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3.17 17:48 / 기사수정 2008.03.17 17:48
[엑스포츠뉴스 = 김혜미 기자] 흔히들 경기 중에 '포기하지 말라' 라는 말을 합니다. 마치 주문처럼 외우고 또 외우며 선수들은 그렇게 코트를 달립니다. 하지만 질 것 같은 상황에서 그런 말은 어쩌면 사치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뛰어도 안 될 때도 경기 중에서는 존재합니다. 이렇게 해도 안 되는데,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16일 잠실 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 KT&G의 경기는 '포기하지 말라' 라는 것이 그렇게 꿈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두 팀 다 바로 4강 직행이 가능한 2위를 따내기 위해 매 경기 사활을 걸며 뛰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초반부터 10점 넘게 벌어지는 점수차를 보면서, KT&G 선수들과 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뛰었을까요.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팬들은 '포기하지 말아라' 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게 4쿼터를 맞이하며 점수차는 조금씩 좁혀졌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지요. 홈팬들의 기세를 등에 업고 경기가 거의 끝날 즈음에 레더 선수는 바스켓 카운트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거의 끝내버리는 듯한 분위기로 몰아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KT&G 팬들은 이젠 끝났다 라든지 졌구나 란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이길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 상황이었으니까요. 더구나 그 전의 점수차를 따라갈 수 있었던 챈들러의 자유투까지 두개 다 실패했던 상황에서, 희망보다는 좌절을 먼저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 삼성과의 홈경기의 악몽을 떠올리는 팬들도 있었을 겁니다. 종료 6초 전, 이상민의 3점포로 단박에 역전당하면서 졌던 그 날을 KT&G의 팬들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설마 그 6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 3점이 설마 들어갈까 하며 조마조마 보고 있던 팬들에게 말이지요. 순식간에 허탈감과 허망함으로 코트를 바라봤던 선수들까지.
그러나 경기 종료까지 1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아무도 눈치를 못 챘을 수도 있었습니다. 40초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을까요. 황진원의 3점포가 소리도 없이 깨끗하게 링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KT&G의 공격이 시작된 지 10초도 되지 않아서 말이지요.
이어진 이상민의 자유투가 하나 실패하면서 KT&G는 뭔가 다른 희망을 가져도 되겠다 라는 느낌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챈들러의 3점이 터지면서 삼성과 KT&는 동점이 되었습니다.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연장전으로 들어갔지요.
승부를 낼 수 있었던 삼성 입장에서는 정말 아쉬웠을 겁니다. 또 5분의 경기를 치뤄야 하는 피로감과 홈에서 이겨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이 있었을 테지요. 또 4쿼터 때 퇴장당한 토마스의 공백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반면에 KT&G는 어렵게 어렵게 이끌어온 동점에 희망을 걸고 연장전을 맞이했습니다.
결과는 어땠냐 하면, 그 5분 동안 정말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4쿼터까지 조금은 조용했고 자유투까지 놓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챈들러가 그 짧은 5분 동안 3점슛 4개를 연달아 꽂아넣어버린 것입니다. 침묵했다면 침묵했을 그의 득점포가 터지면서 점수차는 단번에 10점 이상으로 벌어졌고, 그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팬들도 놀라고 중계하던 캐스터와 해설진까지 놀랐습니다.
그 5분 동안 KT&G는 1쿼터의 무력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악착같이 공을 뺏고, 달려들며, 삼성이 슛을 쏘면 블락까지 거침없이 하는 등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순히 챈들러의 3점이 폭발한 것이 KT&G가 10점 차를 내며 삼성을 이긴 것이 아니라, 5분 동안 코트에서 뛴 선수들 전원의 힘으로 이긴 것입니다. 불과 연장 전 1분까지만 해도 삼성이 이길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으면서 말이지요.
종료 1분 전 황진원의 3점이 소리없이 들어갔을 때만 해도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KT&G가 연장까지 가서 큰 점수차를 내며 이길 거라고요. 또한 KT&G는 연장전까지 갔을 때 이긴 적이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의 결과는 선수들에게 3연패의 짐을 조금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챈들러가 3점이 터져 이겼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 중에 당연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간단한 일은 아닐까 합니다. 모든 선수들이 다 '포기하지 않는다' 란 생각을 하며 뛸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그러나 이번 경기는, 특히 KT&G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깨달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우연이든 실력이든 말이지요. 그 생각이 정신력의 차이를 낳게 하고 더 나아가 실력이라는 것까지 좌지우지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매번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경기 중 한순간 한순간마다 '포기' 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칠 수 있습니다. 꿈같은 소리라고 생각해버리며 뛸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경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공을 향해, 링을 향해 한걸음이라도 더 뛰며 경기에 열중하는 선수들을 팬들은 보고 싶을 것입니다. 기어코 점수차를 벌려 이긴 KT&G의 이번 경기처럼 포기하지 않고 내달렸던 모습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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