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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파워②] 한재림 감독 "희망을 볼 수 있는 작품 되길" (인터뷰)

기사입력 2017.01.28 09:30 / 기사수정 2017.01.28 02:3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충무로의 이야기꾼' 한재림 감독이 영화 '더 킹'으로 돌아왔다.

'더 킹'은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등 화려한 출연진들과 2013년 '관상'으로 9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탄탄한 스토리로 관객을 사로잡은 한재림 감독의 만남으로 주목받아왔다. 대한민국 권력가들의 민낯을 유쾌하게 펼쳐내고 있는 '더 킹'은 1월 18일 개봉 이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며 흥행 중이다.

애초에 시대의 흐름과 연관돼 기획된 것도 아니었고, 그런 분위기에 기댄 흥행을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묘하게도 '더 킹'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상황과 비교되며 남다른 풍자와 해학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 "'더 킹', 밝고 경쾌하게…웃으며 볼 수 있었으면"

'더 킹'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한재림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한 영화기 때문에, 서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있는 정도가 됐으면 좋겠네요"라고 웃으며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마음을 전했다.

"전작인 '관상'을 통해서는 희극과 비극의 페이소스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이후에는 제 스타일대로, 약간 비트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잘 전달됐으면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고생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보람을 갖는, 이 보람이라는 것은 굳이 얘기하자면 손익분기점을 넘고, 또 어느 정도 흥행도 괜찮게 되고 영화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네'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죠."

'더 킹'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주인공 박태수(조인성 분)가 고등학생부터검사가 돼 세상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1인칭 내레이션 시점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한재림 감독은 "내레이션 화법은 사실 다큐멘터리적인 방법이잖아요. 관객들이 모르는 분야를 쉽고 잘 설명할 수 있는 영화적 스타일이기도 하죠. 그런 스타일의 영화나 미국드라마도 사실 많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좀 더 편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선택했죠"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관객들이 박태수에게 동화돼야 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극 초반 목포에서부터 이어지는 태수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도 보는 이들을 주인공에게 동화시키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이나 욕망, 비극 같은 것도 동일하게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게는 중요한 지점이었죠."


시나리오 구성부터 취재 등 준비기간을 거쳐 '더 킹'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실제 판사, 로스쿨 교수 등 주변의 지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취재를 통해 실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드라마적 논리를 따라가게 만들고 싶었다. 정치 검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었기에 일반 99%의 일상을 사는 검사 이야기와는 분리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이 결과로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전략부'라는 곳이 등장하게 됐다.

밝고 경쾌하게, 사람들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완성하고 싶었던 것이 목표였다.

"보면서 사람들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그 지점이 갈리는 게, 태수가 양동철(배성우)과 함께 한강식(정우성)을 만나러 가는 곳이 룸살롱이 아닌 펜트하우스잖아요. 저는 이 지점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룸살롱에 가면 (태수가) 혐오스럽고 천박하게 보이겠죠. 그럼 관객들은 태수에게 거리를 두게 되고, 태수가 그 자리에 가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거예요. 올라간 펜트하우스에서는 화려하게 깃털 같은 것들이 날리죠. 결국엔 권력이라는 것처럼 그렇게 가벼운 것이지만요. 그런 화려함을 보면서 태수가 거기서 어울려도 불편하지 않은, 권력이 얼마나 달콤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관객들을 그렇게 끌어당겨서 결국 이 선택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경쾌하게 간 부분이 있었고요."

"진중한 것은 너무 어색하다"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인 한재림 감독은 "특별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기보다는 그 이면들을 비틀고 싶은 마음이 저도 모르게 나온 것이죠. 권력의 어떤 의외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는데, 펜트하우스에서 한강식이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부르고 클론의 '난' 댄스를 추는 장면에서 많이들 웃어주셔서 기뻤어요"라고 관객들의 반응에 기쁜 마음을 표했다.


▲ 조인성부터 류준열까지…믿음직한 동료들을 얻었던 현장

'더 킹'의 결을 멋스럽게 살려 준 배우들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한재림 감독은 조인성과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등은 물론 극 곳곳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고아성, 박정민, 성동일 등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정말 믿음직스러운 동료를 얻었다"고 조인성의 이야기를 꺼낸 한재림 감독은 "VIP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까지, 서로 고생했다면서 고맙다고 얘기했었죠.(웃음) 제가 제작도 같이 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찍다가 너무 힘든 순간이 많았거든요. 그럼 조인성 씨가 전화를 해서 "감독님, 인성이 여기 있어요. 힘내세요"하고 그냥 끊어요. 이런 것들이 정말 고마웠어요"라고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20여 년 동안 영화 현장을 누벼 온 정우성의 단단한 성품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정)우성 선배는 너무나 선배잖아요.(웃음) 감독 마음이나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알아주세요. 그래서 정말 제게 잔소리는 커녕, 너무나 힘을 주셨죠. "감독님, 신경 쓰지마" 말해주시면서 제가 힘들어할 때 격려해주시고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영화에서 기자회견 장면을 찍을 때 엄청 더운 날이었거든요. 근데 라이트 때문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장면을 살려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문을 다 닫고 막아놓은 거예요. 사람들이 한 백 명 가까이 들어가 있는데 얼마나 더웠겠어요. 우성 선배가 그날, 스태프들을 위해서 통닭차를 불러주셨죠. 또 음료수를 사다가 스태프들 한 명 한 명을 다 챙겨주시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게 20년 동안 정우성이라는 그 사람이 갖는 성품인 것 같아요."

한재림 감독은 실제로도 박태수와 한강식, 양동철이 양복을 입고 걸어오는 장면을 찍었을 당시를 회상하며 "남자가 봐도 정말 멋졌죠. 조인성, 정우성 씨는 우리나라에서 정말 '비주얼 킹'들이잖아요. 우성 선배님은 워낙 멋있어서 아무렇게나 잡아도 멋졌어요. 인성 씨도, 너무나 잘생긴 배우이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안 잘생겨 보일까. 필요할 때만 잘생겨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죠"라고 웃으며 "평범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도 너무나 잘 생겼더라고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릭터 중 가장 솔직하고, 신의가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최두일을 연기한 류준열의 이야기도 더했다. 한재림 감독은 "류준열 씨를 연기를 보면서, 준열 씨가 갖고 있는 무던하고 무뚝뚝하고 심드렁한 느낌이 좋았어요. 이런 배우가 (영화 속에서) 욕망을 갖고 행동하면 굉장히 의외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았고요. 나중에도 정말 슬플 것 같았죠"라고 설명을 이었다.

134분 동안 달려가는 '더 킹'은 관객들에게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또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더 킹'이라는 이름으로 달려 온 한재림 감독은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네요"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며 바람을 함께 덧붙였다.

"영화를 본 관객 분들이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해석이 되든, 그것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정말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지금의 오늘 또한 이렇게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잖아요. 이런 것들을 느끼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 제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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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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