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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마스터' 조의석 감독, 정직하게 더해낸 필모그래피

기사입력 2017.01.24 19:30 / 기사수정 2017.01.24 09:1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3년 만에 내놓은 새 작품은 성공적이었다. 2013년 '감시자들'로 탄탄한 구성과 세련된 영상미를 선보이며 호평 받았던 조의석 감독이 자신의 두 번째 범죄오락액션 영화 '마스터'로 관객과 호흡했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달려가는 '마스터'는 배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등이 만들어 낸 매력적인 캐릭터는 물론, 다양한 액션과 볼거리를 함께 선보이며 지난 12월 21일 개봉 이후 연말과 연초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영화는 개봉 한 달을 넘어선 1월 23일까지 71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마스터' 개봉 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조의석 감독에게 "2016년은 격동의 한 해였겠다"는 너스레와 함께 인사말을 건네자, "거의 2년 동안 계속 달려왔어요. 제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죠"라는 웃음 섞인 답이 돌아왔다.

'마스터'는 이병헌·강동원·김우빈,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과 '감시자들'로 550만 관객을 동원했던 조의석 감독의 만남만으로도 일찍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4월 26일 촬영을 시작해 뜨거웠던 필리핀 로케이션 등을 거쳐 9월 20일 크랭크업했고, 후반작업을 거쳐 12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조의석 감독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거듭 인사를 전하며 '마스터'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 12월 21일 개봉하기까지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었을 것 같다.

"현장이 많이 빡빡했어요. 후반에 뭔가 승부를 걸어야 될 것들이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죠. 각 팀들도 각자의 베스트(최고의 결과물)를 내고 싶어 하는데, 그 분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못 드린 것 같아 죄송해요. 현장편집본의 경우에는 모든 컷들을 붙여서, (분량이) 꽤 나왔었어요. 제가 할 일은 일단 편집으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여기에 음악, CG, 믹싱이 들어왔을 때 한 번 더 보면 사실 그 다음에 더 걷어낼 호흡이 생기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템포보다 더 빨라질 수 있는데, 그 시간을 못 가진 게 아쉽고 또 음악감독님이나 편집감독님, CG팀에게도 한 번 더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변속의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입봉작 '일단 뛰어'(2002)부터 '조용한 세상'(2006), 전작 '감시자들'(2013)과 '마스터'까지 매 작품마다 경찰이 등장한다. 평소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

"경찰을 사랑합니다.(웃음) 그냥,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영화도 많이 보고 드라마도 많이 봤거든요. 그 때는 특히 경찰들이 나오는 드라마가 많았잖아요. 외국의 '마이애미 바이스'나, 우리 나라의 '수사반장'도 그렇고요.(웃음) 길에서 보는 우리 경찰 형들, 그리고 일선에서 뛰는 형사 분들. 정말로 자신의 맡은 바 일들을 열심히 하시잖아요. 그런 멋있는 분들의 모습이 좀 더 부각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마스터'가 공개되고 나서 김재명(강동원 분)의 캐릭터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사실은 그보다도 경찰청장(정원중)의 모습이 더 비현실적인 느낌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경찰 라인은 다 판타지죠.(웃음) 사실 그게 제가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경찰청장은 50대를 표현한 것이었는데, 진짜 그런 리더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영화 오프닝에서 김재명이 영국 수상 처칠의 일화를 소개하며 중심을 잡고 나가는 모습이 강렬하게 남았다.

"오프닝부터 김재명이 딱 잡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죠. 심플하게 얘기하면, '마스터'는 (김재명이) 선언을 하고, 그 선언을 지키는 이야기에요."

-영화 속 숨은 이스터에그(Easter Egg·재미로 숨겨 넣은 메시지나 기능)를 찾는 재미도 컸다.

"어떻게 보면 이스터에그는 (김)우빈 씨가 직접 그린 그림 덕분에 출발을 하게 된 거죠. 우빈 씨가 연기한 박장군의 노트북 모니터 구석에 작은 손바닥 그림이 나와요. 실제 그림은 퀄리티가 더 좋거든요. 그런데 너무 크게 하면 노골적이니까, 이스터에그로 심고 싶었던 거죠. 디테일이 죽어서 아쉽긴 해요. 우빈 씨도 제가 "박장군 캐릭터에 대해 뭘 생각했냐"고 물었을 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린 그림이 있다"면서 이걸 보여줬던 거거든요. 장군이는 우빈 씨가 그림을 줘서 쉽게 해결이 됐죠. 또 김재명은 "썩어버린 머리 잘라낸다"고 선언을 하잖아요. 그 때 다윗과 골리앗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있어요. 진회장(이병헌)도 나중에 필리핀에서 김재명과 대면했을 때 서로 노트북이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바탕화면에 팔색조의 사진이 있어요.(팔색조처럼 변신하는 진회장의 사기꾼 면모를 표현) 그걸 상상하다가 이렇게 딱 정해서 배우들에게 얘기하고 하니 다들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배우들이 열심히 찍었던 액션 장면이 편집됐다고 들었다.

