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흔히 장르물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어렵다고 한다. 빠른 전개, 어두운 내용,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진입 장벽을 높이기 때문.
하지만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은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8회만에 시청률 20%를 넘는 등,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시청률은 '피고인'이 장르물을 좋아하는 마니아층 뿐만 아니라 대중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는 걸 보여준다.
과연 '피고인'이 시청률을 잡을 수 있었던, 다른 장르물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 한 템포 느린 전개, 이해를 돕다
'피고인'의 이야기는 여타 장르물 답지 않게 느리게 흘러간다. 범인이 누구인지 감춰두지도 않았다. 명백히 처단해야 할 악이 정해져 있고, 그 악을 몰락시킬 실마리를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차민호(엄기준 분)의 악행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그로 인해 박정우(지성)이 겪는 피해도 계속해서 재생산된다.
주인공 박정우(지성 분)이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도 쉬운 전개에 한 몫을 더한다. 박정우가 차민호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얻어 가기 때문에, 시청자도 그 과정만 따라가면 어려움 없이 드라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피고인'은 그래서 '누가 범인이라는 거야?', '누가 왜 그랬어?'같은 주변인의 질문 없이도 볼 수 있는 장르물이다.
▲ 흡인력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
내용을 몰라도 두 사람 연기만 봐도 재미있다. 사실 박정우는 매 회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억을 잃어서 답답해하는 연기, 기억을 되찾고 분노하는 연기,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며 오열하는 연기. 이 비슷한 패턴을 지성은 매 상황마다 조금씩 다른 디테일로 지루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엄기준의 사이코패스 연기는 극의 양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차민호가 감방에 들어오고 박정우와 차민호의 대결이 그려지면서, 둘의 연기 대결에도 불이 붙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9회에서 차민호가 박정우에게 살인사건 당일을 떠올리게 연기하고, 이를 본 박정우가 이성을 잃고 분노하는 장면은 그저 감탄하며 볼수밖에 없었다.
▲ 본방사수 부르는 '엔딩요정' 작가
한 회차 내내 비슷한 내용이 전개되다가도 엔딩을 보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다. 차민호의 끝없는 악행과 박정우의 오열에 지쳐갈 때 쯤 새로운 사건의 실마리를 던지는 것. 지난 7일 방송된 6회 엔딩에서 진범이 성규(김민석)이라는 게 밝혀지는 것부터, 정우의 딸 하연(신린아)가 살아있다는 것, 차민호의 감옥 행, 기억을 모두 찾은 정우 등의 이야기가 모두 엔딩에 나온 이야기다.
지난 21일 방송된 10회에서는 탈옥에 성공한 정우가 하연을 만나는 장면이 엔딩에 담겼다. 이제 배경은 감옥 밖으로 바뀌었고, 정우도 거의 모든 기억을 찾았다. 정우의 본격적인 복수극을 보기 위해서다로 시청자는 다시 텔레비전앞에 앉을 수 밖에 없다. 이제 막 중반을 넘어선 '피고인'이 사이다 전개로 그간 쌓아 둔 고구마를 전부 해소해줄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8회에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피고인'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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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