의 신입 코디네이터 라봉희 역을 맡았다.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기 전까지 라봉희는 지금까지 백진희가 자주 보여줬던 전형적인 캔디형 인물. 하지만, 무인도 표류를 기점으로 백진희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극 중 해녀의 딸이라는 설정 때문에 라봉희는 무인도에서 서준오와 전세가 역전된다. 단순히 긍정적인 성격이 아니라, 현실적이면서도 생활력 강한 라봉희의 악착같은 모습을 그려냈다. 돼지를 잡기 위해 얼굴에 진흙을 칠하고 머리에 나뭇잎을 꽂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서 정경호와 애틋한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 백진희의 연기 변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 '미씽나인'은 전개상 무인도와 현실이 교차 편집되는데, 최초 생존자로서 불안에 떠는 모습, 잃었던 기억을 되찾으며 겪는 고통 등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미씽나인'이 국가적 재난 이후 책임을 외면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바, 현실로 돌아온 백진희의 수난은 드라마의 사실성을 더욱 강화한다.
드리머즈 멤버였던 최태호 역을 맡은 최태준은 처음엔 그저 거만한 스타인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많은 비밀을 숨긴 인물이었다. 최태호의 개연성 없는 악행과 거듭된 생존 때문에 '미씽나인'이 초반의 반짝거림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최태준의 연기는 번뜩인다.
그의 전작인 드라마 '옥중화'나 '부탁해요, 엄마'와의 간극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미씽나인'은 최태준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이기적인 마음에 정신이 나간 것처럼 이열(박찬열)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이열이 돌부리에 머리를 찧고 피를 흘리자 서럽게 오열하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이열의 시신을 바다에 버리는 짧은 장면은 최태호가 무인도에 불러올 파장을 예고하는 장면이자 동시에 최태준의 연기력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자기 안위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성격은 무인도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라봉희와 병원 추격신에서 최태호의 느릿한 발걸음과 냉소는 뜀박질과 고성보다도 큰 긴장감을 유발했다. 당분간 최태호의 까맣고 초점 없는 눈동자는 '미씽나인'의 가장 큰 갈등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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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