"(엄)지원 씨 같은 경우는 하드한 액션 신을 찍으신 게 있거든요. 그 장면을 찍다가 허리까지 다치셨어요. 대역을 쓴 장면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하신 장면이 있고요. 거기서 (강)동원 씨도 진짜 복싱을 멋있게 하거든요. (김)우빈 씨 연기도 확 올라오고요. 동원 씨는 (편집됐다는 말에) 쿨했어요. 우빈 씨도 "동원이 형이 그랬어요? 그럼 뭐 저도요"라고 말했고요.(웃음) 지원 씨는 "나 허리까지 다쳤는데"라고 웃으시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DVD에는 꼭 넣을 겁니다.(웃음)"

-엄지원 씨가 아쉬워할만 한 것 같다.(웃음)

"지원 씨가 정말 고마운 게, 현장을 즐겨주셨던 것 같아요. '미씽:사라진 여자' 때 에너지와 감정을 너무 소모하셨잖아요. '미씽'이 끝나고 저희 현장에 오셔서는 너무나 즐겁게 촬영해주셨어요. 뭔가 여배우라고 하면 굉장히 예민할 것 같고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은 그런 게 있는데, 지원 씨가 그걸 없애줬죠. 정말 신젬마 캐릭터 딱 그 자체였어요. 액션 장면이 편집된 것에 대해서도 "나 허리 다쳤는데, 뭐 감독님이 그렇게 한 이유가 있겠지" 이렇게 시원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랬죠. 실제 '마스터' 마지막 촬영 때도, 지원 씨가 크랭크업이라면서 근처에 있다고 현장에 달려오신 거예요. 스태프들의 이름을 일일이 다 기억해주면서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진짜 멋있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일본에서는 로또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 같은, 모르던 정보들도 알게 됐다.

"그건 (제작사) 대표님 덕분에 알게 됐어요. 진회장에 대해서 뭔가 고민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그 마음을 아셨는지, 제게 문자를 주시더라고요. '일본에서는 로또에 세금을 안 매긴대. 꿈에는 세금을 매길 수 없다고 그런다더라?"라고요. 그래서 그걸 대사로 바로 살렸죠. 또 이병헌 씨가 맛깔나게 잘 살려주셨고요. 병헌 선배도 '진짜 세금을 안내?'라고 물어보시던데요.(웃음). 또 미술감독님 덕분에는 진회장이 수조 앞에서 말하는 "이제 너희들 밥은 누가 주냐"라는 대사도 탄생했죠. 정말 '마스터'를 작업하면서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영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죠."

-그러고 보니 진회장이 버리고 간 그 장소에 재명이 팀원들을 다시 모아 리부트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일단은 더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또 다른 분실을 만들어야 하나'의 문제가 있었어요. 그런데 일단 결자해지라고 얘길 해주잖아요. 진회장이 그 밀실에서 도망을 가고 모든 것을 꾸몄던 것이니, 칼을 갈고 '우리의 본분은 여기야. 작전에 성공할거야'라는 재명만의 의미가 있는 거죠. 또 하나는 그 지어놓은 세트가 너무 비싸서 재활용하는 의미도 있고요.(웃음) 거기서 재명이 팀원들을 모아서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고 얘기하잖아요. 다시 출발해서 마무리 한다는 게, 재명에게는 큰 의미였다고 생각해요. 또 그 대사를 동원 씨가 너무나 잘 해주셨기도 하고요.(웃음)"

-(김재명 같은) 그런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책임감이라기보다는, 당연히 하는 일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일단 뛰어'로 국내 최연소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었다. 지금의 '마스터'까지, 나름대로 주목받고, 또 굴곡졌던 시간들을 지나왔는데.

"소년급제가 안 좋은 것이라는 얘기가 있잖아요.(웃음) 어렸을 때 너무 철없이 또 했던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때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일단 뛰어'를 하면서는 송승헌이라는 좋은 친구도 얻었고요. '조용한 세상'이 잘 안 된 다음에는 반성의 시간이 너무 길었죠. 7년이었으니까요. 그때도 사실은 작품 제안이 안 들어온 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또 제가 그 때 섣불리 해버렸다면 지금의 제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그때는 반성과 준비의 시간들이었죠."

-이렇게 오랫동안 노력한 작품이 세상에 나왔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면.

"(작품에 대해 보는 시각들이 다 다르니까) 저 역시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고, 또 제가 못했던 것이나 실수했던 것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관객 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일단 이제 저는, 건강을 먼저 추슬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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