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8 09:21 / 기사수정 2008.04.08 09:21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산소탱크' 박지성(27)은 그동안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핵심 선수가 아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즈, 리오 퍼디난드 같은 걸출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든든히 지켰기 때문. 그는 세계적인 명문 클럽 맨유에서 주역이 아닌 조역이었으며 포지션 경쟁자 호날두와 긱스 등의 활약 및 컨디션 여부에 따라 경기에 나서는 스쿼드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지난 1일 AS로마전을 계기로 박지성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다. 그는 최근 2경기에서 팀에 결정적인 득점을 연결하는 어시스트를 2번 연속 기록하며 맨유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것도 시즌 막판 첨예한 우승 경쟁을 펼치는 팀의 확실한 주역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2도움의 오름세에 오른 박지성은 복귀에만 9개월이 걸린 치명적인 무릎 연골 부상 극복 후 최고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로마전에 앞서 세 경기 연속 결장하며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것이 아니냐는 불안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골을 비롯한 공격 포인트에 약하다는 혹평도 벗어났다. 지난 시즌 14경기에서 2도움에 불과했던 그가 2경기 동안 2도움을 기록한 것이다.
두 번의 도움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마전 도움은 골문 가까이 쇄도하여 상대 수비수와의 볼 경합에서 루니에게 절묘한 헤딩 패스를 연결하는 장면이었다. 6일 미들즈브러전에서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팀 선수를 페인팅으로 제치고 골문 정면에서 노마크 상황이었던 루니에게 패스를 밀어줬다. 그의 다이내믹한 축구 지능이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이러한 활약은 복귀 후 계속되던 마음고생을 훌훌 날릴 수 있었다. 주로 빅매치에 출전하던 노련한 라이언 긱스와 '팀 어시스트 1위' 루이스 나니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박지성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왔다. 지난달 23일 라이벌 리버풀전에서는 팀이 3-0 승리를 거뒀음에도 벤치를 지키며 나니의 골 장면을 조용히 바라봐야만 했다.
최근 박지성의 출전이 나니의 허벅지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로테이션 시스템의 결과가 있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기다리며 충분히 살려냈던 그의 맹활약은 의미가 깊다. 최근 활약으로 붙박이 주전을 확보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충분한 신뢰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
지난 1일 로마전 이전까지 로마 원정서 1년간 1무1패로 부진했던 맨유로서는 팀의 2-0 완승을 견인한 박지성의 부지런한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 같은 활약이 미들즈브러전서 이어지지 않았다면 맨유는 미들즈브러에게 1-2로 패할 가능성이 더 컸다. 여기에 수비 진영까지 내려가는 적극적인 수비가담까지 더해져 퍼거슨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보여줬다.
박지성이 주전으로 출전하면 팀이 승리한다는 맨유의 '행운의 공식'은 아직 유효하다. 그가 지난 두 시즌 동안 주전으로 나왔던 16경기는 맨유가 모두 승리했기 때문. 이는 퍼거슨 감독이 긱스의 장기 부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맨유는 주전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가 로마전에서 무릎 부상을 입자 미들즈브러전에서 2실점하며 '더블(2관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부상 회복 후 완전한 컨디션을 되찾은 박지성의 믿음직스런 경기력은 이 같은 불안을 떨치며 맨유가 더블을 달성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지성 자신도 지난 5일 로이터 통신을 통해 "더 이상 부상이 없어 매우 행복하다. 나는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지만 내가 경기에 출전하고 팀에 도움이 되면 나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이제 예전같은 경기력을 되찾아야 한다."라고 맨유의 '신형 엔진'으로 각광받던 시절을 되찾겠다는 다짐을 했다.
더블을 노리는 맨유의 주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박지성. 그의 활약에 많은 축구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박지성 (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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